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32년 6월 4일, 영암 농민들은 영보정에 모여 ‘영암 영보 농민 독립만세 시위’를 전개했었다.

덕진면 출신 독립운동가 후손 일본대사관 앞에서 ‘분신’
광복 70주년을 사흘 앞둔 지난 12일, 영암 덕진면 출신 항일독립운동가 후손 최현열(81세)씨가 서울의 일본대사관 앞에서 열린 ‘수요집회’ 도중 유서와 호소문 등이 담긴 가방을 남겨둔 채 몸에 불을 붙여 분신을 시도했다.
현재 화상전문병원인 한림대 한강성심병원 중환자실에서 치료를 받고 있는 최씨는 전신에 56% 정도 부위에 화상을 입고 전체의 40% 정도가 3도 화상으로 아직 의식불명 상태다.
최씨는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의 회원으로 2주에 한 번 정도 수요집회에 참석해 왔는데, 과거 침략전쟁과 식민 지배를 사죄하기는커녕 ‘역사 수정주의’와 ‘군국주의’ 망령을 되살리고 있는 일본과 아베 정권의 몰염치, 역사정의를 바로세우는 일에 뒷짐을 지고 있는 박근혜 정부의 어정쩡한 태도에 항의하기 위해 자신의 몸을 불사르기 위해 분신을 시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날 최씨는 분신 현장의 가방에 남긴 유서를 통해 2남2녀 자녀들에게 “불타는 마음 불나비처럼 뛰어들어 대한민국 제단에 바치고 역사의 향기가 풍기는 나의 조국을 껴안고 후회없는 나의 길, 나라 살리는 길을 내 발로 걸어가기를 결심했다”면서 “현명한 대한민국 국민은 너희들을 잘 지켜주리라 믿고 너희들 곁은 떠난다”고 당부했다.
또, ‘칠천만 동포에게 고함’이란 제목의 호소문을 통해 “광복이 되어 나라는 찾았어도 친일파 민족반역자들 낯짝 좋고 파렴치하게 거리를 떵떵거리며 활보하고 다니고, 독립유공자들의 자손들은 거리를 헤매고 있다”며 “역사는 무거운 짐이다. 말로만 애국, 애국 떠벌여도 소용없고 바른 역사 찾으려면 싸울 줄도 알고 죽을 줄도 알아야 한다”고 호소했다.

▲ 지난 19일 서울 한강성심병원 앞에서 열린 ‘쾌유 기원 촛불문화제’ <광주전남대책위 제공>

‘영암지역대책위’ 추진… “최현열씨 쾌유 기원하며 전하려는 뜻 알려낼 것”
항일독립운동가 후손인 최현열씨는 부친의 뜻을 이어 ‘일제 과거사 청산’ 운동에 적극 나서왔었다. 최현열씨는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의 회원으로서 미쓰비시 근로정신대 할머니들의 소송투쟁과 함께, 일본군 위안부 문제 해결 등 일제 과거사 청산 투쟁과 역사정의 바로세우기 활동에 꾸준히 참여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런 최현열씨의 뜻을 받들고 쾌유를 기원하는 전국적 활동이 시작됐다.
현재 최현열씨가 병상에서 사투 중인 상황에서 ‘일본대사관 앞 분신 독립운동가 후손 최현열선생 분신 시민사회대책위’가 구성돼 전국의 시민사회단체와 개인들이 참여하고 있다. 지난 19일에는 ‘광주전남대책위’가 조직되었고, 서울과 광주에서 촛불문화제를 열어 최현열씨의 쾌유를 기원했으며, “최현열 선생의 분신 사건으로 일제하 피해자들의 문제해결에 대한 절박성을 인식했으며, 모든 국민이 힘을 합쳐 역사청산과 동북아평화에 힘을 모을 것”을 호소했다.
여기에 고향인 영암에서도 힘을 보태려는 움직임이 시작됐다. 지난 18일 영암지역 주민들과 사회단체들이 뜻을 모아 ‘영암지역대책위’ 구성이 추진되고 있다. 이들은 ‘영암지역대책위’를 통해 “최현열씨의 쾌유를 기원하며 최현열씨가 전하고자 했던 뜻을 지역민들에게 적극 알려내고, 병상 사투를 지지 및 지원하는 활동을 펼칠 계획이다”고 밝히고 있다.
또, 전주최씨 집성촌인 덕진면 영보리의 친지들은 “소식을 접하고 청천벽력 같은 소리에 너무도 놀라 가슴이 미어진다”며 “평소 나라사랑을 실천하는 모습 그대로 보여준 것이며 어느 유력 정치인보다 더 큰 울림이다. 부디 완쾌하셔서 다시 우리 국민들을, 우리 젊은이들을 이끌어 주시고 앞장서 주시길 간절히 기원한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