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쓸·빈·집] 알고 보면 쓸모 있는 빈집
농촌의 인구감소는 비단 오늘 내일의 문제가 아니다. 인구 감소와 고령화 등으로 빈집과 빈 상가는 지속적으로 늘고 있고 앞으로도 계속될 문제이다. 이에 빈 건물을 정비하는 등 재활용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는 지적이 많지만, 대부분의 빈 건물이 사유재산으로 지자체가 나서 정비·활용하는데 한계가 있다. 영암우리신문에서는 전국의 성공사례를 찾아 지역 실정에 맞는 해결방안은 무엇인지 6차례에 걸쳐 기획 보도한다.

< 글 싣는 순서 >
1. 늘어나는 빈집에 어둠이 짙어지는 영암
2. 공간의 다양화 전북 완주 ‘삼례문화예술촌’
3. 폐가에 전통을 붓다, 충남 공주 ‘잠자리가 놀다 간 자리’
4. 마을 미술프로젝트로 탄생한 부산의 산토리니
5. 빈집, 체험휴양 명소로 거듭나다. '삼보산골 마을'
6. 빈집이 청년들의 도심농장으로 인천 미추홀구

영암읍 남풍리는 영암읍에서도 손꼽히는 큰 마을이다. 이곳은 병원과 버스터미널, 아파트 등이 있어 영암읍 전체 중 역리와 교동리 다음으로 인구가 많은 곳이다.

하지만 이곳은 아이러니하게도 최근 빈집이 크게 늘어나고 있는 마을이기도 하다.

특히 옛 영암읍성터 주변은 상황이 더욱 심각하다. 마을 안쪽에 위치한 한 폐가는 집인지 풀더미인지 모를 정도다. 대문은 사라졌고 담장도 잡풀이 덮어버려 흉가가 됐다. 농촌 공동화의 상징이 된 폐가는 마을 미관을 해치는 골칫거리가 된지 오래다.

영암읍에서 가장 많은 인구가 살고 있는 역리의 한 빈집도 마찬가지이다. 지역주민들에 따르면 5년 이상 빈집으로 놓여 있는 곳이다. 사람이 살지 않는 탓에 지붕은 내려앉고 마당에는 잡초가 무성하다.

영암군 빈집 실태조사 결과를 보면 올 4월말까지 집계한 지역 내 빈집은 조사대상지 1294호 중 519호가 빈집인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빈집이 아닌 523호 중 147건은 실질적으로 거주는 하지 않고 집 주인이 왕래만 하는 것으로 사실상 사람이 살지 않는 빈집이나 다름없는 셈이었다. 

영암 상권의 중심지인 영암읍 상가는 더욱 심각하다. 최근 들어 임대안내문이 붙여진 상가들도 점차적으로 늘어나고 있다. 여러 가지의 이유가 있겠지만 역시 가장 큰 문제는 인구감소다.

비단 일반 상가의 문제는 아니다. KT&G와 같은 공기업이 빠져나간 뒤 해당 사옥은 빈 건물로 덩그러니 방치되고 있다. 일반기업이나 공공시설로 이용도 가능하지만 수요자가 없다. 높은 매매가격과 애매모호한 입지조건 때문이다. 

영암읍을 훤히 밝혀야할 영암읍 주택들과 상가들이 잇따라 문을 닫으면서 영암의 밤은 어둠이 짙다. 가게의 문이 일찍 닫으니 영암읍의 유동인구가 적다. 반대로 유동인구가 적다보니 가게가 늦게까지 장사를 할 이유가 없는 악순환의 연속이다.

오랜 기간 동안 빈자리로 놓여 있는 농촌의 폐가와 오래된 상가는 수요자에게 인기가 없다. 예비 귀촌자 또는 창업자들이 빈 건물을 구하러 돌아다니지만 막상 공·폐가를 보면 엄두를 내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대부분 수십년 된 건물이이서 고쳐쓰기 보다는 헐어내고 다시 지어야 하지만 사유재산인지라 쉽지 않다. 상태가 쓸 만한 곳은 팔려고 하지도 않을뿐더러 높은 임대료에 발길을 돌려야 하는 경우가 허다하다.

영암읍의 한 상인은 “인구 감소는 계속되고 집이든 상가든 건물들의 노후화는 지속되는데 부동산 가격은 계속 상승하는 것이 영암읍의 문제”라며 “영암읍의 획기적인 변화가 없는 한 이러한 문제는 단기간 해소하기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사람들이 떠나고 상점들은 문을 닫으면서 영암의 활기는 점차 잃어가고 있다. 이에 군은 올해 국토부에서 진행하는 뉴딜 공모사업에 나서기기 위해 다양한 준비를 해오고 있다. 군은 골목상권과 주거지가 혼재된 지역을 중심으로 이전 또는 유휴공공시설을 활용한 공동체 거점을 조성하는 ‘일반근린형’으로 사업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군이 추진하고자 하는 도시재생사업은 하나의 해결책이 될 수 있다. 그간에도 지자체들에서 구도심 재생사업에 성공적인 사례가 없지는 않았다. 대표적으로 전주 한옥마을이 지목된다. 오랜 동안 퇴락을 거듭하는 가운데서도 전통적인 한옥 집단을 보존한 게 모티브가 되어 도시 재생 성공사례가 된 것이다.

군이 추진하고자 하는 도시재생 사업은 영암읍의 가장 큰 문제점으로 지목된 주거지와 골목상권 살리기 등이 주된 사업인 일반근린형에 설계됐다. 하지만 영암읍 주민 일부에서는 도시재생의 주된 사업이 마치 도시 미화나 환경정비 사업으로 비쳐지고 있다.

영암읍의 도시재생은 전주 한옥마을 성공사례서 보듯이 사람을 끌어 모을 수 있는 도시재생으로 진행되어야 한다. 그리고 재생사업이 영암읍의 새로운 변화의 마중물이 돼야 한다. 그렇기 위해서는 그 어느 누구보다도 철저하고 체계적인 준비가 필요한 시점이다.

군관계자는 “도시재생 사업은 낡고 방치된 점 지역 상가 환경 정비로 상가와 더불어 지역의 주거 환경도 개선시키는 등 여러 마리의 토끼를 잡을 수 있는 사업이 될 것”이라며 “이러한 결과를 만들어내기 위해서는 주민들의 참여와 관심이 중요하고 전국의 성공사례도 철저하게 연구해야 한다”고 말했다.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