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길을 피해서 정신 없이 나오다 보니 몸에 걸친 옷 빼곤 살림살이를 거의 건지지 못했습니다.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지 막막합니다.”

지난 7일 오전 영암읍 회문리 회의촌 마을에 자리 잡고 있었던 한 한옥집 터. 지난 2일 밤 갑작스럽게 발생한 불로 새카맣게 그을리고 무너져 잿더미로 변한 잔해에서 한옥 주택의 고풍스런 정취는 찾아볼 수 없었다. 

담벼락 앞으로는 ‘위험 들어가지 마시오’ 경고판이 제일 눈에 먼저 들어왔다. 이어 옛 한옥 집터로 들어가는 길목엔 소방차가 화재진압을 하기 위해 물을 쏟아 부었는지 질퍽한 진흙탕으로 변해있었고, 검은 잿더미들이 마구 뒤섞여져 있었다.

화재가 발생한 5일이나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매캐한 잿 냄새가 아직도 코끝을 찔렀고, 폐기물로 변한 각종 자재들이 뒤엉켜 있어 당시 화재 현장의 처참했던 흔적을 보여주고 있었다. 

특히나 옛 한옥 집 집터 곳곳에는 집 뼈대로 보이는 각종 자재들과, 손주 손녀가 타고 놀만한 어린이용 자전거가 불길에 휩싸여 절반 이상 타서 없어져 방치돼 있었다.  

하지만 이번 화재 원인으로 추정되는 화목보일러는 그 화마 속에서도 모습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었고, 그 옆에는 땔감으로 쓰이는 나무들만이 검게 그을린 채 그대로 있었다.  
또한, 그 옆에는 화염에 크게 뒤덮이기 전에 사용했을 것으로 보이는 빨간 분말형 소화기 두 개가 불에 그을려 덩그러니 놓여져 있었다. 

군 관계자는 “화재 당시 현장을 지켜보고 있는 자녀는 불길에 쓰러져 가는 부모 집을 보면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안타까운 상황에 발만 동동 굴리고 있었다”며 “한평생 일구어 온 전 재산인 부모의 집이 순식간에 없어져 지금 이 현장이 믿기지 않는 듯 긴 한숨을 내쉬며 울먹였다”고 말했다. 

지난 2일 오후 8시4분쯤 영암읍 회문리 위치하고 있는 이종길씨의 한옥 단독주택에서 불이 나 주택 전체를 태우고 소방공무원 45명, 경찰관 4명, 공무원 7명, 의용소방대 7명 총 45명이 출동했고, 10대의 화재 진압 장비를 동원해 약 3시간여 만에 불길을 잡았다.  

]소방 당국은 이날 화재는 한옥 주택 밖에 위치하고 있는 화목보일러에서 불길이 번져 화재가 난 것으로 보고 있다, 다행히도 이 씨 부부 등은 불길이 크게 번지기 전에 미리 대피해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한옥 집 전체가 불에 타버려, 1억 3000만원의 재산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잠정 추정하고 있다.  

우승희 군수는 사건 당일 현장을 방문해 화재 진화를 확인한 뒤, 다음날 오전 이종길 씨 부모 주택인 임시거주지를 찾아 안타까움과 위로를 전하고 일상 회복을 위한 지원을 굳게 약속했다.

이에 따라 영암군은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긴급지원사업 신청은 물론이고 국민안전과장은 지인들과 십시일반 모아서 200만원 성금을 사회복지공동모금회에 기탁하기로 했다. 

또한 이번 화재를 계기로 영암군은 화목보일러 화재 예방을 위한 동절기 화재 예방 활동에 적극 나서고 있고, 영암군 화재 피해 군민 지원조례와 더불어 영암군 의용소방대 지원에 관한 조례 제정을 추진 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