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0년대 후반부터 시작된 학교급식, 도시락을 싸서 가지 다니던 우리 세대에겐 참으로 생소한 단어다. 급식의 시행으로 늘 도시락들의 책가방도 많이 가벼워졌다. 일렬로 서서 급식을 배식 받는 가운데 아이들은 질서의식도 터득한다. 

5대 영양소를 고루 갖춘 식사를 공급받는 우리 아이들은 인스턴트 음식에 길들여져 편식하는 아이들의 습관까지 교정되어 가고 있을뿐더러 도시락만을 전문으로 하는 업체가 생겨나 호황을 누리고 외식산업이 발달되었다는 요즘이지만 그래도 도시락 먹던 그때가 눈앞에 아른거린다. 지금의 풍요로움 속에서 왠지 어릴 때의 노란 큰 단무지가 그리워지는 것은 도시락 하나 변변찮게 싸지 못했던 상처보다는 아름다운 어린 시절에 얽힌 추억 때문일 것이다.
 
점심시간, 식사가 끝난 후 어느 순간 삼삼오오 친구들의 양팔을 잡고 뛰노는 아이들이거나 춥거나 덥거나 아랑곳하지 않고 운동장을 차고 넘치게 하는 저 아이들의 모습이 우리 어른들의 일상에 큰 활력이며 의욕임을 깨닫는다. 학교급식에 참여하면서 비단 학교급식으로 하여 요즘 어머니들이나 아이들에게 많은 충족함과 편리해짐도 있지만 우리는 아직도 잊힐 수 없고 빼놓을 수 없는 밥상머리 교육이라는 중요한 부분이 교육의 한 자리 ‘턱!’하니 차지하고 있음도 느낀다.
 
학교에서도 가정에서와 마찬가지로 식사 예절을 늘 지도하고 실천하면서 교사들은 식사 시간까지 교육의 연장으로 본이 되고 있는 것이다. 옛날 우리들은 조부모님 밥상은 아주 특별했었다. 농촌에 결손아동이 많아지게 되고 모든 음식이 전문가의 손맛으로 넘어가고 있다 보니 진정 어머니의 정 깊은 맛이 사라지고 아울러 밥상머리 교육마저 옛이야기가 된 듯 하지만 엄마 아빠 같은 담임선생님과 마주하는 점심시간, 또는 교장선생님의 식사하시는 모습으로 더 긴장하고 조심하고 질서를 더 지키려 애쓰는 아이들의 모습에서 분명 밥상머리교육은 우리 부모님으로 하여금 배워왔던 것처럼 우리 아이들의 생활에도 잠재하고 있음을 알 것 같다.
 
그것은 우리 어른이 어른의 자리에 있어주는 그것만으로도 교육이 되고 있다는 것을 말이다. 밥상머리에서의 인연으로 만나고 헤어지는 일들이 반복되어지건만 해가 지나고 졸업하는 아이들을 보내면서 참 많이 자라고 성숙해진 우리 아이들의 모습이 가슴 안에 가득해진다. 떠나야 할 날을 기약해놓고 날마다 아이들의 밥상이 더욱더 소중하고 중요하게 가슴 한 자리 파고드는 것을 보면 어떤 과정으로써의 인연보다도 식사를 함께 나누는 인연이야말로 무엇보다 따뜻하고 깊다는 것도 느껴본다. 한 끼 밥보다 소중하고 귀한 우리아이들이 꽃 진 자리에 다시 꽃피는 저력으로 오늘 우리 어른들에게 활력인 것처럼 인연을 소중히 여기며 둥글지만 강하게, 부족하더라도 감사할 줄 아는 어른의 모습으로 자라기를 소망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