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칼달달, 쫄깃한 코다리에 고소한 볶음밥 ‘화룡점정’
수익 적립금 모아 사회에 환원

일반적으로 호불호가 극명한 생선요리 중에 코다리찜만큼 친근한 음식이 있을까.

입안 구석구석을 정복하는 매콤하고 달달한 양념에 쫄깃하게 씹히는 식감까지, 푹푹 찌다가도 우르르 쏟아지는 요즘 날씨에 도망간 입맛을 잡기에는 이만한 음식도 없을 성 싶다.

천황사로 향하는 길목에 있는 ‘어바우 코다리찜’은 월출산을 찾은 관광객들에게도, 영암 지역민들에게도 사랑받는 ‘자타공인’ 맛집으로 봄이 되면 건너편 들녘에 노란 유채들이 만개해 또 다른 재미를 선사한다.

순한맛과 보통맛, 매운맛으로 주문할 수 있는 코다리찜은 일단 양이 굉장히 푸짐해 대(大) 한 접시면 성인 4명이서도 충분히 즐길 수 있다. 특히, 매일 바뀌는 기본찬들은 깔끔하고 정갈한 할머니 손맛을 느낄 수 있어 밥 한 공기 뚝딱 해치우기에 전혀 부족하지 않다.

또, 식전에 빈속을 달래주는 시원한 콩나물국은 비린내 하나 없는 기본에 충실한 맛으로 전날 마신 소주의 뒤끝을 말끔히 날리며 죽었던 입맛을 되살려준다.

기본찬과 콩나물국으로 꼬르륵 거리는 배를 달래다보면 어느새 어마어마한 크기의 접시에 새빨간 옷을 입은 코다리가 등장한다. 3마리 정도의 길쭉하고 통통한 코다리와 두부, 떡 등 부재료들도 어바우만의 특재양념을 가득 품고 있어 눈으로 보는 것만으로도 벌써 맛있다. 

목포의 맛집을 2년 반 동안 설득해 얻어낸 비밀 레시피가 담긴 특제 양념장은 자극적이지 않은 부드러운 매운맛을 뽐낸다.

어바우의 코다리는 조리과정에서 이미 가시를 발라내 편하게 먹을 수 있는데 가시를 발라낸 살결 사이로 양념이 진득하게 묻어 있어 더 진한 맛을 느낄 수 있다.

두툼한 순살에 매콤달콤한 양념이 베어 어떻게 먹어도 실패 할 수 없는 맛이지만 더 맛있게 먹는 방법이 있는데 신안 자은과 완도에서 공수한 최상급 김에 코다리 한 점, 콩나물을 함께 싸 먹는 방법이다. 김이 코다리찜의 매콤함을 부드럽게 감싸며 감칠맛은 두 배로 올려준다. 

진짜는 무청시래기다. 상에 오르기까지 4번 정도의 조리과정을 거치는 시래기는 구수하고 부드러운 식감으로 코다리찜과의 찰떡궁합을 자랑한다. 굳이 코다리와 함께하지 않고 그냥 먹어도 맛있는 시래기는 정신없이 먹다보면 부족하기 마련인데 이때는 3000원으로 추가해 마음껏 즐길 수 있다.

접시에 담긴 떡과 두부도 ‘구색 갖추기’가 아니다. 시래기와 떡의 조합도 예상외로 괜찮은데다 두부의 고소함은 매콤한 양념장과 어우러져 칼칼하고 담백한 맛을 선사한다.

여러 가지 조합으로 든든히 배를 채웠다고 느껴지겠지만 아직 남아있다.

한국인과는 떼려야 뗄 수 없는 한국인의 디저트 ‘볶음밥’은 배가 불러도 꼭 먹어야 할 필수코스다. 남은양념으로 만드는 볶음밥은 접시채로 내어 가 주방에서 볶아 나오기 때문에 약간의 시간이 걸리므로 적당히 양념이 남았을 때 주문하길 추천한다.

새하얀 접시에 빨간 밥알, 사이사이 보이는 콩나물 대가리와 그 위를 소복하게 덮은 김가루와 깨를 보고 있노라면 ‘오늘 밤, 두 시간은 뛰어야겠다’는 생각이 절로 든다.

특히, 양념이 적당히 타 불맛과 고소함을 동시에 느낄 수 있는 누룽지는 테이블 위 치열한 눈치싸움의 승자만이 맛 볼 수 있는 별미 중 별미다.

이 집의 특별함은 음식에만 있는 것이 아니다. ‘어바우 코다리찜’을 운영하고 있는 이진숙 대표는 ‘밥보다 정을 팔겠습니다’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수익을 지역사회에 환원하고 있다.

한 테이블 당 1000원의 적립금을 따로 모아 지역 내 성당을 통해 불우이웃을 돕거나 소외계층을 찾아 연탄 나눔봉사, 빈민국 아이들을 돕는 국제구호까지 펼치고 있다. 2년 6개월여의 운영기간 동안 벌써 1300여만 원을 사회에 환원했다.

이 대표는 “외식메뉴라고는 육고기밖에 없는 우리 지역에 맛있는 생선요리를 제공해보자는 목표로 개업을 했다. 거기에 더해 식당 수익금의 일부를 사회에 환원해보자 고민하던 차에 우리의 음식을 맛 본 손님들도 기부에 동참할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어 실행하게 됐다”며 “사람이 살아가는 세상은 ‘품앗이’인 만큼 앞으로도 수익에 연연하지 않고 지역에 사회적 울림이 생길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