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암인]“가난해 못 배운 한 풀어 뿌듯해”

‘만학도’ 정백안·서경임 부부
목포제일정보중·고 재학 중…70년 인생 시로 녹여내 ‘뭉클함’ 가득
[2022년 12월 16일 / 제396호]
강용운 기자l승인2022.12.16l수정2022.12.19 1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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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있는 그대로 지금처럼만, 자신이 얼마나 소중한 줄 모르는 나에게 필요한 마음, 덤으로 살아가는 아름다움.”
‘함께 배워요. 지금 딱 좋은 나이에요’라는 문구가 적힌 목포제일정보중·고에서 건네 준 공책에 만학도인 서경임 씨가 표지 위해 손수 쓴 아름다운 시다.  

영암 5일 시장에서 50년 동안 터를 잡고, 눈이 오나 비가 오나 타고난 성실성을 바탕으로 늘 그 자리에서 갈치와 조기 명태, 병어 농어, 민어 등의 다양한 생선들을 파고 있는 정백안·서경임 씨는 일주일에 이틀은 생선 장수로, 삼일은 중학생으로 삶을 이어가고 있는 노부부이다.

군서면 해창리(온천마을)에서 살고 있는 이들 부부는 80대와 70대의 고령의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꾸준히 학업을 이어 나가 배움의 즐거움을 한껏 느끼고 살아가고 있는 만학도들이기도 하다.
목포제일정보중 2학년에 재학 중인 이들 부부는 같은 또래의 40여 명의 만학도 학생들과 함께 국어, 영어 수학, 한문 역사, 과학 등을 배우고 있다. 
이러한 가운데, 서경임 씨가 제일 좋아하는 과목은 무엇보다 국어로, 이같은 배움을 계기로 현재는 한글을 읽고 쓸 수 있다는 것에 대해 가슴이 매우 벅차오르고 행복하다고 했다.   

서 씨는 “아버지는 세 살 때 돌아가셔서 얼굴도 생각나지 않고, 어머니하고는 같이 산 기억이 없다. 먹고 살기 위해 남의 집 아기를 봐주는 일을 했고, 나무를 베어 팔기도 하는 등 갖은 고생을 했다”며 “그 때 내 또래의 아이들이 교복을 입고 학교로 등교하는 모습이 얼마나 부러웠는지 모른다”고 당시를 회상했다. 
이처럼 못 배운 한이 있어 서 씨는 5일 장이 서지 않은 날에는 생선 짐을 뒤로하고 학교를 가기 위해 매일 새벽 3시 반에 설레며 일어난다. 목포제일정보중·고등학교로 등교하기 위해서다. 이후 두 시간의 준비 시간을 갖고, 영암시외버스터미널 6시 첫차를 타고 목포로 향하는 수고로움을 늘 감수한다.

4년 차 만학도인 서 씨는 이처럼 수업이 있는 날에는 하루도 빠짐없이 출석하는 최고의 모범생 가운데 하나이다. 이러한 성실성은 그가 내밀어 보여준 공책에 적은 글씨체에도 가득 담겨 있다.
그는 살포시 내민 공책에는 정갈하고 또박또박한 글씨체로 70년 삶의 인생이 녹아있는 각종 ‘시’들이 담겨 있다. 특히, ‘배움의 꽃봉오리’라는 시는 서 씨의 인생역정과 삶이 고스란히 녹아내려 있어 뭉클함을 더한다.    

그는 “철 없는 나이 열 아홉에 아이 낳고 둥지 속에 갇힌 새처럼 세상 밖 외면하고 일만 하던 나에게 기적처럼 찾아온 행운 하나 배움의 기쁨”이라고 시 첫 구절을 눈물을 닦으며 소개했다.
학교 다니는 게 즐겁고 재미있기도 하지만 지금은 힘에 부친다는 서 씨는 “연필을 잡고 공책에 글씨를 쓰려고 하면 어깨가 안 좋아 손이 떨려서 ‘o’ 받침을 색칠하듯이 덧칠하며 글씨를 써”라고 말했다. 

하지만 그는 “몸이 허락하는 한 중학교 학력 인증을 받고, 고등학교까지 진학할 생각이다”며 “목포제일정보중·고가 없어지지 않았으면 한다. 우리 같은 만학도들의 배움터가 꾸준히 유지됐으면 한다”고 했다.

강용운 기자  news@woori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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