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영암군농민회 사무국장 권혁주

곳곳에서 봄꽃이 피어나고 지역 축제 준비로 떠들썩한 봄이 찾아왔다.

꽃을 시샘하는 꽃샘추위가 있긴 하지만 오는 봄을 막을 수는 없을 것이다.

겨우내 움추렸던 마음도 봄기운에 따라 풀어지기도 하고, 부지런한 농민들은 벌써 논갈이, 밭갈이를 위해 분주하다.

하지만 다가오는 봄이 꼭 설레고 아름다운 것만은 아니다.

올해는 304명의 소중한 생명이 희생되었던 세월호 참사가 일어난 지 꼭 10년이 된 해이다. 2014년 4월 16일 그날을 생각하면 아직도 가슴이 아프고 눈시울이 붉어진다.

제주도로 수학여행을 가던 앳된 학생들을 비롯한 희생자들과 유가족의 절규는 지금도 잊혀지지 않는다. 온 국민이 함께 아파하고, 함께 울고, 함께 분노했다. 수학여행이 끝나는 금요일에 돌아오겠다던 아이들은 차디찬 바다 속에서 영원히 잠들었다. 깊은 바다 속으로 침몰하는 세월호를 바라보며, 국민들도 대한민국도 함께 침몰했다. 세월호 희생자들은 오직 이익과 경쟁, 속도를 중요하게 여기고 살아오던 우리 사회에 생명과 연대, 방향의 중요성을 일깨워 주고 우리의 곁을 떠나갔다.

그로부터 10년의 세월이 흘렀다.

잊지 않겠다. 기억하겠다. 책임을 다하겠다. 약속했지만 10년이 지나 세월호를 잊어버린 우리 사회는 여전히 불안하다. 불과 2년 전에 서울 한복판에서 159명이 압사한 이태원 참사가 있었다. 작년 여름 수해로 인해 14명의 소중한 생명이 희생된 오송 지하도로 참사 등 세월호의 아픔을 잊어버린 결과는 참혹했다.

세월호의 진상규명을 위해 특별법이 생기고, 여러 조사들이 진행되었지만 아직도 유가족들은 진상규명과 안전한 사회를 만들자며 이야기하고 있다. 지난 2월 25일부터 3월 16일까지 3주간 유가족과 시민들이 제주에서 시작해서 서울시청 앞까지 전국을 돌며 시민행진을 진행했다. 유가족들은 10년의 시간이 지나도 다시 소중한 자식을 잃었던 그날로 매일매일 돌아간다며 눈물을 흘렸다. 지금은 하늘의 별이 되어버린 그 아이들의 밝은 웃음을 기억하는 유가족들은 같은 아픔을 겪고 있는 이태원 참사 유가족들을 만나 서로 안아주며 위로했다.

시민행진단이 입고 있던 노란조끼에 적힌 “세월호 참사 10주기, 안녕하십니까”라는 문구는 우리가 무엇을 기억하고 무엇을 해야 하는지를 말해주는 것 같다.

많은 시간이 지났으니 이제 그만하자라며 애써 눈 감으려하는 사람들이 있다.

안타까운 마음에서 나온 말이겠지만 잊고 외면하는 순간 우리 사회는 다시 세월호 이전으로 돌아갈 수 밖에 없다는 것을 알아야 한다. 그리고 그 결과는 또 다시 우리에게 더 큰 희생과 아픔으로 돌아올 것이다.

2024년 오늘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잊지 않는 것’이 안전한 사회를 만드는 올바른 길임을 다시 한번 되새기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