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보 농민 독립만세 시위’는?
국가보훈처, 사회주의 운동 평가
최병수씨 독립유공자에서 제외
덕진면 출신인 최현열씨의 부친 최병수씨는 1932년 6월 조선 독립 쟁취를 목적으로 ‘영암 영보 농민 독립만세 시위’ 등 항일독립운동에 참여했으며 치안유지법 위반 등의 혐의로 1년 9개월 이상을 투옥한 기록이 있지만, 독립유공자 심사과정에서 사회주의 운동 경력이 문제가 돼 탈락된 것으로 알려졌다.
최현열씨의 부친 최병수씨는 덕진면 영보리에서 소작쟁의 운동을 위한 소작인 청년회를 결성해 활동했었다. 당시 ‘영암 영보 농민 독립만세 시위’ 등 영암지역 사회운동가협의회 사건은 1930년대 전남지역에서 전개된 대표적인 항일농민운동이다.
영암의 항일농민운동은 1930년 5월 최기동의 지도 하에 곽명수·최헌원 등이 해방운동영암중앙부를 결성하였으나 최기동의 검거와 일제의 방해로 무산되었다. 이후 1931년 10월 곽명수는 김판권·최판옥 등과 함께 합법적 농민조합을 조직하려 하였으나 이 역시 좌절되었고, 이들은 비밀리에 혁명적 농민조합을 결성하기로 하였다. 이들은 1932년 5월 1일 ‘노동절’을 행사를 준비했으나 무산되었고, 음력 5월 1일인 1932년 6월 4일 덕진면 영보정에서 영암리·영보리·노송리 등의 주민들이 모인 가운데 기습적으로 노동절 기념회를 열었다. 이어 이들은 지주들의 횡포에 대항할 것을 결의하고 노동가를 부르며 시위행진에 나섰다. 이들은 “일본인은 우리의 논과 밭을 내놓고 이땅에서 물러가라” 등의 구호를 외쳤고, 이를 ‘영암 영보 농민 독립만세 운동’이라 불리고 있으며, 최현열씨의 부친 최병수씨를 비롯해 당시 참가자 중 99명이 체포되어 73명이 기소되고 67명이 재판을 받았다.
일제강점기 당시 항일독립운동의 방법으로 ‘사회주의’가 표방된 사건들이 있었던 것은 사실이지만, 일제는 이를 빌미로 거의 모든 항일독립운동을 ‘사회주의’로 몰아붙였고 최병수씨 등의 항일활동도 이런 범주에 해당되어 독립유공자에서 제외된 것으로 전해졌다.
영암지역의 항일독립운동을 연구해왔던 전남대 학생독립운동연구소의 김홍길 연구실장은 “지금에 와서 일제강점기 하 사회주의 성향의 이념을 통해 독립의 방편을 찾으려던 분들을 터무니없는 색깔 논쟁으로 몰아가는 것은 정말 잘못이다”며 “‘분단 이후 반공이 통치의 수단일 때의 잣대’로 들이대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는 일”이라고 주장했다.

‘독립유공자’ 선정은 힘의 논리로 되는가?
총체적 모순 ‘보훈정책’… 전면 재검토 요구
‘독립유공자 선정에도 힘의 논리가 작용되는 것은 아닌가’하는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최현열씨의 부친 최병수씨의 경우는 영암의 잘 알려진 독립유공자 ‘낭산 김준연’과 비교해도 확실히 대조적인 것만은 사실이다.
낭산 김준연은 1919년 유학 중 2·8 독립선언에 참가한 것과 제헌 국회의원 등의 활동으로 대통령표창, 건국공로훈장을 받은 ‘독립유공자’다. 반면, 낭산 김준연은 일제강점기 하에서 ‘조선공산당(ML당)’ 재건에 주도적으로 나서고 이로 인해 7년 여의 옥고를 치르는 등 공산주의 활동의 최선두에 나선 것으로 알려져 있다.
헌법재판소에 의해 정정되기는 했지만, 1995년 검찰은 ‘12·12 군사반란’에 대해 “성공한 쿠데타는 처벌할 수 없다”는 충격적인 논리를 펼친바 있다. 이를 계기로 황교안 국무총리와 새누리당에 의해 박정희의 5·16 군사반란이 ‘혁명’으로 칭해지기도 한다. 
독립유공자를 추서하는 국가보훈처가 검찰처럼 내키는대로 논리를 펼치는 것은 아닌지 우려스럽다.
이로 인해서 최현열씨 부친처럼 독립운동을 했어도 유공자로 인정받지 못하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알려졌으며, 친일파가 독립유공자로 둔갑하기도 하며 보상에 눈이 먼 일부 후손은 가짜 공적을 만들어 혜택을 받는 등 총체적 모순에 직면해 있는 우리의 보훈정책을 재검토해야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는 실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