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참발효연구소 대표 김명성

월출산을 봉우리까지 차오를 듯 쉼 없이 내리던 비가 지나간 자리에 황홀할 만큼 아름다운 금빛가루 가을 햇볕이 온 마당에 내려앉는다. 마당 주변 화단에 하나 둘, 꽃 몽우리를 터트리는 코스모스, 아마도 주말이면 한창 일듯 싶다.
황홀한 아침 햇살이 들어온 마당 위를 거닐면서 바라보는 장독대는....... ‘행복’이다. 항아리들도 나와 같은지 이런 저런 향으로 반겨준다. 세상사람 어느 누구나 나와 같은 경험을 한다면 온몸에서 반겨주는 행복의 리듬을 느낄 거라 생각해 본다.
고향에 내려와 항아리를 마주한지 5년이라는 세월이 지나가고 있다.
아버지도 어머니도 농사가 전부였고, 초등학교 때부터, 성인이 된 지금까지 내 눈에 가장 많이 보이는 것은 논과 밭이 있는 들녘이다.
영암은 농업을 중심으로 생활 하는 ‘농경문화’권이다. 논, 밭에 농작물을 심고, 수확해서 생활하는 전형적인 시골인 것이다.  
영암이 고향인 나는 이곳 시골에서 먼 훗날의 나를 꿈꾸기 위해 도시에서의 직장생활을 접고 30대 후반에 귀촌을 했다. 도시에서 병원 행정직원으로 근무했던 과거의 나는 아침에 출근해서 저녁에 퇴근하는 그런 평범한 회사원이었다. 평범한 샐러리맨을 남편감으로 원했던 아내에게는 안성맞춤이었기에 귀촌의 반대는 당연했다. 그런 아내를 설득하여 함께한 지금의 시골생활은 하루하루 내일을 꿈꿀 수 있어서 좋다.
귀촌을 생각하면서 고민하고, 준비하였던 것은 ‘발효음식’이었다.
처음에는 큰 부담 없이 다가섰던 발효음식이 가까이 다가갈수록 고민과 의문을 안겨주었다. 공부를 위해 전국 곳곳을 찾았고, 논문, 정보매체 등 다양한 곳에서 자료를 찾았다.
발효음식에 대한 정보는 수없이 많고, 전문가도 많았지만, 정작 논리적인 해석이나 내용정리와 같은 부분은 아쉬움이 많았다.
특히 현장에서 만들어지는 발효음식(된장, 간장, 고추장, 등)은 많은 부분이 구전으로 전해지 내용이 주를 이루고 있었다. [예를 들면 된장을 담그기 위하여 첫 번째 작업으로 콩을 삶는데, ‘콩을 왜 삶는지’에 대해서는 설명해 주는 곳이 없었다. 단순히 콩을 익히기 위해서 삶는다는 1차원적인 설명이 아닌, 논리적인 설명이 없는 것이다.]
그러한 어리둥절한 기분 때문이었을까? 이후로 더 고민하고, 더 많은 책과 자료를 찾아보고, 연세 많은 어른들을 찾아다니면서 나눈 대화를 정리하였다. 자료를 수집하고, 정리하면서 직접 만들어 보는 과정은 나에게 있어 가장 큰 재산이 되었다. 지난 과정에서 감탄하고, 고개를 끄덕였던 때를 생각하면 지금도 전율이 느껴진다.
“와~! 몰랐던 것이 아니구나. 시대적인, 상황적인, 환경적인 문제가 있었을 뿐, 모든 걸 알고 계셨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