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서 언젠가 하게 될 귀촌을 위해 장만해 두었던 영암의 폐가를 지난 2월 중순에 리모델링 시작했다. 입주를 7월말로 잡은 공사다. 올 여름에 비가 유난히 많을 거다, 공사가 예정보다 길어질 수 있다는 분분한 염려를 뒤로하고 서울에서 영암으로 오는 이사를 7월 말로 잡고 이삿짐센터와 계약하고 계약금 지불까지 마쳤다. 그때까지 완공이 되지 않으면 난 집도 절도 없는 신세가 된다.

3월 초까지 다니던 직장을 정리하고 3월 중순 영암군민이 되고자 전입신고를 했다. 서울서 인터넷 전입신고를 했으나 이틀이 지나도 미승인 상태여서 금요일 새벽에 영암으로 출발해서 근무 중인 영암읍사무소 민원실을 찾았다. 사실은 군청을 찾아갔더랬다. 전입은 읍사무소를 찾아가라하여 멀지않은 곳에 있는 영암읍사무소를 오게 되었다. 읍사무소 주차장은 여유로웠고, 민원실은 한가했다. 인터넷 전입신고하였는데 미승인상태여서 방문했다는 이유를 설명하니 읍사무소 담당자가 직접 수락해야 하는데 인터넷 전입자가 거의 없어서 체크하지 못했다고, 미안하다며 그 자리에서 수락하여 채 2분도 걸리지 않고 난 영암군민이 되었다. 전입 확인을 위해 등본 한 통 발급받아 나왔다. 그 동안 6년여를 주말마다 발효를 배우려고 왕복 9시간을 운전하며 드나들던 객식구였다가 귀촌까지 결심하고 실행에 옮겨 군민이 되는 나름 감동적이고 의미있는 순간이었다.

영암군민이 되고 민원실을 나와 주차장에서 주위를 둘러보니 작은 영화관도 보이고, 하나로 마트도 보이고, 다이소도 보이고...여기가 이제 우리 동네구나 싶었다. 전에 살던 곳 주민센터에서 전입신고 마치고 나오면서 송파구청장의 상투적인 환영 문자와 구청 홈페이지 정보를 받았던 기억이 난다. 의례적인 문자를 받고 당시는 가볍게 여겼었는데 그 상투적인 문자로라도 환영받는 귀촌이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전입 후 몇일 뒤 공사 마무리까지 남은 4개월 하숙살이 짐을 싸서 영암으로 내려왔다. 남들은 번갯불에 콩 볶듯 서두른다 하지만 이미 40대부터 탈서울을 계획하며 살았고 그동안 준비한 계획을 실행에 옮기고 있는 중이다.
아직도 집은 수리중 이다. 지붕을 새로 올리고, 단열을 보강하고 월출산이 잘 보이도록 창을 크게 내고 있다. 한창 공사 중인 집 근처로 마을 분들이 오며 가며 관심을 가지신다. 
“여기 집주인이요? 어서 왔소?” “네. 서울서 왔습니다. 제가 집수리 마치고 인사드리겠습니다” 가벼운 수인사를 나누며 이웃이 되고 있다.

서울에서 귀촌 준비를 하면서 귀농귀촌종합센터 교육에 참여했었다. 그때 생각한 건 내가 마을 속으로 들어가는 일이니 먼저 스며들고 함께 할 자세와 태도가 필요하겠다는 거였다. 
영암군민으로 명예를 지키고 자부심을 가지고 역사와 전통을 존중하며 잘 살아가야 할 텐데 걱정도 설렘만큼 크다.   <다음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