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빛으로 물든 들판을 바라보면, 풍요로움을 느끼는 것 보다는 이제 한숨이 먼저 나온다. 벼가 풍작이 들어도 걱정이 앞서는 것은, 가격이 떨어져도 너무 떨어졌기 때문이다. 이십년 전 가격으로는 생산비도 건지기 힘들어 농민들의 시름은 깊어가고 있다.
작년 산 벼가 양곡창고에 가득 쌓여있고, 판로를 찾지 못하여, 앞으로 어떻게 해야할지 시원한 처분계획도 없다. 설상가상으로 외국에서 수입된 밥쌀이 국내 시장에 유통되어, 국내산 쌀 가격 하락을 부채질 하고 있다.
수입산 쌀과 국내산 쌀을 혼합하여, 소비자에게 국내산으로 속여서 파는 비양심적인 판매업자들이 폭리를 취하고 있어, 피해는 고스란히 생산자와 소비자가 당하고 있다.
시장에 방출된 쌀을 소비자들이 전부 소비하지 못하여, 공급이 수요를 초과하고 있어서, 쌀 시장은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는 상황이다. 뿐만 아니라 쌀의 소비마저 줄어들고 있어서, 우리 쌀농사는 벼랑 끝에 내몰린 상황이다.
쌀은 우리 국민의 주식으로, 우리의 생명과 건강을 좌우하는 소중한 식량이다. 쌀이 남아돈다고 천대하거나 하찮게 여겨서는 안 된다. 국민의 건강과 행복을 유지하는데 꼭 필요한 쌀은 매우 소중한 생명자원 이다.
그래서 국가에서 양곡의 생산과 유통을 관여하여, 쌀이 안정적으로 수급이 조절될 수 있게 해야 한다. 오직 시장의 기능에만 맡기는 무책임한 정부의 태도는, 우리 농업과 농촌을 포기한 처사이다.
쌀시장의 질서가 무너지고, 농민들은 생산비도 못 건지는 것은, 무분별한 밥쌀의 유입과 불법유통이 큰 역할을 하였다. 정부는 이제 외국산 밥쌀의 수입을 당장 중단하고, 공공비축물량을 최대한 확대하여야 한다.
시장의 기능에만 맡겨서는 아무런 해결방법이 나오지 않는다. 정부가 나서서 강력하게 시장의 질서를 바로잡고, 양곡정책을 올바르게 해야 한다.  
선진국들은 자국의 안정적인 식량을 확보하기 위해 우리나라 보다, 더 많은 지원과 보호정책을 펼치고 있다. 그러나 우리는 농업을 희생시키고, 농업인들의 삶의 질을 떨어뜨리는 잘못된 정책을 펼치고 있다.
양곡창고에 가득한 전년도 양곡을 식량부족으로 어려움을 겪는 북한이나, 식량부족 국가에 원조를 하는 방법도 모색해야 한다. 우리가 식량부족으로 어렵게 살던 시대에, 외국에서 원조를 받아 연명하던 과거를 잊지 말고, 인도주의 차원에서 어려운 나라에 쌀을 원조하는 것을 적극적으로 검토해야 한다.
지구온난화와 이상기후로 인해서 앞으로 우리 식량생산 및 자급을 어느 누구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지금 당장에 쌀이 남아돈다고 쌀을 천시한다면, 나중에 흉년이 들면 전량 외국에서 비싼 가격에 수입해서, 국민의 배고픔을 해결해야 할 상황이 올수도 있다.
국가의 최고 경영자가 이제 결단을 내릴 때가 되었다. 무엇이 중요한지 모르고, 국민의 안정된 삶을 돌보지 않으며, 가진 자들을 위한 잘못된 정책의 시행을 이제 중단할 때이다.
공공비축물량을 지금보다 더 늘려 국민의 안정적인 식량을 확보하고, 생산자와 소비자에게 만족을 주는 쌀 유통대책을 수립하지 않으면, 우리의 생명창고는 큰 위협을 받게 될 것이다.

<금정농협 상무  이 종 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