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사를 짓지 않아도 청년 귀촌이 가능할까?

이런 발칙한 상상을 실험한 청년들의 귀촌 실험 ‘청년 6주 살기’ 프로젝트가 지난달 19일 영암도포황금들애권역센터에서 시작됐다.

이 프로젝트는 서울, 대구, 울산, 경기 의정부·안산, 충남 공주에서 모인 7명의 청년들이 자신들의 강점을 살려서 농촌이라는 환경에서도 먹고 살 수 있는 다양한 사업 아이템을 개발하고 실험하는 것이다. 
프로젝트가 시작된 지 벌써 4주차. 이 청년 귀촌 실험에 참여한 청년들은 과연 귀촌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고 있으며, 이 프로젝트를 통해 어떤 것을 얻고 있을까?

이민성(남, 24세) 씨는 군복무를 마치고 대학에 복학한 후, 첫 여름방학을 맞아 이번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됐다. 평소 진로에 대한 고민과 복잡하고 치열한 서울의 생활이 힘들었던 차에 ‘청년 6주 살기’는 단비와도 같았다.
그는 프로젝트 기간 동안, 본인의 취미를 살려서 직접 준비해온 장비를 가지고 ‘손주뻘 사진관’을 운영했다. 마을회관을 찾아가서 어르신들께 장수사진을 찍어드리고, 장애인복지관을 방문해서 취업사진을 찍어줬으며, 한 농아부부에게는 리마인드 웨딩사진도 찍어줬다. 

그는 청년 귀촌에 대해 “디지털 노마드(유목민)에게 귀촌은 가능해 보인다. 다만 농촌에 청년들이 살 수 있도록 체계가 갖춰져 있다면 더 좋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연주(여, 28세) 씨는 서울의 뷰티업계에서 마케팅과 디자인 일을 했었다.
퇴사 후 서울의 소음으로부터 해방되고 싶어서 이번 프로젝트에 참여하게 됐다.
그녀는 프로젝트를 통해 평소에 관심이 많았던 향수를 영암과 접목해서 ‘영암’ 하면 떠오르는 느낌을 향수로 만들고 싶다고 했다. 

그녀는 영암을 “조용하고 적막하다. 도시화가 되어 있지 않아서 좋다. 특히 밤에는 도시의 소음이 없어서 마음을 편안하게 해준다”고 느꼈다. 이 느낌을 담은 향수는 과연 어떤 향이 날까?

프로젝트에 참여한 청년들은 모두 입을 모은다.

“이런 귀촌 프로그램을 많이 운영해서 농촌에 대한 선입견을 없애는 것이 중요하다. 농촌하면 불편하고 냄새나고 그냥 싫기만 한데, 막상 살아보니까 너무 좋다”면서 “귀촌 프로젝트는 분명히 귀촌에 대해 긍정적으로 생각할 수 있는 중요한 계기가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덧붙여서 “다만 청년들이 농촌에 살려면 기본적인 인프라가 충족돼야 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청년 6주 살기’를 기획한 문화창작소(영암군 청년창업몰 입주업체)의 전민수 촌장은 “이 프로그램을 통해 당장 귀촌은 어렵겠지만, 구체적인 농촌 ‘살이’ 경험을 통해 농촌에 대한 좋은 감정을 갖게 된다면, 향후 귀촌에 대해서도 긍정적으로 생각할 것”이라고 말했다. 

또한 “프로젝트에 참여한 청년들이 떠나더라도 그들이 기획, 개발한 아이템들은 지역 청년들에게 좋은 소스가 될 것”이라면서 “그들은 지역 청년들을 위한 마중물 역할을 충분히 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번 프로젝트의 숨은 조력자인 영암도포황금들애권역센터의 김수희 사무국장이 “청년들이 영암에 대해 좋은 이미지를 가질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우리의 역할”이라고 말한 것처럼, ‘청년 6주 살기’를 끝마친 청년들이 각자 자기 위치로 돌아가서 영암에 대해 좋게 홍보해준다면, 그것만이라도 ‘청년 귀촌 실험’은 성공적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