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생각이 공존하면 좋을텐데. 한정된 선택이 안타까워요”

오는 3월 9일 치러지는 제20대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온라인을 중심으로 청년들의 토론이 뜨겁다. 영암우리신문은 지역에 거주하고 있는 청년들이 바라보는 대통령선거에 대한 생각을 경청하고자 청년들을 만나 그들의 이야기를 듣는다.

문> 자기소개 부탁드려요.

강혜윤> 안녕하세요. 이제 막 20살이 된 구림마을 출신, 영암여고 졸업생 강혜윤입니다. 수능이 끝나서 기뻤는데 대학가서 또 공부해야할 생각을 하니 한숨이 나와요. 생명공학을 배워 독일의 제약회사에서 일하고 싶어요!

고운선> 영암에서 자라고 곧 영암을 떠날 고운선입니다. 정치외교학과에 진학하여 법조인이 되고 싶습니다.

문> 영암에서 자라오며 불편한것은?

고운선> 배움의 기회가 적다. 컴퓨터 계열 진로를 원했어요. 근데 영암에서 컴퓨터를 배울 수 있는 곳이 하나도 없는 거예요. 학교에서 신청한 수업은 같은 내용만 반복해서 초급에서 벗어나지 않았어요. 전 심화과정을 배우고 싶었는데 말이죠.

강혜윤> 노는 건 차를 타고라도 나가면 되는데 자격증 딸 만한 학원이 다양하지 않아요. ‘코딩’이 제2의 언어로 요즘 필수 교양이에요. 학교에서는 기초만 배웠어요.

제 동기들은 가위바위보 게임 정도는 만들 줄 안대요. 저는 한 마디도 할 줄 모르는 채로 뛰어들어야 되는 거죠. 학원이 아니더라도 학교나 문화센터에서 이런 프로그램이 잘 마련되어있으면 영암에서 교육이 문제 될 것 같진 않아요. 청소년 수련관에서 오케스트라, 베이킹 같은 교양강좌가 주로 제공돼요. 이런 것도 좋지만 학교의 부족한 수업을 보충할 수 있는 실용적이고 전문적인 강좌도 제공 되었으면 해요. 시설은 아주 넓고 좋은데 잘 활용 했으면 합니다.

고운선> 사람이 너무 적어서 점수 받기가 힘들어요. 상대평가라 1점 차이로도 한 등급이 떨어져요. 고교학점제 같은 새로운 평가 방식이 필요해요. 왕인아카데미도 유명무실하다고 생각해요. 강사 초빙 시 검토를 꼼꼼하게 해주세요.

문> 더 배우고 싶은 건?

강혜윤> 학교에서 배울 수 있는 외국어가 하나뿐이에요. 적어도 3개 정도는 있었으면 해요. 강좌 선택의 폭을 늘려주세요. 물리랑 화학이 동시수강도 안됐거든요.

대학 때 필요한 공부여서 두 개를 같이 들어야 했는데 말이죠. 선생님 수, 시간 등 고려해서 편성하신 거겠지만 실질적인 이용자인 학생의 의견도 반영되었으면 해요. 또 다양하게 배울 수 있도록 해주세요. 전 세계사를 듣고 싶었는데 입시에 필요한 것들만 듣게 했어요. 그래서 전 2차 세계대전도 잘 모른답니다.

고운선> 요즘 학습 교구들이 너무 비싸요. 예전에야 공책에 연필로 공부했지 저희는 이어폰, 노트북이 필수거든요. 경제적으로 부담될 친구들에겐 교구도 지원을 해줬으면 해요.

문> 영암 지역을 어떻게 개발하면 좋을까요?

고운선> 갈낙탕, 백반 등 어른들이 가는 식당은 있어도 저희가 좋아하는 파스타, 떡볶이 같은프랜차이즈 식당들이 없어요. 놀 곳도 없어요. 당장 거주 인구를 늘리진 못해도 관광 인구라도 늘렸으면 좋겠어요. 다른 지역에 갈 때 ‘촌구석이었는데 높은 건물이 들어서서 개벽천지가 됐다’라는 말을 많이 들었어요. 영암을 보고 그런 말을 할 사람은 없을 것 같아요. 굳이 높은 건물이 아니더라도 지금보다는 활기찬 영암을 보고 싶어요.

강혜윤> 산업단지를 유치하는 경우에 거주민으로 만들기 까지는 꽤 시간이 필요할 것 같아요. 영암은 자연환경이 좋으니 특색을 살려 관광산업을 개발해야 해요. 일단 있는 월출산부터 손보면 되죠. 무주 덕유산은 스키장, 와인동굴이 유명해요. 고창 선운사도 단풍구경과 함께 복분자를 내세우고 있어요. 그에 반해 우리 천황사, 도갑사는 너무 휑하죠. 제가 도갑사에 살았어요. 그때만 해도 식당가가 있어서 시끌벅적 했었거든요. 생태 프로그램과 특화상품 판매 등 주변 마을과 적극적으로 연계해야 해요. 기찬랜드와 국민야영장도 월출산벨트에 포함하여 도로정비나 마케팅을 잘해야죠.

문> 영암에서 살 건가요?

강혜윤> 영암에서는 꿈밖에 못 꿔요. 20년 동안 꿈꾸며 살았으면 충분한 것 같아요. 꿈을 이루려면 밖으로 나가야죠. 연구소가 생긴다면 영암에서 살 수 있어요. 일 하다가 50대쯤에는 돌아올듯해요.

고운선> 저도 은퇴하고 나서요. 만약에 로펌이 영암에 생긴다면 지역 사람들에게 도움이 되며 살고 싶어요.

문> 이번 대선에 어떻게 투표할건가요?

고운선> 저는 정치를 공부하려는 학생인데 지역주의에만 매몰 되어 투표를 하면 안 될 것 같아서 후보들을 찾아봤어요. 비인기 후보들 중에도 좋은 공약이 많았어요. 현재의 기본소득, 노령연금, 농민수당 같은 개념도 당시에는 인정받지 못한 외침들이 구체화되고 성장한 것이니까요. 너의 생각에 동의할게. 하며 한 표를 주고 싶어요. 근데 아예 가능성 없는 후보들은 뽑을 용기가 안나 더라고요. 양극단으로 치닫지 않고 여러 목소리가 나올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할 텐데. 한정된 정치선택이 안타까워요.

강혜윤> 저는 가능성이 높은 두 후보 중에 고민을 하다 둘 중 공약이 마음에 드는 후보를 뽑기로 했어요. 여론조사 1% 차이도 나지 않는 이 시점에 소신투표는 아닌 것 같아요. 투표는 전략이니까 제가 싫어하는 후보를 막기로 했어요.

문> 내가 바꾸고 싶은 대한민국은?

강혜윤> 과도한 경쟁체제요. 알이 먼저냐 계란이 먼저냐 같은 문제라 쉽지 않아요. 하지만 취업 시장을 고치면 교육은 따라올 거예요. 학벌에 대한 인식은 이미 만연해요. 이게 더 이상 넘어 올수 없게 바리게이트를 쳐야죠. 사람을 뽑는데서요. 블라인드 테스트를 더욱 확대해야 해요. 살아온 19년의 인생과 앞으로의 60년을 오로지 대학간판이 대변 한다는 게 말이 되나요? 물고기처럼 사람도 담긴 그릇에 따라 천차만별의 크기가 돼요. 일단 채용시스템에서 학벌을 배제하면 학생들도 자연스럽게 좋은 대학에 가지 않아도 살만하다고 생각할거에요.

빈민 구제 시스템도 더 확대해야죠. 잘나든 못나든 인간으로서의 생계를 보장할 수 있게 기본소득을 더 늘려야 해요. 최저생계가 확실히 보장되면 소득불평등도 개선 될 거예요. 2등,3등도 웃는 사회가 되길 바랍니다.

고운선> 법은 서민들에게서 멀리 있어요. 최근에 미성년 파산에 관한 다큐멘터리를 봤어요. 연락도 닿지 않는 부모가 죽었는데 빚이 아이에게 상속 된거죠. 상속포기는 그 사실을 인지 후 3개월 안에 해야 한대요. 저와 같은 고등학생아 아무것도 모른 채 빚을 떠안고 배달 일을 하며 빚을 갚아나가고 있었어요. 저는 그런 사각지대에 있는 사람들을 케어해 주고 싶어요. 전문 센터를 만들어 담당 변호사를 배치하고 좀 더 적극적으로 법률 문제에 대해 조언을 주고 싶어요.

문> 후보 중에 마음에 드는 공약 있어요?

고운선> 연대 관계등록제가 마음에 들어요. 1인가구가 워낙 많잖아요. 보호자가 없는 긴급한 상황에 놓일 수 있는데 이 제도를 이용해서 혈연관계가 아니더라도 자신이 등록한 친한 사람이 보호자.대리인 역할을 할 수 있다고 해요. 동성혼 등 새로운 형태의 가족도 차별받지 않을 수 있는 제도적 기반이 될 거라 생각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