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과 어우러진 아름다운 도서관
1624년 조선의 16대 왕인 인조가 ‘이괄의 난’을 피해 공주로 피난을 가는 길에 배고픔을 참지 못하자, 유생 김이(金怡) 등이 죽을 쑤어 올렸고 인조가 말 위에서 그 죽을 다 마시고 공주로 향했다고 한다. 그 뒤 임금이 말 위에서 죽을 마셨다하여 그 장소는 ‘말죽거리’라는 이름이 붙었다고 한다.

서울시 서초구 양재동 ‘말죽거리 공원’과 시민들의 휴식처인 ‘양재시민의 숲’ 사이에는 양재천이 흐르고 있다. 잘 정비된 양재천변 앞 산책로와 접해 있는 ‘서초구립 양재도서관’은 자연친화적인 환경에 걸맞게 산뜻한 아름다움을 추구했다.

지난해 11월 문을 연 양재도서관은 자연친화적 위치, 편리한 시설, 다양한 문화 프로그램 등으로 이용자들의 큰 호응을 얻고 있다. 도서관 외부는 물론 내부 구석구석을 자연친화적인 공간으로 연출하기 위해 세심하게 배려한 점도 눈길을 끈다.

자연채광 효과는 물론 양재천 산책로를 내려다볼 수 있는 통유리와 돌출형 테라스가 있는 감각적이고 친환경 디자인 건물인 양재도서관은 서초구청이 기존의 도서관의 기능을 넘어 새로운 라이프스타일과 지식문화정보를 함께 즐길 수 있는 복합문화공간으로 조성하고자 야심차게 준비했다고 한다.

사람 중심의 도서관…‘떠들 수 있는 공간’
독서도 하고 힐링도 하는 특화된 도서관
책·휴식·문화가 흐르는 열린 공간, 도서관의 정보와 지역주민의 풍부한 경험과 지혜가 어우러지는 지식문화공동체의 플랫폼, 양재천의 자연환경과 어우러진 멋진 조망권을 갖춘 친환경 도서관으로 준비된 양재도서관은 다양한 독서문화 활동과 지역 커뮤니티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이곳은 책 중심의 기존 도서관 개념을 탈피하고 ‘사람 중심의 도서관’이라는 테마로 도서관의 혁신을 만들고 신개념 복합문화공간으로 운영하고 있다. 

‘사람 중심의 도서관’이라는 거창한 표현을 쉽게 풀어 말하자면, 양재도서관은 ‘시끄러운 도서관’을 콘셉트로 운영하고 있다고 할 수 있겠다. 부모가 자녀들에게 소리 내서 책을 읽어주고, 누구나 자유롭게 대화를 나누는 등 양재도서관은 정숙하고 조용한 곳이라는 정형화된 틀을 깼다는 것이다. 

특히 1층은 와글와글 떠들 수 있는 공간으로 만들어졌다. 지하 1층부터 3층까지 4층 구조로 되어 있는 양재도서관은 세대별로 특화된 공간이나 개별 공간이 마련돼 있다.

1층의 키즈나래(유아자료실)는 놀이방처럼 꾸며져 어린 아이들이 안전하게 책과 함께 놀 수 있도록 했고, 어린이자료실은 호기심을 자극하는 다양한 콘셉트의 공간이 돋보였다. 

2층의 종합자료실은 ‘가로수길, 지식의 숲’을 테마로 꾸며졌는데 양재천 산책길에서 아이디어를 얻었다고 한다. 서가 옆에는 바로 책을 검색할 수 있는 터치스크린이 설치돼 자연과 기술이 접목된 공간이었다. 또, 2층 창가에 1인 소파와 테이블을 비치해 양재천을 바라보며 독서와 사색을 함께할 수 있다.

3층은 문화교실, 북카페, 다목적강당 등을 갖춘 복합문화공간이다. 현재 전시공간에는 임영균 작가가 유네스코 문화유산인 세계 각지의 도서관을 촬영한 ‘도서관 속의 도서관 Library in the Library’ 전이 열리고 있었다. 또, 도서관 이용자들이 필요한 도서도 구매할 수 있는 북카페 ‘라이브러리샵(#)’과 다리를 올리고 편히 기댈 수 있는 리클라이너 소파로 책을 읽으며 휴식도 취할 수 있는 ‘엄마의 독서룸’이라는 공간으로 꾸며졌다.

녹음이 우거진 환경이 펼쳐져 보이며 흐르는 양재천을 내려다볼 수 있는 등 주변과 잘 어우러져 장관을 이루는 옥상의 하늘정원 등 개성적인 콘셉트를 지닌 양재도서관은 빼어난 매력을 갖추고 있었다. 

지역서점에서 구입한 도서 반납 시 ‘페이백’  
서초 희망날개북서비스, 서초 책나르샤, 서초 북페이백, 책이음, 책바다, 책나래 서리풀 e책장터. 양재도서관에서는 생소한 이름의 다양한 도서관 서비스들도 운영되고 있다.

가장 눈에 띄는 서비스인 ‘서초북페이백’은 지역서점에서 구입한 도서를 읽고 3주 이내에 반납하면, 구입금액을 도서관에서 돌려주는 서비스다. 도서관의 대출도서로 재활용되는 이 서비스는 대출 한달에 3권까지 가능하다고 한다.

또, 도서관 방문이 어려운 서초구의 임산부, 영아 보호자, 어르신을 대상으로 양재도서관 소장 자료를 택배를 통해 가정으로 대출(수령), 반납(회수) 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서초 희망날개북서비스’, 시각장애인과 청각·지체·신장·심장·뇌병변장애인의 도서관 이용 편의를 위해 우체국과 협약을 맺고 도서관 자료를 무료로 집까지 배달해주는 ‘책나래 서비스’ 등이 운영되고 있다.

처음 도서관을 방문했다는 이용객은 “입구에서 QR코드를 찍고 본인을 확인한 뒤 전신 소독 후 비닐장갑을 끼고 나서야 입장할 수 있어서 너무 까다롭지 않나 하고 생각했다”면서 “하지만 도서관에 들어오니 답답함은 찾을 수 없고, 마치 공원에서 책을 읽는 듯한 느낌이 들어 소풍을 온 기분이다”고 말했다.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