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회·주물럭·백숙·흑임자죽 ‘코스요리’ 일품
호불호 강한 오리백숙도 잡냄새 없이 담백 
아삭한 해남더덕으로 만든 더덕무침도 별미

전 국민 열에 아홉은 한 여름 보양식하면 가장 먼저 ‘토종닭백숙’이 떠오를 것이다.
가슴이 뻥 뚫리는 진한국물 한 모금에 쫄깃한 고기 한 점, 남녀노소 누구나 사랑할 수밖에 없는 ‘보양식의 왕’ 토종닭 백숙의 명가, ‘월출산이야기’를 소개한다.

지난 1976년, ‘광주식당’으로 처음 문을 연 ‘월출산이야기’는 한 때 전국적으로 유명세를 떨쳤던 도갑사 토종닭 코스요리의 원조다.

조 윤 대표는 도갑사 인근의 백숙식당들이 모두 일반닭을 사용할 때, 토종닭 코스 요리를 도입하며 큰 인기를 끌었다. 월출산이야기의 조 윤 대표는 토종닭 코스의 탄생비화를 이렇게 얘기한다.

“젊었을 적 참 부잡하게 놀았지요. 친구들과 산이란 산은 다 뒤지고 다니면서 꿩 사냥을 많이 했습니다. 꿩이란 놈은 푹 익어도 가슴살이 고무 같아요. 그래서 막 잡은 꿩은 육회로 먹죠. 그 방법을 장모님께서 도갑사 앞에서 운영하시던 백숙요리집에 적용한 것이죠.”

시골 할머니들이 소일거리 삼아 집에서 기른 토종닭이나 방생닭, 소규모 농장의 닭을 사용하는 월출산이야기의 백숙은 황칠나무를 비롯한 여러 가지 한약재를 넣고 압력솥에 푹 고아 아 손님상에 낸다. 황칠에서 우러나온 진한색깔을 띠는 육수는 자연스레 엄지를 치켜세운다.

일단, 코스요리를 주문하면 여러 가지 김치와 닭 육회가 나오는데 여기에 조 대표의 30년 노하우가 담겨 있다. 기생충제거는 물론 육회의 풍미가 올라가도록 직화소독을 한다.

직화소독을 거친 가슴살은 특제양념장에 버무려 나오는데, 닭육회에 거부감을 갖고 있는 여성들도 고개를 끄덕일 만큼 달달하면서도 매콤하고 쫄깃하면서도 부드러운 맛이 일품이다.

밑반찬으로 나오는 더덕무침은 닭과 궁합이 좋아 같이 쌈을 해도 좋다. 

육회가 싫거나 익힌 가슴살을 좋아한다면 같이 나온 주물럭에 넣어 익혀 먹어도 좋다.

매콤달콤한 양념장에 다양한 채소들이 들어간 주물럭은 크게 자극적이지 않아 초등생정도면 맛있게 즐길 수 있다.

이 집 백숙코스요리의 육회, 주물럭도 일품이지만 진짜 ‘끝판왕’은 진한 황칠국물이 입을 쉬지 못하게 만드는 백숙이다. 비싼 재료인 황칠을 아낌없이 넣어 맛이 아주 깊다.

황칠은 약용성이 뛰어나 진시황제가 찾은 불로초라 불릴 정도로 간 기능 개선에 탁월하고 면역력 강화와 혈액순환증진 그리고 암 예방에 효능이 있다.

약재가 들어갔지만 한약냄새가 없고 구수한 맛과 담백함이 일품이다. 국물의 깊은 맛은 국물을 떠먹을 때 마다 몸이 건강해지는 느낌이 든다.

닭고기는 압력솥에 푹 고아 퍽퍽하지 않고 부드럽다. 황칠나무만 들어가도 보약으로 인정받는데 다양한 한약재가 들어가 백숙을 최고의 보약으로 만들었다.

이렇게 훌륭한 국물에 닭이 아닌 오리가 들어간 오리백숙도 있다.

사실, 오리백숙이라면 호불호가 굉장히 갈리는 음식이지만 이 집의 오리백숙이라면 그런 걱정은 접어둬도 좋다.

월출산이야기 앞에 쫙 펼쳐진 박하 밭, 주문 즉시 박하 잎을 따 오리백숙에 넣어 잡내 하나 없이 깔끔하고 시원한 맛을 낸다. 박하나 고수같이 강한 향을 싫어하는 사람도 괜찮다. 

45년 간 쌓여온 노하우로 잡내를 없애고 강한 향을 죽이는 ‘딱’ 좋은 오리백숙을 선물한다. 

진한 국물과 쫄깃한 고기에 배가 터질 듯 부르겠지만 그냥 지나치면 후회하는 흑임자죽이 남았다. 흑임자죽은 일간 구수한 맛이 일품이다. 그냥 먹어도 좋지만 남은 고기를 찢어넣고 국물 한 국자 섞어 묵은지 한 조각 올리면 금상첨화다.

또 다른 주력메뉴 더덕무침도 월출산이야기의 유명세에 큰 몫을 한다.

이 집의 더덕무침은 예로부터 일등더덕으로 손꼽히는 강원도더덕이 아닌 해남더덕을 사용한다. 뒷맛이 쓰고 찌꺼기가 남는 강원도더덕보다는 아삭한 맛과 뒷맛이 개운하다는 이유에서다. 해남더덕으로 만든 더덕무침은 아주 아삭한 식감으로 도라지를 연상케 하기도 한다.

적당히 쌉쌀하고 달달한 더덕무침은 끝 맛이 좋아 밥 위에 올려도, 닭고기와 쌈을 싸도, 흑임자죽 위에 올려도 아주 잘 어울린다.

조윤 대표는 “우리집의 비법은 딱히 없습니다. 그저 내 자식들 못 먹이는 음식은 하지 말고 재료를 아끼지 말자는 생각이죠. 식당을 찾은 손님들이 실망하지 않고 좋은 사람과 함께 하고 싶은 음식, 먹으면 기분이 좋아지는 음식을 만들려고 노력을 하다 보니 많은 분들이 찾고 사랑해 주시는 것 같습니다”라며 “앞으로도 변함없는 맛으로 식당을 찾은 손님들이 실망하지 않는 마음 편한 곳이 되도록 노력하겠습니다”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