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암우리신문 편집국장 우 용 희

조류인플루엔자(AI)가 소강상태에 접어든 가운데, 영암군에서는 지난해 쉬었던 ‘군민과의 대화’를 재개하겠다고 나섰다.
군민과의 대화는 ‘군수를 비롯한 주요 공직자들이 지역 주민들과 직접 대면하며 민원을 청취하겠다’는 취지로 실시된다. 지역민들은 1년에 한 번 있을까 말까한 이 자리에 이목을 집중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애처롭게도 이 대화의 자리에는 주인공이 되어야 할 보통의 주민들은 찾기가 어려웠었다. 매번 한 자리 꿰차고 있는 사람들만이 나서서 일부의 이익을 챙기기에 급급한 메시지만 주고받는다.
그나마 주민에게 돌아가는 이야기는 늘 그러했듯이 마을이장들의 마을회관·도로 등 시설물 개·보수 건의가 대부분이다. 마치 약속된 것처럼 항상 그러했었다. 읍·면 단위 공직자의 사전 검열을 거쳐 질의 순서까지 정해진다는 안타까운 현실이 가져온 결과다.
그러하기에 오히려 이런 뻔한 짓을 왜 하냐는 비판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문제의식을 표출하는 사람의 대부분은 행정력 낭비라는 지적뿐이다. 굳이 ‘군민과의 대화’가 아니더라도 충분히 건의할 기회가 있는 사람들과 민원 내용들. 꼭 그렇게 판을 벌려서까지 해야 할 이유를 당최 알 수 없다는 것이다.

결국 엄밀히 보면, 취지를 무색하게 만든 가장 주된 원인은 공직자들의 행태에서 비롯된 것이다.
속된말로 지역에서 한 자리 꽤나 하지 않고서는 먹히지 않기에 보통 사람들의 의견을 듣겠다고 만든 자리가 ‘군민과의 대화’인데, 그 자리마저 그들만의 잔치로 꾸며버린 것이다.
그래서 다들 ‘그 놈의 한 자리’를 해보려고 욕심들이다. 이런 악순환은 결국 공직자들이 만들어 놓은 저급한 지역 풍토로 고착된다는 것이다.
일부러 일반 주민들의 생각을 듣고자 했지만, 홍보조차 전무해 일정을 알고 있는 사람조차 찾을 수 없었다. 또한 대부분은 굳이 ‘군민과의 대화’ 따위에 가지 않겠단다. 아니 “갈 이유가 없다”며 “병풍이 되기 싫다”는 의견이 지배적이다.
역시 다시 생각해봐도, 건설 관련 민원청취만 즐비하다면 굳이 ‘군민과의 대화’는 하지 않아도 될 것으로 보인다. 대신, 그 전제는 공직자들이 본래 업무에 충실했을 때 이야기다.
실과소장·읍·면장 등 불필요한 외출을 삼가고 자리를 지켜 지역민들의 의견을 청취한다면 말이다. 출장계에는 ‘종합행정업무’로 통칭하는 기록이 남겨있지만, 들여다보면 담당업무와 관계없는 사적인 일정으로 움직인 경우도 다반사다.  
매년 공직자 마인드 교육은 되풀이되지만, 교육참가자가 연례행사로만 받아들인다면 말짱 도루묵이다. 헤이해진 공직기강을 바로잡기 위해서는 전동평 군수의 결연한 의지가 필요하다.

그 시작이 바로 이번 ‘군민과의 대화’부터가 되길 바란다.
‘군민과의 대화’가 공무원들의 손에 쓰여진 시나리오대로 진행되는 일이 없도록 해야 할 것이다. ‘군민과의 대화’ 역시 연례행사로 치부하는 공직자들에 의해 그 피해는 고스란히 농락당한 군수와 군민에게 돌아간다.
매번 되풀이되는 개·보수 건의는 접수하는 창구를 별도로 마련해 언급됨을 피하고, ‘군민과의 대화’만큼은 진정성 담긴 군민의 이야기를 듣는 자리로 만들어가야 한다. 이번부터라도 ‘군민과의 대화’가 영암의 발전, 미래, 도약을 위한 의견이 충분히 논의되는 총괄적인 자리로 승화시켜나가길 바란다.
늦지 않았다. 초심으로 돌아가 본래 취지를 되살펴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