▲ 편집국장  우 용 희

‘기쁘다 구주 오셨네~’ 성탄절마다 각 교회에서는 예수 탄생을 축하하는 노래가 울려나온다. 기독교인이 아니더라도 이날은 함께 축하하며 캐럴을 흥얼거린다.
혹 성탄절에 기독교인들에게 찬송가를 부르지 못하도록 제압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질까? 모두 비슷하게 예상할 수 있을 것이다. 몰매를 맞더라도 당연하다. 일반적인 상식을 가진 사람이라면 타인의 신앙을 존중하고 가치관을 이해하며 함께 잔치를 축하해줄 것이다.

2010년 5월, 몰상식이 시작됐다.
서른 번째 ‘5·18 광주민주화운동’ 기념식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지 못하게 했다. 당연하게 생각하며 매년 5월 ‘광주정신’을 기리고 한국사회의 민주화 역사를 담아 불러왔던 노래를 부르지 못하게 제압한 것이다. 이명박 정권은 ‘임을 위한 행진곡’을 통해 ‘이념논쟁’을 본격화하는데 성공했고, 한국사회를 좌우로 갈라놨다. 우익 세력을 집결하고 ‘이권’을 좇는 기회주의자들을 포섭해 우경화 사회로 만들었고 이로인해 박근혜 정부를 창출하는 등 많은 이익을 얻어냈다.
당시 ‘임을 위한 행진곡’ 제창 금지 결정에 격분한 5월 단체들의 반발이 확산되고, 야당과 광주시장 등 정치권의 거센 항의로 1년 만에 다시 ‘5·18 민주화운동’ 기념식에 ‘임을 위한 행진곡’이 울려 퍼지게 됐다. 하지만, 합창단이 부르는 합창으로만 정해 함께 부르는 것을 여전히 막았다. 또 아예 새로운 기념곡을 만들겠다고 나서며 이명박·박근혜 보수 정권은 ‘임을 위한 행진곡’ 논란을 계속 부추기고 있다. 잃는 것 보다 확실한 이익이 보장되는 ‘이념논쟁’으로의 이용 가치가 충분하기 때문이다. 단정지을 순 없지만 이러한 ‘임을 위한 행진곡’ 논란은 진보진영에도 파고들어 ‘임을 위한 행진곡 = 민중의례 = 종북 = 빨갱이’의 등식을 만들어 내는데도 일조했다고 판단된다.

게다가 지난해 4월 9일에는 재향군인회 등 일부 보수단체들이 중앙일간지에 ‘임을 위한 행진곡, 그들의 임은 과연 누구인가’라는 광고를 게재했다. 이들은 ‘임을 위한 행진곡’은 종북세력이 부르는 노래라면서 원곡은 북한에서 제작한 5·18 영화 ‘임을 위한 교향시’의 배경음악이고 작사자는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복역한 월북 반체제 인사라면서 비난을 가했다.
1991년 제작된 북한영화에서 ‘임을 위한 행진곡’이 흘러나온 것을 이용해 이른바 ‘종북’ 논쟁을 만들어 간 것이다. 그렇다면 북한 TV 뉴스에 자주 나온다는 오바마 미국대통령과 박근혜 대통령 역시 그들이 주장하는 ‘종북’ 세력으로 인정되는 것인지 의문이다.

‘임을 위한 행진곡’은 5·18 광주민주화운동 당시 시민군 대변인이자 마지막 날 전남도청에서 숨진 윤상원 씨와 들불야학의 선생으로 일하다 숨진 박기순 씨의 ‘영혼 결혼식’을 내용으로 하는 노래굿 ‘넋풀이’를 통해 1982년 처음 발표됐다.
그 뒤 민주화 운동과 집회 현장에서 불려졌으며, 1991년 ‘노래를 찾는 사람들’의 3집에 정식 수록되었다. 2000년대 이후에도 촛불집회를 비롯해 대중집회에서 많이 불리고 있고 광주 지역을 대표하는 노래로 인식된다. 그렇기에 프로축구 ‘광주 FC’의 서포팅곡 중 하나이기도 하다.

박근혜 정부에 들어와서 계속해서 ‘임을 위한 행진곡’ 퇴출 논란을 이어가고 있다. 국가보훈처가 2013년에 5·18 정식 기념곡을 국민 공모하겠다며 예산을 확보한 것이다. 국가보훈처는 3·1절 기념곡나 광복절 기념곡처럼 5·18 정식 기념곡을 만들 필요가 있다고 하면서 2009년에 무산되었던 5·18 추모곡 국민 공모를 다시 진행하기로 했던 것이다. 사실상 정식 5·18 추모곡을 만들어서 ‘임을 위한 행진곡’을 퇴출시킬 뜻을 분명히 한 것이다.

지난 17일 박근혜 대통령은 여야 대표와의 3자 회동에서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 대표의 기념곡 지정 요구에 대해 “또 다른 갈등이 우려되고 기념곡 제도라는 것은 없기에 안된다”고 했다. 이에 5월 단체들은 “제35주년 기념식이 두 달밖에 안 남은 상황에서 대통령의 답변은 유감”이라며 “공식 행사 제창이 금지된다면 기념식 불참뿐 아니라 행사와 관련한 국가보훈처 예산 거부도 내부적으로 논의하고 있다”고 밝혀 서른 다섯 번째 맞이하는 올해 ‘5·18광주민주화운동’ 기념식 역시 파행이 우려되고 있다.

우리 사회에 ‘불필요한 규제’를 없애겠다면서도 유독 당사자들이 지금껏 불러 왔었고 부르길 바라는 ‘임을 위한 행진곡’ 만큼은 금지시킨다는 것이 납득이 되질 않는다.
이를 이용해 더 이상 ‘이념논쟁’, ‘지역감정’으로 이어나가지 않길 바라며 우리 국민들의 ‘의식수준’을 여전히 군부독재 시절과 동일시 취급하는 오류를 범하지 않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