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생 둘을 수습해준 베수건 한 장

[2016년 9월 9일 / 제89호] 우리 할머니집 마실꾼들 이야기 - 8 영암우리신문l승인2016.09.12l수정2016.09.12 09: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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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 뼘 소설

▲ 시인 조 정 (영암읍 출생)

낮밥 묵기는 좀 이르다 싶을 무렵에 저 사람들이 와서 방에 있든 두 성제간을 뭉꺼서 끄꼬간디 꼭 비암 앞에 쥐맨치로 둘 다 풀기가 딱 없어져불대
따라나오먼 죽인닥해서 대문 밖 가는 것도 못 보고 인적이 없다 싶을 때사 쫓아나갔재 어디 가서 찾것능가 무작정 동각으로 강께 땅꼬네 두 째 성복이가 스쳐지나가대끼 얼렁 지나감서 안새뚱 밭으로 가보쑈 그러대

반동분자 시신에 손대는 것도 죄라고 누가 그랬능갑써 마누래들도 딸년들도 무서와서 즈가부지 죽은 자리로 오도 않고 쩌만치 밭둑에서 발을 구르고 울고 난리재마는 나는 내 동생들잉께 내가 누님잉께 수습을 해야재 내 귀헌 동상들을 개 죽은 것맨키로 버려두것능가

배에다 죽창을 찔러너서 휘휘 젓어부렀능갑대 창시가 끊어졌어도 쉽게 안 죽었능가 빙 둘러서 손이 닿는 자리는 다 빠르작거리고 풀을 잡아뜯어 놨드만 쉽게 안 죽었능갑서 얼마나 괴로웅께 온 풀밭을 헤매가꼬 열 손구락에 손톱이 한나도 없단 마시
 
먼 잘못을 했으까 내 동상들이 일본 가서 공부하고 와서 학교 선생 한 것 말고 달리 한 일도 없는디 어째 죽였능가 시방도 나는 모르겄네

창시는 끄께 나오고 시상에 그런 일도 있으까 얼굴이고 몸땡이고 피에 흙에 풀에 엉개붙어가꼬 큰 동상 보듬고 불러보고 작은 동상 보듬고 불러보고 죽은 중 암서도 혹시나 숨이나 붙어 있으까 허고 

베수건을 한나 들고는 갔재만 그리 험허게 죽은 중은 몰랐재
내 손으로 창시를 속에 너주고 밭 아래 꼬랑에서 수건 짜다가 딲어주고 또 내래가서 짜다가 딲어주고
둘 다 장대같이 큰 사람들이라 몸 한 번 움지거리기가 말도 못 허게 무겁재 그래도 날이 저물도록 그라고 있었당께 이 일을 어째야쓰꼬 내 동상들을 인자 어디 가서 볼꼬 그 생각 말고는 아무 생각도 안 나 무섭도 않고 슬프도 않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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