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인박사를 널리 알리고 끊임없는 조사와 연구에 힘써왔던 (사)왕인박사현창협회가 2021년 왕인박사 학술대회를 개최하며, 왕인박사 출생설의 배경에 대해 학술적 연구 보고를 진행했다.
 
지방자치 시대에 맞춰 자치단체마다 콘텐츠 경쟁이 치열하다. 특히 위인과 관련된 콘텐츠가 많은데 비해 논증이 부족한 것들이 대다수이다. 사실 근거가 부족한 단순한 가설만으로, 또는 역사를 왜곡하면서까지 만들어지는 콘텐츠는 매우 위험한 일이다. 지금도 수없이 생산되고 있는 이러한 콘텐츠들로 인해 소요되는 자원과 시간 낭비는 미래동력을 저해하는 요소이다.
 
역사는 가설이 아니며 소설도 아니다. 이러한 차원에서 왕인박사에 대한 고증 연구와 조사에 꾸준히 노력하고 있는 (사)왕인박사현창협회와 학자들의 연구는 존경을 받아 마땅하다. 설령 영암이 아닌 충남 공주, 부여로 확인이 될지라도 굳건히 연구에 힘을 쏟아주길 바란다.
 
영암우리신문은 이러한 연구에 대해 지역민들이 함께 알아갈 수 있도록, (사)왕인박사현창협회와 함께 2021 왕인박사 학술대회를 통해 밝힌 영암 출생설의 배경을 연재한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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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례 -
Ⅰ. 머리말
Ⅱ. 왕인박사 영암출생설의 몇 가지 문제
  1. 왕인박사 영암출생설의 연구사적 검토  
  2. 고려 명종 때의 문인 金克己의 시문 분석
  3. 王仁과 道詵의 탄생 설화
  4. 道詵 入唐說의 문제와 月嶽山 聖人
Ⅲ. 잊혀진 전설의 史的 복원 : 王仁의 渡倭와 荒田別 
Ⅳ. 맺음말
 

<349호에 이어>

전지태자가 귀국하여 왕위에 즉위하자 千熊長彦 편에 久氐를 딸려 보냈거니와(神功皇后 49년, 405), 이 때에 왕인이 久氐와 함께 왜에 건너 갔을 가능성도 없지는 않다. 아니면 󰡔삼국사기󰡕에서 한성(漢城) 사람 해충(解忠)이 전지태자에게 당시 한성 내 국정에 대해 고지하면서 왕인박사를 데려왔을 가능성도 없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일본서기󰡕 응신기의 기사에 따른다면, 왕인은 古奚津과 意流村(州流須祇)에서 전지태자의 명에 따라 荒田別과 함께 왜에 파견되었을 가능성이 훨씬 높지 않을까 한다. 영암 지역의 잊혀진 전승으로 남겨진 聖神이나 상대포의 전설, 石人像 등은 이러한 역사적 배경에서 생성되어 잊혀진 것이 아닐까 생각해 볼 수 있을 듯하다.
아무튼 그후 백제와 왜의 교류는 주로 千熊長彦과 久氐에 의해 이루어졌거니와, 신공황후 50년(406) 久氐를 왜에 사신으로 파견하였고, 신공황후 51년(407)에는 왜가 구저의 귀국편에 천웅장웅을 백제에 파견하였다. 그 이듬해(神功皇后 52, 전지왕 4, 408)에 백제는 다시 왜왕에게 칠지도 등을 보냈던 것이다. 
또한 응신천왕 20년(전지왕 5, 409)에는 阿知使主가 17현의 대규모 무리를 거느리고 왜로 이주하였거니와, 이는 아무래도 백제 내의 정치적 파동과 관련하여 집단 이주가 있었을 것으로 짐작된다. 이는 전지왕대 전반에 전남 지역에 잔존한 마한세력에 대한 정치적 복속 관계를 예상할 수 있게 하거니와 우리 학계가 풀어야 할 또다른 과제라고 할 수 있을 듯하다. 그런데 그로부터 80여 년 뒤에 제작된 ｢隅田八幡 人物畫像鏡｣(동성왕 13년, 491)에는 아지사주의 후예 ‘歸中 費直’이 백제에 다시 귀화하여 斯麻의 사신으로서 일본에 체류중이던 동성왕에게 파견되었음을 살필 수 있다. 당시 백제의 왜에 대한 문물 전수뿐만이 아니라 인적 내왕의 왕성함으로 볼 수 있거니와, 歸中 費直의 존재는 아지사주의 왜 이주와 관련하여 전라도 일원에 산재한 왜계 고분의 정체성을 밝힐 수 있는 문자 자료로서 그 의미를 새길 수 있지 않을까 한다.  

Ⅳ. 맺음말
본고에서는 현재 부정론과 긍정론이 평행선을 달리고 있는 왕인박사 영암 출생설이 지니고 있는 문제와 한계점을 지적하고, 왕인이 왜에 파견된 시기와 관련하여 그 역사적 배경을 밝히고자 하였다. 특히 왕인의 일본 파견 시기를 칠지도 제작시기와 관련하여 살피고, 왕인을 초치하기 위해 파견된 󰡔日本書紀󰡕 荒田別 기사를 분석, 검토함으로써 王仁 渡倭의 영암 관련성 여부를 살피고자 하였다.     
먼저 왕인박사 출생설에서 문헌적 근거로 제시한 󰡔신증동국여지승람󰡕 영암군 고적 崔氏園조의 김극기 시문을 검토하여, 동 시문의 相師는 ‘왕인이 관상을 잘 한다’고 보기보다는 동 승람에서 인용된 ‘달마산 도솔암에 華嚴祖師 湘公이 거처하였다’는 전승과 관련된 것이고, 월출산 위의 신광을 보고 성인을 뵈어 동구(洞口)의 쑥과 띠를 베어 집을 짓고 다시는 故里를 생각하지 않았던 주체는 백 명의 해상(海商)이며, 자금(紫金)의 상(像)과 무너진 像閣과 方墳을 본 주체는 김극기임을 밝힘으로써, 왕인의 흔적을 살필 수 없었음을 밝혔다. 
다만 동 시문에서 왕인을 특정할 수 없는 것은 분명하지만, 神光이나 謁聖, 그리고 자금(紫金)의 상(像)이나 方墳 등은, 고려 중엽에 월출산을 둘러싸고 이어온 과거의 사적이 있었음을 반영하며, 도선과 또다른 神聖한 존재에 대한 전승이 있었을 가능성을 상정할 수 있었다.  
왕인박사의 영암출생설이 일제시기 문헌 󰡔조선환여승람󰡕에 보인다는 점에서 1932년 일본승려 아오키 게이쇼(靑木惠昇)가 조선인을 대상으로 內鮮一體 정책을 관철시켜 침략전쟁에 동원하기 위한 것이라는 견해가 있었지만, 1927년 5월에 발표된 ｢영암행｣(󰡔신민󰡕 25)이란 답사기에서 이미 1927년 당시에 영암지방에 왕인 출생지설이 유포되었던 사실을 확인하는 견해가 있었음을 소개하였다. 
왕인박사 영암출생설은 영암이 왕인박사 탄생지였다는 전설에서 출발한 것으로서, 문헌자료로써 왕인의 사적을 증거하지 못하였다는 약점이 있음을 지적하였다. 이에 도선국사의 전설이 왕인박사의 전설에 편입되었다는 주장과 반대로 왕인박사의 전설이 도선국사의 전설에 차용되었을 것이라는 주장을 검토함으로써, 후대의 왕인 박사 탄생설화에서 도선국사의 탄생설화를 채용하지 않았을까 생각하였다. 
다만 비교적 많은 기록을 전하는 도선국사와 관련된 도선의 어머니 성씨와 탄생설화, 聖起(基)와 鳩林이라는 지명의 생성과정, 그리고 도선의 입당설을 검토하였다. 이에 ｢백룡사 선각국사비｣에서 도선을 ‘영암’ 출신이라 한 것이, 고려시대에 동 탄생지에 최씨원이 들어서면서 모친의 성씨가 최씨로 바뀐 것임을 확인하고, 그러한 변화에는 고려 태조를 도운 최지몽(崔知夢, 907~987)으로 대표되는 최씨가 영암에 세거한 데서 비롯한 것으로 추정하였다.
현재 聖基洞의 전신 지명으로 ‘聖起山僻村’은 1653년에 건립된 ｢도갑사 도선국사비｣에 처음으로 등장하거니와, 󰡔신증동국여지승람󰡕이 완성된 1530년(중종 25) 이후로부터 도갑사 도선국사비가 건립된 1653년 사이에 聖起山이란 지명이 나타나고, 이후 李夏坤(1677~1724)의 󰡔頭陀草󰡕(18책)에 실린 ｢南遊錄｣에 聖基洞, 聖基峰 등의 명칭이 처음으로 등장함을 밝혔다. 또한 鳩林은 󰡔세종실록지리지󰡕에서 ‘비둘기가 와서 날개로 이를 덮고 있었다’는 전설만을 소개하였던 것을, 󰡔신증동국여지승람󰡕에 이르러 동 전설에 ‘수리’의 화소가 추가되면서 ‘구림(鳩林)’ 또는 ‘비취(飛鷲)’라는 지명이 비로소 등장하였다. 
도선의 탄생 설화는 ｢백룡사 선각국사비｣에서 구슬을 먹고 임신하였던 것이, 고려 말 金敬叔의 󰡔周官六翼󰡕을 바탕으로 한 ｢세종실록지리지｣에서 최씨원의 오이로, 그리고 ｢도갑사 도선국사비｣에서 다시 강가의 오이로 화소가 바뀌어 시대의 변화에 따른 전승의 변이양상을 살필 수 있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도갑사 수미선사의 경우 종전의 구슬을 먹고 잉태하였다는  전승을 유지한 바, 영암지방에 두 계열의 탄생 전설이 함께 전해져 왔던 것으로 보았다. 아울러 도선의 입당과 관련한 상대포 전설은, 도선의 입당설이 부정되는 상황에서 또다른 존재의 상대포 관련 전설이 도선의 전설에 부회된 것이 아닐까 추측하였다. 
한편 󰡔조선환여승람󰡕에서 왕인이 고이왕 52년 을사년에 일본에 파견되었다는 기록은, 󰡔일본서기󰡕 응신천황 15년조의 기사에 대한 󰡔해동제국기󰡕 이래 󰡔청장관전서󰡕의 설을 따른 것으로 보았다. 
또한 󰡔일본서기󰡕 응신천황 15년조 왕인박사 왜 초치 기사에 등장한 荒田別이 같은 책 신공황후 49년조에 등장한다는 점에 주목하여 그 절대 연대를 찾고자 하였다. 특히 神功紀에 등장한 木羅斤資에 대하여, 그의 아들 木滿致가 420년 久爾辛王이 즉위하였을 때에 국정을 잡았던 인물이라는 점을 주목할 수 있었다. 또한 신공기 49년조의 백제‧왜군의 전투 지역이 광개토대왕릉비｣ 영락 10년(400)조에 보이는 任那加羅의 從拔城이나 安羅 지역의 전투와 상응함을 살필 수 있었다. 이를 다시 󰡔일본서기󰡕 응신천황 15년조에서 荒田別을 백제에 보내 왕인을 초치한 기사와 비교함과 아울러 칠지도 제작 연도 전지왕 4년설(408)을 따를 때에 신공기 52년의 칠지도 헌상기사와 일치함을 알 수 있었다. 따라서 신공황후 49년과 50년의 기사는 각각 응신천황 15년과 16년에 상응하는 기사임을 알 수 있었다. 다만 신공왕후 49년조 기사에 영락 10년(400)의 전투기사가 실린 것은, 응신천황 15년(405) 왕인박사를 초치하고자 荒田別을 보낸 前史로서, 이들 기사를 그의 家乘에서 채록한 때문이 아닌가 생각하였다. 
그렇다면 왕인 박사를 초치하고자 荒田別을 보낸 것은 아신왕 14년(405)임이 분명하며, 神功紀 49년조 古奚津 도착 이후의 기사를 󰡔삼국사기󰡕 전지왕 즉위년조의 기사와 비교할 때에, 전지태자가 아신왕의 부음을 듣고 荒田別이 이끄는 왜병 100명을 거느리고 古奚津과 意流村(州流須祇)에서의 행적을 보인 것이며, 이들 지역은 백제 남방 경계선 이남 지역으로서, 음운학상 영암의 백제 명칭 月奈가 ‘돌‧두르’에서 비롯한 ‘州流’였을 것으로 미루어, 영암 지역에서 이루어진 행적일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보았다. 
당시에 荒田別은 意流村에서 환대를 받고 古奚津에서 왜로 귀국한 것으로 여겨지거니와, 이로써 그가 데리고 갔다는 왕인은 아무래도 古奚津과 意流村(州流須祇)에서 대동하였을 가능성이 높지 않은가 추정하였다. 이에 영암 지역의 잊혀진 전승으로 남겨진 聖神이나 상대포의 전설, 石人像 등은 이러한 역사적 배경에서 생성되어 잊혀진 것이 아닐까 하는 가설을 제시하였다.
그후 전지왕대 백제와 왜의 교류는 남다른 것으로서, 전지왕 5년(409)에는 阿知使主가 17현의 대규모 무리를 거느리고 왜로 이주하였거니와, 이는 아무래도 정치적 파동에 따른 것으로서 주목해야 할 사건이 아닌가 한다. 이는 전지왕대 전반에 전남 지역에 잔존한 마한 마한세력에 대한 정치적 복속 관계를 예상할 수 있게 하거니와, ｢隅田八幡 人物畫像鏡｣(동성왕 13년, 491) 아지사주의 후예 歸中 費直이 백제에 다시 귀화한 사실과 관련하여 향후 풀어야 할 과제라고 생각한다.

<1편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