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들이 뛰노는 학교 운동장에서 아이들의 건강을 심각하게 위협할 수 있는 중금속과 화학성분이 검출됐다.

하지만, 시설물에 대한 접근통제 조치를 취해야할 영암교육지원청과 일부 학교는 뒷짐만 지고 있는 것으로 드러나 비난의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아이들의 건강과 안전을 생각한다면 하루라도 빨리 접근과 이용을 통제했어야 함에도 1주일이나 지나서야 여유롭게 움직이는 모양새다.

전남도교육청은 지난 7월부터 11월까지 도내 374개 학교의 인조잔디와 우레탄으로 조성된 607개 시설에 대해 ‘학교운동장 유해성검사’를 실시했다.

이 조사 결과에 따르면 학산초등학교에서는 ‘프탈레이트’가, 금정초등학교와 시종중학교에서는 ‘납’과 ‘프탈레이트’가 각각 검출됐다.

세 학교에서 공통으로 검출된 ‘프탈레이트’는 내분비계에 영향을 일으킬 수 있는 환경호르몬으로 성장기 아이에게 독성이 더 강하고, 생식기 기형이나 호르몬 교란을 일으키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며 미국 환경보호청(EPA)에서는 사람에게 암을 일으킬 수 있는 유력한 물질인 ‘발암성 등급 B2군’으로 분류하고 있다.

특히, 금정초와 시종중에서 검출된 중금속 ‘납’은 신진대사가 활발한 성장기 어린이가 성인보다 높은 흡수율을 보이며 뇌 성장 장애와 심각한 신체·정신 지체를 불러올 수 있다.

전남도교육청은 조사결과를 공개한 지난 1일 각 지역 교육지원청에 공문을 통해 출입통제와 사용중지를 하달했으며 영암교육지원청은 이 같은 내용을 당일 각 학교에 전달했다.

학산초와 금정초는 공문을 전달받은 당일, 운동장과 농구장에 임시로 접근금지 줄을 설치하고 지난 목요일 접근·이용금지를 알리는 현수막과 안내판을 마련했다.

하지만, 시종중학교는 아이들의 건강에 심각한 해가 될 수 있다는 내용을 전달받고서도 1주일이 지난 7일까지 아무런 안전장치를 마련하지 않고 있다가 취재가 시작되자 부랴부랴 안전띠만 설치하는 등 안일하게 대처하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학교가 손을 놓고 있는 사이 시종중학교 학생들은 기준치를 초과한 납과 환경호르몬을 고스란히 흡수한 셈이다.

이에 대해 시종중학교 행정실 관계자는 “공문을 1일에 전달받기는 했지만 업무가 바빠 처리를 하지 못했다”고 짧은 답변만 내놨다.

하지만, 다른 학교들의 발 빠른 대처와 길어야 1시간 정도가 소모되는 접근금지 띠 설치의 낮은 난이도를 감안하면 시종중의 이 같은 답변은 설득력을 얻기 힘들어 보인다. 교육기관으로서 아이들을 먼저 생각하는 태도와 의지가 있다면 이처럼 대처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것이다.

영암교육지원청 역시 안일한 대처로 도마 위에 올랐다.

아이들의 건강과 교육을 위해 각 학교 앞에 서서 이끌고 나가야할 영암교육청은 1주일이 지난 시점까지 어느 학교가 어떻게 대처하고 있는지 파악조차 하고 있지 않았던 것으로 드러나 비난을 피하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특히, 해당 업무를 담당하는 영암교육지원청 관계자는 시종중학교가 어떠한 이유로 아이들을 위한 안전장치를 마련하지 않았는지 파악하기보다 코로나19로 인한 재택근무를 이유로 잘 알지 못한다는 답변을 내놔 재택근무와 개인휴가를 착각하고 있다는 지적마저 나오고 있다. 성실히 업무를 수행해야 할 의무가 있는 교육 공무원이 재택근무를 이유로 각 학교들의 안전장치 설치 여부를 파악하려는 시도조차 하지 않는다는 것이 합당한지에 대한 것이다.

한편, 전남교육청은 불합격 시설들을 2021년 중 본예산과 추경예산 편성을 통해 철거 후 흙이나 천연잔디로 재조성하기로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