깜짝 놀랬다. 조선 최초의 여성 의병 “양방매(1890~1986)” 할머니의 동상 건립이 전라북도 무주군에서 추진된다는 기사를 접하고서다. 그리고 놀람은 부끄러움을 동반했다. 영암군이 먼저였으면 좋았겠다는 바램 때문이다.

‘양방매·강무경 부부의병 동상건립위원회’는 라제통문인근에 남편인 강무경의 동상만 홀로 서 있는 것이 안타까워 항일투쟁에 함께 나섰던 양방매를 기억하고 알리기 위해 군민 운동으로 전개하고 있다고 한다.

영암 금정면에서 태어나고 의병활동후 돌아가실 때까지도 금정면에 살고 계셨던 양방매 의병을 기리는 사업이 생가 표지판만 겨우 세워져 있는 영암군과는 다소 대조적이다.

영암군은 국사봉을 중심으로 항일운동이 인근 어느 지역보다 격렬했던 곳으로 정부에서 추서한 독립유공자만 40여 명에 이르는 등 ‘호남 의병’ 중심에 ‘영암 의병’이 있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대한민국 최초의 여성 의병장 양방매와 조선 최초의 의병장 양달사 등 상징적인 인물들이 영암 출신인 것을 역사에 기려야하지 않을까.

필자가 도의원 시절 업무보고를 받는 과정에서 집행부에 질문하며 머쓱했던 기억이 떠올랐다.

‘남도의병 역사공원’이 나주로 결정되었다는 업무보고에 대한 질문이었다.

“조선 최초의 의병장이 영암출신 양달사 장군이니 남도 의병 역사공원은 영암에 설립되는 것이 맞지 않겠는가?”라는 질문에 도청 집행부의 답변은 “영암에서는 신청하지 않았습니다”라고 돌아와 매우 멋쩍었다.

당시에는 영암군보다는 전남도가 더 잘못했다는 식으로 넘어갔지만 영암군 역사에서 매우 귀중한 부분을 소홀히 다루는 것 아닌가하는 아쉬움이 매우 컸다.

양방매 여성의병과 양달사 장군에 대한 추모와 기록은 오히려 민간 단체들에 의해 진행되고 있다. 금정면 신유토 마을의 '국사봉 의병 양방매 치유 축제“는 작년에 3회째 개최되었고 양달사 현창사업회의 노력과 기예무단의 장독샘이라는 공연으로 영암성 대첩과 양달사 장군의 업적이 기념되고 있는 현실이다.

민간을 행정이 따라가지 못하고 있는 것이다.

조선시대 “최초 의병장”과 조선 최초의 여성 의병이라는 상징적 인물들이 영암출신이고 한말 때는 영암출신 의병이 190명에 이르렀다는 기록 등이 있는 등 영암군 구석 구석에는 항일의 역사가 있다고 볼 수 있다.

이 쯤되면 영암군은 빛나는 선조들의 업적을 기리기 위한 계획을 가져야 한다.

남도 의병 역사 박물관이 영암군에 유치되었었으면 더할 나위 없이 좋았겠지만 이미 물건너갔으니 자체적인 사업들을 구상하면 좋겠다.

영암의병기념관 또는 공원을 조성하여 교육, 체험, 추모, 기념의 장소를 만들면 좋지 않을까.

이 곳에 양달사와 양방매의 동상이 세워지고 항일농민운동을 하셨던 덕진, 구림, 영암읍 등등의 영암의 항일의 역사를 기억하면 어떨까.

월출산을 찾는 관광객들이 하루 더 머물면서 조선 최초의 의병장들의 활약과 영암읍성 대첩이 있었음을 보고 갈 수 있도록 테마 관광 상품화 하면 영암만의 특색있는 상품이 만들어질 수도 있을 것이다.

청송군의 청송항일의병기념공원, 경북 의성의병기념관, 완도군 소안도 소안항일운동기념관 등, 여러 지방자치단체들이 기념하고 있음을 살펴보자.

홍범도 장군을 능욕하며 항일의 역사를 지우려는 시도가 자행되고 있는 이때, 지방에서부터 항일의 역사를 세우고 지키려는 노력은 매우 의미있을 것이다. 영암군이 항일의 역사를 지키는 사업을 모범적으로 하는 지방자치단체가 되면 좋겠다.

* 이 칼럼은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