풍력발전으로 고통을 호소하고 있는 주민들에 대한 피해상황을 확인하고 대책마련을 위한 자리가 마련됐으나 갈등 해소는 요원했다.
지난 20일 영암읍 한대리 평촌마을 앞 정자에 마을주민 20여명이 모였다. 우승희 도의원의 주선으로 전남도, 영암군, 영산강유역 환경청, 영암풍력발전단지 사업주인 대명 GEC 주식회사 관계자 등이 참석해 풍력발전 피해에 대한 대책을 마련하고 논의하는 자리가 마련됐기 때문이다. 이날 간담회는 주민들의 피해상황을 먼저 청취하고 이에 대해 유관기관 관계자들이 설명하는 순으로 진행됐다.
냉천마을 나춘자 씨는 “비행기 타면 귀가 먹는 것처럼 귀가 먹먹하고 계속 울렁거려 병원으로 가서 진찰을 받았는데 뚜렷한 병명도 없고 약을 먹어도 그대로다”며 “우리 동네가 14~15가구 정도 되는데 1명은 얼마 전에 돌아가시고 아파 드러누운 사람만 8명이다”고 하소연했다.
이어 금정면 연소리 원기마을의 한 주민은 “저녁이 되면 불이 반짝 반짝거려 잠을 잘 수가  없을 뿐만 아니라 올 봄 부터 속이 울렁거리고 술 먹은 것처럼 어지러운 증상 때문에 죽을 지경”이라며 “내 삶이 터전인데 모든 것을 버리고 갈 수도 없고 어쩔 수 없이 살 수밖에 없는 상황으로 대책마련을 시급하다”고 말했다. 이밖에도 상당수의 주민들이 어지럼증과 울렁증, 수면장애 등의 증상을 호소했다.
이에 대해 영산강유역환경청 관계자는 “풍력발전이 가동된 후 환경청에서 풍력발전단지에서 1.5㎞ 떨어진 3개 마을에 대해 소음측정을 할 것을 요청했고 이에 한번 측정에 나섰지만 기상이 좋지 못해 재요청 해놓은 상태로 지금까지 제대로 이행되지 않고 있다”며 “업체 측에 보완 요구하면 민원인과의 협의 중 이라며 미루고 있는 상황으로 피해조사에 대해 전문성이 필요하다면 전남도의 보건환경연구원 등을 활용하면 될 것 같다”고 설명했다.
이어 영암군 도시개발과 선광수 과장은 “현재 법상으로 환경기준이 명확하게 없는 상태에서 주민들의 피해를 입증할 수 있는 자료가 있어야만 대책마련을 할 수 있다”며 “무조건적인 반대보다는 소음측정과 같은 피해를 입증하는데 필요한 조사에 대해서는 주민들의 참여가 필요하다”고 당부했다.
다음으로 영암풍력발전단지 박영현 소장의 순서가 오자 주민들의 반응이 격해졌다. 특히 한대리 주민들과 연소리 일부 주민들은 풍력발전이 들어설 당시 업체 측에서 정작 피해가 큰 지역주민들을 대상으로는 간담회를 갖지도 않고 풍력발전과 거리가 먼 주민들의 주민들의 동의만 구하고 사업을 진행했다며 격앙된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이에 대해 박 소장은 “건설 당시 한대리 일대에 간담회를 갖지 않은 것은 사실이지만 총 20기의 발전기 중 85%가 금정면에 위치해 있어 금정면 연소리와 금정면사무소에서 3차례 간담회를 진행했다”며 “사후에 피해를 조사하고자 업체를 선정해 소음측정들을 하려고 했지만 주민들의 반대로 못했다”고 해명했다.
이어 박 소장은 “현재 소음측정 기준이 주간의 경우 45데시벨, 야간은 40데시벨을 넘으면 안된다고 규정되어 있는데 소음을 측정해야 규정범위 초과여부를 판단할 수 있다”며 “정 못 믿겠다면 주민들이 원하는 날짜에 원하는 업체를 선정해 측정한다고 해도 참여할 용의가 있다”고 강조했다.
박 소장의 설명이 끝나자 주민들의 반응은 더욱 격앙된 반응을 보였다. 각동마을 김영희씨는 “소음 측정을 하고 대책마련하고 하면 또 1년은 훌쩍 넘어가게 되는데 그러면 여기 있는 사람들은 모두 죽는다”며 “소음측정하기 전에 풍력발전 가동을 멈추고 연구를 하던 법을 만들던지 해야지 왜 주민들을 상대로 실험을 하느냐”고 강한 반발을 보였다.
간담회의 분위기가 다소 격앙되자 우승희 의원은 “오늘 이 자리는 주민들의 입장에서 피해상황에 대해 대책마련을 하기 위한 자리이다”며 “앞으로 투명하고 신뢰성을 높은 피해조사를 위해 소음측정 업체는 전남도와 군이 협의해 선정하고 주민들은 마을별로 대표자를 선정해 조사에 적극적으로 동참해줬으면 좋겠다”며 중재안을 마련하고 간담회를 마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