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남농산어촌유학, 정부혁신 우수사례 선정
영국 BBC 방송, 월등초등학교 유학 조명

코로나19의 장기화로 인해 전라남도교육청의 ‘전남농산어촌유학 프로그램’이 주목을 받고 있다. ‘전남농산어촌유학 프로그램’은 학생들에게 자연과 환경을 공부할 기회를 제공하고, 작은학교와 지역사회에 활력을 주는 도·농 상생모델이다. 

이러한 점에서 높은 관심과 호응 속에 지난달 초에는 교육부가 주관한 ‘2021 교육분야 정부혁신 우수사례 경진대회’에서 우수사례로 선정되기도 했다. 또 유학생과 학부모의 높은 호응도에 해외 유력 언론들도 ‘코로나 시대의 새로운 교육 대안’이라고 소개하고 있다.

세계 최대 공영방송인 영국 BBC도 지난 6월, BBC월드뉴스와 인터넷 뉴스 사이트 아시아판을 통해 전남농산어촌유학 프로그램을 보도했다. BBC는 ‘서울 학생들 농촌으로 향하다’라는 제목의 영상뉴스를 통해 순천시 월등초등학교로 유학 온 서울 학생 7명의 학교생활과 일상의 모습을 생생하게 전달했다.

전라남도교육청은 지난해 12월 서울시교육청과 업무협약을 맺고 올 1학기에 1기 프로그램의 운영을 시작했다. 서울 학생들만 대상으로 했던 1기에는 82명의 학생들이 참여했다. 2학기부터는 서울을 비롯한 수도권과 광주로 확대해 2기 프로그램에는 초등학생 139명과 중학생 26명 등 총 165명의 유학생들이 참여하고 있다. 지역별로는 순천 25명, 화순 24명, 영암 20명, 구례 17명, 장성 14명 등 전남 17개 시·군 37개 학교로 전학해 유학생활을 하고 있다. 

도농복합도시 순천···도심과 농촌 상황 대비

 이렇듯 2기에 거쳐 전남농산어촌유학 프로그램이 운영되고 있는 가운데, 가장 진일보한 모습을 보이는 지역은 순천시이다. 단순히 가장 많은 유학생들이 참가해서가 아니라, 굳이 타 지역과 비교하고 싶지 않더라도 눈에 띄게 비교될 수밖에 없는 특별함이 전개되고 있기 때문이다. 

순천시는 13개의 동과 1개 읍, 10개의 면으로 구성된 전형적인 도농복합도시다. 근현대 역사에 따라 행정구역의 변화가 컸던 지역이다. 순천군, 승주군, 낙안군 등으로 병합과 분리가 잦았으며, 현재의 여수시 북부도 조선시대 말까지는 순천(당시 순천부)이었다. 지금의 순천시는 1995년 지방자치제도의 부활과 함께 실시된 전국행정구역 개편으로 전형적인 농촌지역이던 승주군과 하나로 통합되며 새로운 도농복합도시가 된 것이다.

통합 당시인 1995년 24만여명이던 순천시의 인구는 현재 28만여명으로 꾸준히 증가 추세이며, 특히 20대 청년층이 많은 도시이다. 하지만 전형적인 농촌·산촌지역인 과거 승주군·낙안군 지역 인구유출이 지속되고 빠르게 고령화되고 있다. 이에 따라 읍면 지역의 학교들은 학생수 감소로 통폐합 위기에 내몰렸다.

월등초, 유학생 9명 등 외지 학생 더 많아
유학생 가족, 서울교육소식지 통해 ‘만족’

순천의 작은학교들에게는 2018년 도입된 ‘제한적 공동학구제’와 올해 ‘전남농산어촌유학 프로그램’으로 위기 극복의 희망을 보여주고 있다. 영국 BBC 방송에 소개되었던 ‘월등초등학교’는 더욱 그러하다. 

월등초등학교의 현재 학생수는 총 41명인데, 이 중 월등면 소재의 학생은 19명에 불과하다. 나머지 학생들은 공동학구제를 통해 순천시내에서 유입된 13명, 서울과 광주에서 전남농산어촌유학에 참여한 9명의 유학생이 차지하고 있다. 특히 1명의 학생만 있어서 수업에 어려움이 많았던 5학년의 경우, 유학생 3명이 참여하면서 다양한 방과후 활동과 협력활동이 가능해지고 학교운영에도 숨통이 트일 수 있었다.  

순천시 북부의 해발 80m~250m 고지대에 위치한 월등면은 산림면적이 약 74%의 산촌지역으로 복사골(복숭아의 고장)로 널리 알려져 있다. 이 때문에 학교에서도 복사골 프로젝트라는 이름의 운영프로그램으로 마을과 함께하는 교육을 진행하고 있다. 
월등초등학교는 마을 주민들과 함께 복숭아를 가꾸고 수확하는 ‘월등 복숭아 생태체험’을 비롯해 마을전통놀이 만들기, 벽화 꾸미기, 마을의 역사·자연·문화 탐구 학습 등 ‘마을’과 함께하는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또 마을 경로당 등을 찾아 봉사활동을 하고, 학교 학예회를 지역으로 확장해 ‘마을과 함께하는 월등 페스티벌’도 운영된다. 운동회 역시 지역민이 함께 참여하는 ‘월등가족 어울림한마당’ 행사로 운영하며 지역민 장기자랑과 마을 운동회로 진행한다. 유학생들 역시 도시에서는 경험할 수 없었던 이런 마을 프로그램을 참여함과 동시에 친환경 생태교육의 농산어촌 유학생활을 보낸다.

학생과 학부모의 만족도도 꽤나 높다. 지난 1기부터 참여하고 있는 한 학부모는 서울시교육청 소식지 ‘서울교육’에 솔직담백한 농촌유학 생활의 소회를 남기기도 했다. 이 학부모는 “서울집에 비해 비좁고 불편한 농촌의 생활과 떨어져 지내야 하는 아빠 걱정, 일을 해야 하는 현실에 애초 계획대로 한 학기를 잘 마무리 짓고 서울로 돌아가 원래의 일상으로 복귀하려고 했다”고 밝히며 “하지만, 아이가 한 학기 더 이곳에서 지내고 싶어하며 고민과 상의 끝에 농촌유학 생활을 이어기기로 했다”고 말했다. 농촌유학이라는 기회를 통해 아이도 엄마도 새롭고 흥미로운 일상을 경험하고 있다는 이 학부모는 ‘농촌유학의 선택이 옳았다’는 확신을 가지고 있다고 한다.

주동마을, 유학생 유치로 마을에 ‘활력’
가족체류형 유학 운영···스틸하우스 6채 지어

월등초등학교에 유학을 온 학생과 학부모는 계월마을과 주동마을에서 생활한다. 월전중학교에 보내는 중학생 포함 3명의 자녀가 유학을 온 가족은 계월마을의 한 한옥을 임대해 생활하고 있으며, 나머지 5가구 7명의 유학생 가족은 모두 주동마을에서 마련한 스틸하우스에서 가족체류형 농촌유학 생활을 하고 있다.  

대부분의 마을 주민들이 복숭아를 재배하는 주동마을은 10가구도 되지 않는 아주 작은 마을이다. 마을이장을 맡고 있는 이정 씨는 40대의 마을 내 유일한 청년이자 자녀를 키우는 학부모이다. 평소 교육 분야에 관심이 많았던 이정 씨는 전남농산어촌유학 프로그램이 시행된다는 소식에 마을에도 활력을 줄 수 있다는 생각으로, 주민들을 적극 설득하고 나섰다.

주민들의 동의와 협력을 이끈 이정 씨는 마을의 운영비로 이동식 스틸하우스 4채를 구입하고 건축할 수 있게 되었다. 1채에 3000만원 이상이 투입됨에도 통큰 결단에 동참했던 마을 주민들은 실개천이 흐르는 마을 중앙의 개인 소유의 땅마저 사용할 수 있도록 협력하며 적극 나섰고 완공에 이르렀다.

서울에서 온 유학생들로 조용했던 주동마을에 활기가 넘쳤고, 유학 온 학생들은 서울에서는 느껴보지 못한 자연의 놀이터에서 맘껏 뛰어 놀며 일상의 행복을 누린다. 형과 누나가 생긴 마을의 아이도 마을에서 유학생들과 함께 놀며 더불어 성장할 수 있게 되었다. 마을에서 함께 거주하게 된 유학생 부모들도 복숭아 농사에 일손을 거들고, 특별한 체험 활동도 하며 마을 주민들과 함께 생활하고 있다.

2학기에도 한 가족이 주동마을의 농산어촌유학을 신청하며 마을 이장인 이정 씨는 고뇌에 빠졌다. 스틸하우스를 추가 구매하자니 마을 자금을 또 써야하기 때문이다. 이리저리 방법을 강구했지만, 순천시를 비롯해 지자체의 지원을 받기는 어려웠다. 당위성을 주장하고 사정해가며 간신히 귀촌과 관련한 지원금을 조금 받을 수 있었지만, 결국은 마을 운영비를 또 사용하게 됐다. 2채의 스틸하우스가 추가로 지어졌고, 2학기 동안 비어 있을 1채는 아이들의 학습공간으로 운영할 계획이라고 한다. 

주동마을 이장인 이정 씨는 “활기찬 마을로 바뀌고 있어 마을주민들이 모두 좋아하고, 유학 온 학생과 가족들도 만족해하고 있다”면서 “12명의 주민 유입이지만 이런 작은 것 하나가 소멸위기의 지역 살리기라고 생각한다. 지금보다 지자체에서 유연한 자세로 나선다면 하나의 좋은 모델이 만들어지지 않을까 생각하며 노력하고 있다”고 이야기했다.

낙안초 유학생 부모들, 낙안에 ‘빵집’ 열어
“혜택 받은 만큼 지역에 돌려주는게 도리”

월등초등학교 외에도 현재 순천에서는 낙안초등학교, 승주초등학교, 월전중학교 등 4곳에서 전남농산어촌유학 프로그램을 운영하고 있다. 
낙안읍성 민속마을이 잘 알려진 낙안면도 소재의 낙안초등학교는 유학생들이 가장 많다. 낙안초 유학생 가족들이 지난 7월 낙안읍성 앞에 작은 ‘빵집’을 열었다. 자녀를 돌보기 위해 가족체류형 유학을 선택했던 엄마들이 스스로 생활을 이어가고, 낙안면에 없었던 빵집을 열어 지역주민들에게 보탬이 되고자 함이었다. 

빵집을 운영하는 학부모들은 “전남농산어촌유학에 참여할 수 있었던 기회를 얻고 많은 혜택을 받고 있다고 생각한다”면서 “우리가 받은 만큼 지역에 돌려주고 가는 것이 도리”라고 말하며 아이들에게도 제빵 체험 등의 기회를 제공할 예정이다.

이용덕 순천교육장은 “시골의 농촌생활이 대도시 생활 보다는 불편하고 낯설 수밖에 없겠지만 학생들의 교육면에서는 순천이 더할 나위 없이 좋은 최적의 교육장소 인건 분명하다. 순천에서 만족스런 농촌생활을 이어가고 있다는 소식이 매우 기쁘고 앞으로도 순천의 아름다운 자연 환경을 벗 삼아 즐겁고 행복한 농촌살이가 되길 바란다”면서 “유학생과 본교학생들의 즐겁고 안전한 학교생활을 위해 적극 지원하겠다”고 전했다.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