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설가 / 시사평론가 김갑수

《조선왕조실록》〈선조실록〉을 읽었다. 임진왜란이 끝나고 1601년 조선 조정은 공신청을 설립하여 전쟁에 대한 재조사에 착수했다. 공신청은 1604년 6월까지 4년간에 걸쳐 수많은 기록물을 검토하고 현지 조사를 벌였다. 참전 장병들의 고증, 현지 백성들의 증언도 청취하는 등 철저히 조사를 벌인 결과 18명의 전쟁공신을 선정, 발표했다. 

임진왜란 공신 수는 1등공신 3명, 2등공신 5명, 3등공신 10명으로서, 7년 전쟁의 공신으로는 대단히 적은 수치다. 이것은 그만큼 공신 선정이 인색하고 까다롭게 이루어졌음을 의미한다. 따라서 여기에 선정된 18명의 공신은 정말 전쟁에 공이 큰 애국 영웅들임에 틀림없다. 

1604년 6월 25일 자 실록은 “1등은 이순신·권율·원균 세 대장, 2등은 신점·권응수·김시민·이정암·이억기, 3등은 정기원·권협·유사원·고언백·이광악·조경·권준·이순신(동명이인)·기효근·이운룡으로서 각각 관작을 내리고 군(君)으로 봉했는데 모두 18인이다.”라고 기록하고 있다.

위에 있듯이 1등공신에 원균이 이순신, 권율과 함께 올라 있다. 당연히 공신 책훈은 국가의 중대사이다. 따라서 임금이라고 해서 함부로 할 수 있는 게 아니다.

이순신과 원균, 우리는 이 두 인물을 운니지차(雲泥之差, 구름과 진흙의 차이)로 기억하고 있다. 하지만 나는 그렇게 생각해 오지 않았다. 그럼 두 사람을 어떻게 평가해야 좋을까? 간단하다. 이순신은 내리고 원균은 올리면 된다. 나는 이순신 대 원균의 인물됨과 공적을 5.5 : 4.5 정도로 평가하면 적당하다고 본다. 상세한 논의에 앞서 오늘은 일단 충격적일 수도 있는 실록의 글을 제시하는 것으로 대신한다.  

“임진년에 이순신이 전라좌수사로서 전함을 거느리고 경상우수사 원균과 함께 거제도 앞바다에서 왜적과 싸워 크게 쳐부수고 왜적의 배 50여 척을 포획하여 전란 이래 제일의 공을 세웠었다.(옥포해전) 그러나 그때에 계책을 마련하여 먼저 올라갔던 것은 모두 원균의 솜씨에서 나온 것이고, 이순신은 다만 달려와서 구원했을 뿐이었다. 

크게 승전한 뒤에 원균이 행조(行朝, 조정)에 치보(馳報, 보고)하려고 하자, 이순신이 속이기를 ‘공(公)과 협력하여 일을 한다면 왜놈들은 섬멸하고 말고 할 것도 못되는데 이러한 소소한 승전을 어찌 조정에 치계(馳啓)할 필요가 있겠는가. 내가 다른 도(道)에서 급작스럽게 구원하러 왔기에 병기를 갖추지 못했으니, 왜적에게서 노획한 것을 써야 하겠다.’ 하니, 원균이 그대로 따랐다. 

그러고는 이순신은 비밀히 사람을 시켜 노획한 병기와 왜적의 배에 실려 있던 금병(金屛)·금선(金扇) 등의 물건을 가지고 가 행조에 치계하도록 하여 과시하였으므로 전공이 모두 그 자신에게 돌아가게 되었다. 이때 행조는 한창 다급한 때였으므로, 치보를 받고 크게 기뻐하여 이순신을 통제사로 제수하고 원균으로 하여금 이순신의 지휘를 받게 하니, 원균이 이 때문에 크게 화가 나 드디어 서로 협조하지 않았다. 

그 뒤 정유재란 때에는 원균이 통제사가 되었는데, 왜적의 기세를 대적할 수 없음을 알고 한산도로 물러나 지키고만 있고 싸우지 않으려고 하자(이순신도 먼저 이 때문에 파직된 것임) 조정에서 매우 급박하게 싸움을 독려하여 원수(元帥)로 하여금 장벌(杖罰)하게 하였다.(권율이 원균에게 장을 때려 억지로 해전에 나가게 함) 이에 원균이 마지못하여 싸우다가 패전하여 죽었다.(칠전량 패전, 원균 전사) 

이순신이 다시 이를 대신하여, 제독(提督) 진인(陳璘)을 따라가 순천 앞바다에서 왜적을 쳐 거의 크게 승전을 거두게 되었을 때 왜적의 탄환을 맞아 배 안에서 죽었다. 이순신은 재질과 기운이 남보다 뛰어나 중국 사람들도 명장이라 일컬었다.” - 이상 <선조실록> 1603년 4월 21일 자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