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자는 선박에 적용되는 도장 사양을 설계하는 일을 하고 있다. 선박의 여러 부위마다 해당 구획의 특성에 맞는 도료를 설계하는 것이다. 예를 들면 해수가 많이 들어가는 탱크에는 해수에 강한 페인트를, 선원들이 마시는 물이 들어가는 탱크에는 독성이 없는 페인트를 적용하는 식이다. 그중에 선박의 외판은 항상 해수에 잠겨있기 때문에 부식에 강한 페인트를 후도막으로 적용하고 마지막에 방오도료를 매우 두껍게 적용한다. 이유는 배가 정박하거나 저속일 때 바닷속의 따개비들이 외판 페인트에 뿌리를 내리고 기생하게 되고 이것이 왕성해지면 외판을 둘러 싸 선박의 속도를 감소시키고 이에 따른 연료비가 증가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방오도료에는 따개비가 먹으면 죽는 독성 물질들을 포함시킨다. 그런데 이 독성물질을 먹은 따개비가 떨어져 나가고 이 따개비를 먹는 먹이사슬의 끝에 독성물질이 어류를 통해 인간에게 까지 영향을 미치는 연구 결과와 실제 사례들이 발생되면서 인간에게는 해가 없지만 따개비에게만 해가 되는 독성 물질들로 바꾸었다. 이것은 국제 해사기구(IMO)가 규제에 들어가면서 모든 해양 선사들과 선박회사들이 도료비용을 추가로 부담하면서 적용하고 있는 것이다.

해양 생태계와 인류의 안전을 위하여 민간 업자들도 이렇게 규제를 따르고 있는데 공익을 추구하고 국민의 생명과 안전을 최우선 해야할 의무가 있는 국가(특히 일본)들이 민간 사업자들보다도 못한 행위를 하고 있으니 말이 되는가.

2011년 3월 발생한 동일본 대지진 이후 후쿠시마 핵발전소 단지의 4기가 폭발했고 수습하는 과정에서 막대한 방사성 물질이 후쿠시마 앞바다로 빠져나갔다.

이 방사성 물질은 고스란히 후쿠시마 앞바다에 쌓였을 것이고 그중 무거운 플루토늄이 여전히 남아 있을 텐데, 반감기가 2만 4000년인 플루토늄의 독성이 문제다.

‘지옥의 여신’이란 별명을 가진 플루토늄 1그램이면 6000만 명이 폐암에 걸릴수 있는 독성을 지녔다고 전문가들은 주장한다.

이런 상황에서 바다에 방사성 오염수까지 뿌려지면 방사성물질이 생물에 농축되는 ‘생물 농축’이 가속화 될 것이고 이것은 우리 인류의 건강을 위협할 것이다.

태평양 도서국 포럼(PIF) 소속이자 미국의 핵물리학자 페렝 달노키-베레스 박사는 도쿄전력이 제공한 후쿠시마 오염수 데이터는 “부정확, 불완전, 비일관적인데다 편향적”이라고 지적했다.

오염수엔 64개의 방사성 물질이 들어있지만 4년 3개월 동안 도쿄전력은 그 중 7개 방사성 핵종만 검사했다. 총 1,066개나 되는 오염수 저장 탱크 중 단 1개의 탱크도 64개의 방사성 물질이 검사된 적이 없고, 시간의 흐름에 따른 농도 변화나 ALPS(다핵종처리장치) 처리 전후의 차이를 심층적으로 분석하지도 않았다.

과학적으로 도저히 설명할 수 없는 데이터 결과에 대해 과학자들이 도쿄전력에 여러 차례 질문했지만 ‘모른다’는 답변 뿐이었다고 한다.

오염수의 정체를 아무도 제대로 모르는데 어떻게 해양 방류가 안전하다고 할 수 있는 걸까.

그렇게 안전하다면 일본 영토에서 각종 용수로 쓰던지 육지에 보관하면 될 것을 왜 굳이 바다로 방류하려고 하는 것일까.

그것은 다름아닌 비용의 문제이다. 일본 원자력시민위원회 자료에 따르면 오염수 해양방류에 소요되는 비용은 약 34억엔으로 지층매입(180억엔), 지하매설(2431억엔)에 비해 적게 들어간다고 한다. 어쩔수없이 해양 방류하는 것이 아니라 가장 저비용의 방법을 택한 것이다.

오염수 방류에 따른 우리나라 어민들의 피해가 엄청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래서 전남에서도 완도, 해남, 영광 어제는 고흥에서도 어민들의 반대 집회가 땡볕에서 진행되었다.

제주연구원에 따르면 제주의 수산업 피해액이 연간 4500억원 수준이고, 이는 21년 제주 수산물 생산금액의 절반수준에 이른다고 한다. 더구나 관광지출 피해까지 포함하고, 남해, 동해, 서해안 전체 피해규모까지 따지면 연간 수조 원에 이를 것으로 추정되는 상황이다.

일본 역시 일본 어민들은 반대를 하고 있고 이에 대해 피해 배상액을 산정하고 있다고 한다. 그만큼 사회적 불안이 가져올 손실까지 감안하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을 일본이 먼저 증명한 것이다. 비용을 조금 아끼려다가 사후 비용이 더 들어가 궁극에는 지하매설 비용 만큼 사용하게 될 것이다.

그러기에 후쿠시마 오염수는 일본땅에 묻어야 하고 그 비용은 핵발전소 운영비로 국가 예산에 연차적으로 책정하면 될 일이다. 또는 민주당과 정의당이 제안하듯이 국제연대공동기금을 마련하는 방법도 있을 것이다.

이런 상황에서 우리정부가 해야 할 일은 각종 국제 조약(원자력사고 조기통보조약과 원자력안전조약 등)과 세계인권 선언 등을 위반한 일본을 국제 재판소에 제소할 정도의 입장을 갖는 것이다. 그런데 오히려 후쿠시마 오염수의 문제점을 이야기하면 괴담이라고 치부하고 정치적 공세만 취하려고 하니 답답한 노릇이다.

그래서 아이들이 묻는다, “윤석열 대통령은 어느 나라 대통령이에요?“ 라고.

815 광복절에 일본의 식민 지배에서 벗어남을 축하하고 일제시기 징용되어 고초를 겪은 위안부와 징용 노동자들, 독립을 위해 희생하신 많은 위인들을 거론하지는 못할망정, 18일에 있을 캠프데이비드 한미일 회담에서 칭찬이라도 받고 싶은 것인지 일본 아사히 신문에서도 이례적이라고 칭송할 정도의 한일 파트너쉽을 강조하는 정부는 제발 정신차리기 바란다. 오염수 문제는 우리 미래 세대에게 재난을 물려주는 것이기에 이에 동의한다면 후세들에게 씻지 못할 죄를 짓는 것이기 때문이다.

*이 칼럼은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