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6일 전국농민회총연맹 영암군농민회, 한국후계농업경영인 영암군연합회, 전국쌀생산자협회 영암군지부 등 영암지역 농민단체 회원 200여 명은 한 인근 들판서 쌀값 대폭락 규탄 농민 궐기대회를 열고 논 갈아엎기 투쟁도 벌였다. 

특히 군서면 국립종자원 인근 들판에서 쌀값 하락에 항의하며 농민 최치원 씨의 900평(약 2,970㎡)짜리 논벼를 트랙터 두 대로 갈아엎었다. 
이 모습을 지켜본 한 농부는 “자식같이 애지중지 키운 벼를 갈아 엎는 모습을 보니 심정은 매우 참담하다”며 “이렇게까지 해야 하는 우리 농민들은 오죽하겠냐”며 속상함을 강력하게 내비쳤다. 

다른 농민은 봄부터 논을 갈고 벼를 파종하고 정성스럽게 가꾸어 온 벼가 트랙터에 쓰러지는 모습을 하염없이 지켜보기만 했다. 
이날 들판에는 ‘나락아 지켜주지 못해 미안해’, ‘개 사료값보다 못한 쌀값! 내가 갈아엎고 말자’ 등의 현수막이 내걸렸고, ‘양곡관리법 개정하라’, ‘구곡 전량 매입하라’, ‘밥쌀용 수입쌀 방출 전면 중단 하라’ 등의 성난 농민 민심이 담긴 만장도 바람에 나부꼈다. 

이어 이들은 이같은 시위를 마친 후 차량 200여 대를 동원해 전남도청 앞으로 가 차량 선전 투쟁에 나섰다. 이어 집회를 열고 단체 삭발을 강행하는 등 강경한 모습을 보였다. 

이같은 삭발식에는 영암군 한농연 11개 읍·면지회장이 참여했다. 또 최병수 금정농협조합장과 농민 15명도 동참했다. 이들은 삭발 후 건의문을 전남도에 제출했다. 
한봉호 전국쌀생산협회 영암군지부장은 이 자리에서 “농산물가격은 중앙정부 정책에 따라 요동을 쳐왔다”며 “자연재해보다 더 큰 피해를 만들고 있다. 시장격리 시기를 놓쳐 쌀값은 폭락하고, 연간 40만 톤의 수입쌀을 방출하고 농지관리가 안돼서 투기에 땅값만 올라간다”며 정부의 쌀 정책을 강력하게 비난했다. 

이어 김종수 한국후계농업경영인 영암군연합회장도 “주요 쌀값 폭락의 원인은 정부의 잘못된 방식으로 시장격리를 시행한 탓이다. 또한 정부와 양곡관리법을 제대로 만들지 못하고 있는 국회의 잘못도 있다”며 “정부와 국회, 전남도는 조속히 쌀값 안정 대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들은 지난달 29일 서울역에서 열린 전국 농민대회에도 참여했다. 

국회 농림해양식품수산위원회 더불어민주당 서삼석 의원도 지난달 18일 열린 2021년 회계연도 결산 상임위원회에서 쌀값 폭락과 농민의 고통에 관심 없는 대통령과 농식품부 장관을 강력하게 비판했다. 서삼석 의원은 “양곡관리법상 ‘양곡 수급 계획’의 의무가 명확한 장관이 본연의 의무는 방기하고 농산물 물가 잡기에만 집중하고 있다”면서 “농민을 위한 농식품부 장관인지 한국은행장인지, 존재하지도 않는 소비자부 장관인지 구분할 수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서 의원은 “농업의 시급한 위기 상황에 더 이상 지체할 시간이 없다. 장관은 쌀값 문제와 농협 재고미 대책 마련을 가장 시급한 현안으로 대통령께 강력히 건의하고 속히 해결책을 내놓아야 한다”고 농식품부 장관에게 거듭 촉구했다.
이처럼 일부에서는 현재 쌀값 시장 폭락에 따른 늑장 대처와 잘못된 시장 격리 방식으로 인한 정부의 책임이 큰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농협에 재고미를 떠안기는 농식품부 장관의 안일한 대처에 대한 비판이 나오고 있는 실정이다.  

국내 쌀값은 45년 만에 최대 하락 폭을 기록하고 있는 가운데 지난달 15일 20kg기준 4만2522원으로 전년 대비 같은 기간 5만5630원에 비해 23.5% 하락했다. 
지난달 말 기준 쌀 재고량은 48만6000톤으로 전년 28만톤에 비해 70%가량 증가하며, 본격적인 추수절이 다가오면 가격 하락은 더 심해질 전망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