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녁식사를 하러 영암읍의 한 식당을 방문한 A씨는 당황스러운 표정을 감출 수가 없었다. 

A씨가 방문한 식당은 육류를 판매하는 정육식당으로 A씨 일행이 주문한 삼겹살에 당연히 따라 나와야 할 상추가 없었던 것. 식당주인은 채소 값이 고기값을 뛰어넘어 어쩔 수 없었다며 연신 미안함을 표했지만 A씨 일행의 아쉬움은 쉬이 가시질 않았다.

최장기간을 기록한 장마와 폭우, 태풍 등 이상기온의 영향으로 농산물가격이 폭등하며 식당은 물론 가정의 식탁물가까지 위태로운 상황이다.

장마 초반 시장에는 유통업체들이 비축물량을 쏟아 내며 그나마 물가잡기에 선방했다는 평가지만 비축물량이 바닥난 데다 지난달 초 전국을 휩쓴 폭우에 이마저도 큰 효과를 보지 못했다.

여기에 장마와 폭염으로 병해충이 극성을 부리는데다 태풍까지 연이어 몰아친 탓에 급등한 식탁물가가 추석까지 이어질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농산물종합유통정보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1일 무 1개의 평균가격은 3454원으로 일주일 전 2673원보다 약 30% 가량 올랐다. 당근도 1㎏ 당 평균 4242원으로 일주일 새 3.1% 오른 가격에 거래됐다.

그나마 생육기간이 짧은 상추와 애호박, 깻잎 등은 가격이 안정되는 모양새지만 김장채소인 배추 1포기 평균가격은 지난 1일 9594원으로 지난해 같은 달 3823원에 비해 60.1%, 건고추 한 근은 2만1560원으로 1년 전 1만4808원보다 45.6%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한 지역민은 “채소 값이 뛰어 집에서 밥 차려 먹기가 겁이 날 정도지만 코로나19 때문에 외식은 꿈도 못 꾸는 상황이니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고 있다”며 “곧 다가올 추석도 문제지만 올 겨울김장은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이 깊다”고 토로했다.

영암농협하나로마트 관계자는 “채소류 출하량이 들쑥날쑥해 채소류 가격을 예측할 수 없는데다 수요 예측이 어려워 발주 물량을 맞추는 데 어려움이 많다”며 “최근 정부가 대책마련에 나선 만큼 추석 전까지는 어느 정도 안정세에 들어서길 기대하고 있다”고 밝혔다.

한편, 지난 8월 정부는 ‘농산물 수급 안정 비상 TF팀’을 꾸리고 주산지 동향 및 수급 상황에 따라 가격이 일시적으로 오른 품목은 농협 계약재배 물량을 조기 출하하는 등 가격 관리에 나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