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중국답사기] 유학(儒學)에게 길을 묻다-②

영암읍 새실길 김기중
[2023년 11월 17일 / 제439호]
영암우리신문l승인2023.11.17l수정2023.11.17 14: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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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희(朱熹)와의 대면

복건성 무이산에서 중국 답사 이틀째(10월 31일)를 맞았다. 샤워를 마치고 호텔 로

비에 나와보니 높다란 벽면에 내걸린 무이구곡도(武夷九曲圖)가 나를 보며 웃고 있었다. 상쾌한 바람이 코끝을 스친다. 호텔 뷔페식을 마치고 버스로 10여 분 달려 매표소 입구에 내렸다. 뾰쪽뾰쪽산 모양의 붉은 바탕에 새겨진 황금색의 큼지막한 ‘武夷山’ 표지가 한눈에 들어온다. 한 무리의 사람들이 저마다 가이드의 깃발을 따라 들뜬 걸음을 재촉한다. 기암괴석과 골짜기의 푸른 강이 어우러져 내뿜는 상큼한 공기가 코끝을 스친다. 얼마나 걸었을까, 발아래 푸른 계곡 노 젓는 뱃사공이 우리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와! 탄성과 함께 뗏목 유람객들과 손짓하며 걷다 보니 어느새 주희원(朱熹園)에 당도했다. ‘무이정사(武夷精舍)’, 금빛 현판이 선명한 정문을 지나 서원 안으로 들어섰다. 곧장 주희 상(像) 앞에 서니 형형한 눈빛의 대학자가 ‘잘 왔다’며 우리를 반색한다. 왼손으로 책을 펼쳐 든 채 꼿꼿이 앉아있는 모습이 왠지 낯설지가 않았다.

 

신유학(新儒學)의 산실 주희원(朱熹園)

무이구곡의 다섯째 계곡인 은병봉(隱屛峰) 아래 자리한 주희원(朱熹園)은 ‘무이서원’으로 더 잘 알려져 있다. 주희원은 2002년에 재건되면서 명명된 이름이지만, 기실 1183년에 주희에 의해 세워졌다고 한다. 바로 남송(南宋) 시대 저명한 신유학자 주희가 이곳에서 신유학 고전들을 가르치고, 쓰고, 저술했다고 하니, 840년 전 숨결이 고스란히 느껴진다. 주희의 사후에도 무이구곡 양안(兩岸)을 따라 학교들이 세워지고 이곳에 수많은 지식인들이 몰려들었다고 안내표지판이 일러준다. 무이산은 가히 중국 남부 신유학의 산실임을 실감할 수 있었다. 그런가 하면 지난 2021년 3월에는 중국 총서기 시진핑이 바로 이곳을 방문하여 ‘마르크스주의(Marxism)의 기본신조와 전통문화와의 통합’에 대한 연설을 했다고 한다. 바로 신유학을 바탕으로 웅비하려는 중국의 야심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었다.

 

무이서원(武夷書院)의 큰 스승

무이서원은 아마도 당대(當代)의 종합대학이었을 것이다. 무엇보다 각 건물의 현판에서부터 후학들에게 끊임없이 공부를 시키고자 했던 선생님의 면모를 한눈에 알 수 있었으니 말이다. ‘학달성천(學達性天)’, ‘이학정종(理學正宗)’, ‘만세종사(萬世宗師)’ 등의 글귀를 접하며, 오늘날 물질과 향락으로 치닫는 세태를 한탄하며 제발 공부 좀 하라는 선생님의 꾸지람이 들려와 사뭇 옷깃을 여미었다. 어쩌면 주돈이(周敦頤), 장재(張載), 정호(程顥), 정이(程頤) 등 자신보다 앞선 신유학자들의 사상을 근사록(近思錄)이라는 한 권의 책으로 정리해 낸 것도 그의 학구열의 소산(所産)이었을 것이다. 결국, 성리학의 또 다른 이름인 신유학은 한당(漢唐)의 훈고학(訓詁學) 등과 구별되는 새로운 유학이 아니었다. 그것은 오랜 세월을 거치다 보니 세월의 때가 여기저기 묻게 된 공맹(孔孟) 시대 유학을 성리(性理), 의리(義理), 이기(理氣) 등의 형이상학적 체계로 새롭게 부활시킨 것에 다름 아니었다. 그리고 그것은 학문과 토론을 너무나 사랑했던 사람, 바로 주희(朱熹)가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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