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속’하던 학교 통합 추진…교육참여위 ‘보류해야’

시기·절차·과정·준비 ‘미흡’…위원 대다수 ‘보류해야’
교육청 “공청회 등 의견수렴 지속해 추진”…논란 불씨
[2020년 5월 15일 / 제269호]
장정안 기자l승인2020.05.15l수정2020.05.18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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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산되고 있던 영암읍지역 중·고교 통합 움직임에 제동이 걸렸다.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통합이 필요하다는 일부 주민들의 민원이 있지만, 여전히 별다른 준비가 없는 지역 학교들의 입장과 절차·과정의 민주성이 동반되지 않은 상황이라는 지적에 따라 지역 교육 자문기구인 ‘영암교육참여위원회’ 정기회에서 보류됐다.

지난 7일 영암교육지원청에서 열린 영암교육참여위원회 정기회에서는 학부모 40여명이 제기한 영암중·영암여중, 영암고·영암여고 통폐합에 대한 민원에 따라 ‘영암읍지역 중·고등학교 육성방안’이라는 주제로 회의를 진행했다.

이날 회의는 25명의 참여위원이 참석한 가운데 영암고, 영암여고 당사자 의견 청취와 함께 학교통합 추진 단체의 입장을 중심으로 의견을 수렴한 뒤 참여위원들이 논의해 권고안을 결정하는 순으로 진행됐다. 

하지만 시작부터 삐걱거렸다. 영암교육참여위원회 정기회는 준비과정부터 운영소위원회의 안건채택 과정을 생략했다는 지적으로 시작됐다. 지역사회에 일방적인 주입식 통합 여론몰이로 지역교육에 대한 진정한 혁신방향 분석과 고민들이 생략되고 있는 상황에서, 교육참여위원회 조차도 민주적 절차를 지키지 않고 성급하게 추진하고 있다며 교육행정에 대한 따끔한 질책들이 잇따라 1시간여 동안 회의가 진행되지 못했다.

이후 조정과정을 거쳐 진행된 회의에서 학교통합을 추진하고 있는 단체의 의견이 설명됐고, 학교 당사자의 입장 발표가 진행됐다.

통합추진 단체는 지속적으로 학생수가 감소하고 있고 향후 학생수 감소도 예상되기 때문에 지역 교육의 경쟁력을 높이기 위해서는 통폐합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특히 이들은 지역 내 중학교 졸업생의 관외 진학률은 증가 추세로 지역의 고등교육의 경쟁력이 크게 약화됐다고 주장했다. 학생수 감소는 결국 정규 교원 미배치로 교육경쟁력이 약화될 뿐만 아니라, 대학입시에서도 학생부 종합전형과 정시 및 수능 최저 등급제 적용에서 불리하기 때문에 통폐합이 시급하다는 입장이다.

이날 의견수렴 및 논의를 진행한 결과 참석한 영암교육참여위원회의 위원들은 학교통합에 3명이 찬성의견을 밝혔고, 통합 반대의견을 밝힌 3명의 위원을 포함해 대부분의 참여위원들은 현재의 통합 논의 진행에 대해 시기성·준비성·절차성 등 여러 문제가 노출되고 있음을 지적하며 통합 보류 의견을 피력했다.

대부분의 참여위원들은 ‘지역 교육의 혁신을 위한 논의가 활발히 진행되는 것에 찬성하며 그 일환으로 학교통합 논의도 있을 수 있다는 것에 동의한다’면서도 학교 통합의 당사자인 학교들은 아무런 고민과 준비가 없다고 판단된다고 지적했다.

또한 지역교육의 혁신이 쟁점이 되어야하고 통합이 되었을시 따르는 학교의 운영방안이나 효과 그리고 돌출된 문제에 대한 해결대책 등 충분한 분석과 논의가 되어 있지 않은 상황에서 단순히 학교통합의 찬반 선택으로 몰아가는 것은 지역의 교육 문제를 너무 안일한 시각으로 바라보는 것 아니냐는 지적이었다.

특히 통합 찬성 측에서 제시하는 내신관리는 결국 상위 1~4%를 위해 나머지 학생들을 들러리로 내세우고자 학교 통합을 하자는 것은 입시위주의 교육과정운영으로 오히려 경쟁 과열을 초래할 것이며, 상위권 학생뿐만 아니라 성장한 후 지역을 지키고 이끌어갈 학생들로의 교육이 필요하다는 시각이었다.

또 입시 교육에 대한 요구도 2022년부터 단계적으로 시행될 고교학점제로 변화될 입시환경을 분석할 필요가 있어 성급한 결정은 공멸을 자초할 수 있다는 의견도 뒤따랐다. 

한 참여위원은 “현재 영암중·영암고의 학생과 학부모 만족도가 대체로 높다는 의견들인데, 결국 영암여고에 대한 불신으로부터 제기된 학교통합 추진 배경은 영암여고의 개선 요구 등으로 문제해결이 우선되어야 한다”고 지적하며 “학교통합이 필요할 수 있지만 현재 상황에서 추진된다면 그 후폭풍은 누구도 예측할 수 없을 것이며 자칫 공멸의 결과를 가져올 수 있다. 그렇다면 그 피해의 책임은 누가 질 것이냐”고 주장했다.

한편, 영암교육지원청에서는 교육참여위원회의 통합 보류 자문과는 별도로 공청회 및 설명회 등을 통한 공론화로 학생, 학부모, 교직원, 동문, 지역민 등의 의견 수렴을 계속 추진해 나간다는 계획을 가짐에 따라 논란은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영암교육지원청 관계자는 “큰 틀에서 보면 참여위원들이 학교 통폐합에 대해 반대를 하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며 “공론화와 여론형성이 부족한 만큼 지역민들의 목소리를 공통으로 모을 수 있는 자리를 만들어 영암교육이 나아가야 할 길이 무엇인지 들을 수 있는 자리를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장정안 기자  news@woori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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