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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이산에서 항주(杭州)까지
11월 1일(수), 우리 일행을 태운 G1662호 열차가 무이산북역(武夷山北驛)을 출발한 시각은 오후 4시 22분이었다. 2시간 40분 소요시간에 요금이 193.5 위안이니 한화(韓貨)로 4만 원이 조금 못 되었다. 강 원장님이 동승(同乘)해서 그런지, 대다수 일행들과 갈라져 다른 칸에 탑승(搭乘)했지만 언어장벽의 부담감 없이 여유롭게 한국어를 즐겼다. 열차는 어느새 항주동역(杭州東驛)에 도착했다. 간단한 수속을 마치고 어둠이 깔린 항주 거리를 총총걸음으로 내딛었다. 항주가 7~8년 만이라는, 다소 긴장한 표정의 가이드가, ‘최근 아시안 게임으로 거리가 온통 공사 중’이라며 짐짓 너스레를 떨었다. 그의 정감 있는 언사(言辭)와 함께 걷는 항주의 밤거리가 이질감보다는 오히려 편안한 느낌을 주었다.
모처럼 대처(大處)에 나온 시골 촌놈처럼 기분이 들떠 항주의 첫밤을 맞는 호텔버스에 올랐다. 버스 안에서는 차창 밖 야경과 함께 강 원장님의 알짜배기 항주(杭州) 강의가 일품이었다. 절강성의 수도(首都)이자 인구가 천만 명에 육박한다는 항주는 등소평(鄧小平)의 실용주의 노선 이래 괄목할만한 경제성장을 이루고 있다고 운을 뗀 그의 강의는 그야말로 맛깔스러웠다. 서호(西湖)가 있는 항주는 북경, 계림, 소주(蘇州) 등과 함께 중국 4대 관광지 중의 하나라는 것, 춘추시대 월(越)나라의 도읍지로서 소주(蘇州)의 오(吳)나라와 함께 오월동주(吳越同舟), 와신상담(臥薪嘗膽) 등의 본고장이며, 남송(南宋) 시대의 수도로서 당시 고려인들도 활발히 왕래했다는 등의 이야기를 듣는 동안 버스는 어느새 ‘중안홀리데이인호텔’에 도착했다.
학문과 사랑을 꽃피운 만송서원(萬松書院)
11월 2일(목), 호텔 조식을 마치고 만송서원(萬松書院)으로 가는 버스에 올랐다. 항주 4대 서원 중 첫손가락에 꼽힌다는 곳이라서 그런지 가슴이 설렜다. 입구에 도착하여 버스에서 내리니 서원 직원들이 이미 나와 우리 일행을 환대한다. 절강(浙江)대학 객원교수를 지낸 최 교수님이 우리 향교와 자매결연 건으로 사전에 연락을 취하셨을 것이다. 그 노고에 깊이 감사드린다. 우리는 가벼운 상견례를 마치고 나서 ‘萬松書院’ 금빛 글자가 선명한 만송문(萬松門)을 지나 명도당(明道堂)과 대성전(大成殿)으로 향하는 돌계단을 올랐다.
명(明) 왕조인 1498년에 세워졌다는 만송서원은 원래 당(唐)나라 8세기 후반 보은사(報恩寺)가 있었던 자리였다고 한다. 당시(當時), 항주 자사(刺史)로 부임한 저 유명한 시인 백거이(白居易)는 자신의 시(詩)를 통해, 만(萬) 그루 소나무가 있는 푸른 산과 서호(西湖)의 모래 해변 위에 비치는 밝은 달의 절경(絶景)을 극찬했다고 한다. 바로 그 만(萬) 그루 소나무에서 이름 지어졌다는 만송서원은 항주 시내와 전단강(錢丹江)이 내려다보이는 천혜(天惠)의 위치에 자리한 명(明)·청(淸) 시대 최고의 교육기관이었다. 과연 이 학문의 전당(殿堂)답게 대성전까지 가는 길목마다 주돈이(周敦頤), 원매(袁枚), 장재(張載), 왕수인(王守仁), 주희(朱熹), “이정(二程)” 등 당대 저명한 유학자들의 상(像)이 우리를 반겨주고 있었다.
명도당을 지나 대성전에 당도했다. 이곳은 공자(孔子)를 모시는 사당이었다. “만세사표(萬世師表)” 현판 아래 생동감 넘치는 공자상(孔子像)과 “지성선사공자신위(至聖先師孔子神位)”라고 새겨진 지방(紙榜), 그리고 향로와 촛대, 제물들이 나의 눈길을 끌었다. 누구라도 언제든지 와서 이 시공(時空)을 초월한 스승과 대화하라는 의미일 것이다.
대성전 후면에서 우측으로 돌아드니 드디어 육수각(毓秀閣)이다. 이곳이 바로 중국판 로미오와 줄리엣, 양산백(梁山佰)과 축영태(祝英台)의 러브스토리가 간직된 곳이다. 안으로 입장하기 전에 최 교수님이 미리 들려준 스토리를 떠올려 본다. 옛부터 전해 내려오는 고전소설로서, 양산백과 축영태는 이곳 만송서원에서 3년 동안 급우(級友)로 지냈다. 양산백은 남자인 줄로만 알았던 축영태에게 이성(異性)의 감정을 느끼게 된다. 그러나 이미 축영태가 아버지의 강요로 다른 남자와 정혼했다는 것을 알게 된 양산백은 그만 병이 들어 죽게 되었다. 그러자 축영태도 시집가는 가마에서 내려 양산백 무덤 속으로 빨려 들어가고, 둘은 결국 한 쌍의 나비로 다시 태어나게 된다. “Butterfly Lovers”에 취해 육수각 안으로 들어서니 축영태가 양산백 무덤 속으로 빨려 들어가는 장면이 중국어로 열연(熱演)되고 있었다. 구체적인 대사 내용은 알 수 없었지만 그 느낌만은 생생하게 전해져왔다.
영암우리신문 news@wooriy.com
“영암군은 어떻게 그리고 과연” 영암 농정대전환 만들어 낼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