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육대란 피하려다 교육대란 온다

[2016년 1월 15일 / 제57호] 영암우리신문l승인2016.1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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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육사업 같은 전국 단위사업은 중앙정부가 책임지는 게 맞다”
박근혜 대통령이 당선된 직후인 2013년 1월 대통령 당선인 신분으로 전국 시·도지사들과 간담회를 갖으며 했던 말이다. 이는 대선 당시 공약집과 토론회를 통해서 “0~5세 영유아의 보육과 육아는 국가완전책임제로 국가가 책임지겠다”는 공약을 내걸었던 것에 대한 설명이었다.
특히, 2012년 11월에 있었던 KBS 대통령선거 후보자 토론에서 무상보육에 대한 진정성을 묻는 방청객의 질문에 대해 “정치를 해 오면서 실천하지 못할 약속을 한 적은 없다. 약속한 것은 정치 생명을 걸고 지켜왔다”며 강조하기도 했었다.
2016년 1월. 그 정치생명을 걸어가며 지켜왔던 약속의 파기로 보육대란은 눈앞에 다가왔다. 누리과정 어린이집 예산에 대해 시도교육청으로 책임을 떠넘기며 정부와 새누리당은 ‘교육청 탓’으로만 치부하고 있다.
지난해 만 0~5세의 영유아는 국가로부터 보육료 지원을 받았다. 어린이집에 다니지 않고 가정에서 키우는 경우 ‘가정양육수당’을 지원받았으며, 어린이집 또는 유치원에 보내는 경우 ‘만 0~5세 보육료 지원’이나 ‘만 3~5세 누리과정 지원’을 통해 보육료를 지원받을 수 있었다.
이렇듯 국가사업이었던 어린이집 보육료 지원 예산을 법적 근거도 갖추지 못하고, 예산 배정도 없이 시도교육청에 떠넘기려던 것이었다.
일부 어린이집단체·학부모단체·보수단체에서 교육청을 찾아 항의와 집회를 갖고 있으나, 소위 ‘번지수를 잘못 찾은 격’일 뿐이다.
‘교육’과 ‘보육’은 법적으로 같은 것이 아니다.
영유아를 어린이집에 보낼 경우 ‘영유아보육법’에 적용받아 ‘보육’에 해당하고, 유아를 유치원에 보낼 경우 ‘유아교육법’에 따라 ‘교육’으로 보게 된다.
이들 법령에 따르면 ‘영유아’는 6세 미만의 취학 전 모든 아동, ‘유아’는 만 3세부터 초등학교 취학 전까지의 어린이로 규정되어 있다.
어린이집에 보낼 경우 ‘영유아보육법’ 적용으로 보건복지부의 관할이다. 이에 따라 무상 보육 실시에 드는 비용을 보건복지부장관이 조사·산정해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부담하거나 보조하게 되어 있다. 유치원의 경우에는 ‘유아교육법’에 따라 교육부 소관인 것이다.
대통령 공약으로 보나 법적 근거로 비춰보나 현재 정부가 추진하는 ‘만 0~5세 보육료 지원’은 당연히 국가가 책임져야하는 사안이다. ‘어린이집에 대한 관리 감독 권한조차 없는 교육청’에 이를 지원하는 예산을 편성하라며 압박하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할 수 없는 조치다.
법적 근거를 떠나더라도 교육청 예산으로는 보육료 지원을 떠안을 여력이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지방교육재정으로는 현재의 ‘유치원 누리과정’ 지원도 버거워 지방채를 발행해 지원하고 있는 실정이다.
또 만약 누리과정 예산을 교육청에서 떠안게 된다면 초등학교·중학교·고등학교에 들어가는 학교 예산 축소가 불가피하게 된다. 그래서 학부모들은 보육 대란을 피하는 것이 중요하지만, 보육 대란을 피하려다가 교육 대란이 오는 경우에 대해 더욱 우려하고 있는 것이다.
사정이 이러함에도 박근혜 정부는 문제를 합리적으로 풀 생각은 하지 않고 계속해서 시도교육청만 압박하고 있기에 사태가 이 지경까지 와버린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난 13일 박근혜 대통령은 신년 기자회견 자리에서 “아이들을 볼모로 잡고 사실을 왜곡하면서 정치적 공격 수단으로 삼고 있어서 참으로 안타깝게 생각한다. 교육청이 정치적이고 비교육적으로 행동해선 안 된다. 지금이라도 빨리 누리과정 예산을 편성해야 한다”고 밝혔다.
정치 생명까지 걸고 실천하지 못할 약속은 하지 않는다고 공약했으나, 지금은 그 기억이 없는 모양이다.
박근혜 정부는 더이상 아이들을 볼모로 사실을 왜곡하며 정치적 공격 수단으로 삼지 않아야 할 것이며, 비교육적 행동에서 벗어나 정부차원의 누리과정 예산을 편성하도록 해야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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