옛부터 보양을 위해 약을 먹어도 100일은 먹어야 하고, 간절함으로 정안수 챙겨 정성을 다하는 기도도 100일이 기본이다. 습관을 하나 고치려 해도 100일은 실천하라 한다. 작은 변화를 기대할 수 있는 최소한의 시간이고 노력의 기본값이 100일인듯하다.

모친도 첫 직장 다니면서 힘들어하는 내게 3개월은 버텨보라 하셨다.

인생 2막 첫 직장인 신문사에서 우당탕탕 인턴 100일을 넘겼다. 전에 난 관리자가 되면서 인사 관리의 일환으로 수습 마친 신입 직원과는 개별 면담을 했었다. 신입사원의 입사 면접 당시 보였던 당찬 포부와 적극적인 태도를 기억하며, 입사를 결정한 본인의 선택에는 후회가 없는지, 입사 전 기대와 수습 종료 후 소감, 애로 등을 들었다. 언제나 대화의 마무리는 피할 수 없으면 즐기고, 즐길 수 없으면 줄행랑을 권했다. 단 최선을 다해 즐기고 선택해서 후회가 남지 않도록 당부했었다.

수습을 마친 지금 난 내 선택에 아직 후회가 없다. 귀촌도, 신문사 입사도. 물론 겁 없이 시작한 나의 무모함은 땅을 칠 일이다. 피할 수 없으니 기꺼이 최선을 다하는(즐기는) 중이다.

이는 내 선택에 대한 존중이고, 성실함은 그 존중의 표현이다. 최선의 노력이 필연적으로 좋은 결과를 낳지는 않는다. 이제 막 100일 수습 마치면서 어떤 결과는 내어야 하는지 알지 못한다. 사수가 없는 신문사에서 독자로서 보고 싶은 신문을 만들고 싶은 욕심? 목표?는 변함이 없다. 고지는 정했으니 전략과 전술을 마련해야 한다.

개인적으로는 이제 막 이사를 마친 귀촌인으로 이웃도 사귀고, 지역도 익히면서 처음부터 있었던 것처럼 자연스럽게 스며들도록 나와 주위를 살펴야 하는 상황이다. 도회지와 다른 정서와 속도 그리고 무엇보다 낯선 환경까지 잘 적응하고 싶다.

사회적으로는 기자로서 사적으로는 귀촌인으로 무난하게 잘 살아내고 싶다.

산후 고비를 넘긴 아기의 백일을 잘 넘겨 축하하고 이후 한 해를 살아낸 돌을 기념한 것처럼 난 나의 수습 100일을 자축한다. 그사이 일이 많았지만 최근 영암우체국 앞으로 신문사도 이전했다. 1층 도로변에 자리 잡았으니 누구나 편하게 오고 가는 문턱 낮은 신문사가 되길 바란다.

다수의 피해로 힘있는 소수의 특혜가 지켜지고 만들어지지 않도록 구석구석 잘 살피고 기록으로 남길 수 있도록 더 노력하고 관심을 가져보려 한다. 세상사 무심히 보고, 멀리서 살려고 귀촌한 내가 어느덧 지역의 일상을 적극적으로 만나야 하는 중심에 서 있다. 인생 참 알 수 없다.

입사 후 3개월 지나면 5개월, 이어서 7개월 순으로 고비가 온다. 시간이 지날수록 고민의 내용과 정도가 달라지고 깊어지기 마련이다. 걱정을 당겨서 하지 않으려 한다. 난 점점 나아지고 변화하겠지만 모쪼록 그 속도가 너무 느리지 않아야 한다. 주어진 시간과 신문사 여건이 녹록치 않다.

얼마 전 난 서울을 정리하고 영암집에 입주했다. 이삿짐을 다 넣고 담을 헐었다. 참 맘대로 뜻대로는 쉽지 않다.

인턴기자 귀촌일기 종료를 어떻게 마무리하나 생각중이다.

<다음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