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크칼럼]성급은 자멸로 치닫게 한다

[ 2020년 3월 13일 제260호 ] 영암우리신문l승인2020.03.13l수정2020.03.13 15: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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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암우리신문 편집국장
우용희

최근 지역에서는 영암중·영암여중, 영암고·영암여고의 학교 통합에 대한 바람몰이가 상당하다.

얼마 전 40여명의 학부모·학생·지역민들이 학교통합 의견을 모아 영암교육지원청에 민원의견을 제출했다는 소식을 들었다. 그리고 이를 기사화해 신문보도를 해 줄 것을 요청받았다. 

지역 교육의 혁신을 위한 학교통합 논의에 전적으로 동의하면서 ‘기사화보다는 기고문을 통해 우선 지역민들의 다양한 의견을 접하고 여론을 조성하는 것이 좋은 방법’이라는 의견을 전달했고 기고문을 기다렸다.

하지만 불과 1~2주만에 ‘추진위’를 구성하고 학부모들을 비롯한 지역민들에게 학교통합 동의서를 수집하고 있다. 애초에 무언가 계획되었던 것처럼 일사천리로 속속 진행되는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이러한 활동들은 일방적인 결과를 추구함과 함께 지역분열을 몰고 올 소지가 충분하다.

평소에 잘 아는 지인들로부터 동의서 작성을 요청받았다. 지역교육 혁신이 쟁점이어야 할 문제가 단순히 학교통합의 찬반 선택으로 몰아가는 현재의 상황이 매우 걱정스러웠다. 거절하자니 이는 곧 학교통합 반대자가 되어 다수의 의견과 충돌하는 사람이 된다. 또 지역사회의 대인관계 속에서 불편함을 감수해야 한다. 

추진위에서 수집하고 있는 동의서에는 가장 중요한 부분이 빠져있다. 이는 동의서에 이름을 올렸겠지만 지역민들 그리고 학부모들의 의견이 양분될 수밖에 없는 부분이다. 의도했던 그렇지 않던 간에 동의서는 논란이 될 수밖에 없는 이유이다.

바로 공립·사립 선택의 문제이다. 사실 이해할 수 없는 부분 중 하나가 수집된 동의서를 영암여고에 전달해 압박하겠다는 부분이었다. 이는 혹시 추진위의 목적이 정해져 있지 않았나하는 의구심이 든다.

이미 20여년 전부터 몇 차례의 통합 논의가 있었던 상황이기 때문에, 사립인 학교법인 동아학원(영암여중고)의 입장은 대체로 알려져 있고 일관적이라고 보여진다. 

최근 상황에 대해 영암여중고의 입장을 물었지만, 추진위에서 동의서를 받고 있는 지금 현재까지 누구도 통합과 관련된 의견을 물어온 이가 없어 먼저 입장을 밝히는 건 어렵다고 했다. 다만 여러 루트로 알아본 바에 따르면 최근 영암여고 내부적으로 통합과 관련한 논의를 진행했고, 예전과 같이 고등학교를 동아학원에서 사립으로 운영한다면 지역 교육 혁신의 장에 적극 함께하겠다는 결론에 이르렀다고 한다.

영암여고의 일관된 입장을 알고서도 이렇게 활동을 전개했다면 추진위의 목적은 공립운영 고등학교로의 통합이 목적이었을 것으로 추론이 가능하다. 이는 매우 잘못된 생각으로 보인다. 

고등학교의 공립·사립 선택은 항상 민감했었고 의견 상충이 가장 극심한 사안인데 이를 감췄다는 것이다.

이러한 부분이 전부가 아니다. 학교통합이라는 결과가 도출되더라도 곧바로 하나로 합쳐지는 경우는 극히 드물다. 대부분의 통합 사례에서 보듯 신입생부터 순차적으로 진행해 3년이 걸리게 된다. 이외에도 세부적으로 여러 가지 의견이 갈려질 난제가 많음에도, 이러한 부분들에 대한 의견을 듣기보다는 학교통합 찬반만 앞세웠던 부분이 너무나 안타깝다.

현재 지역 학교들의 상황에서 통합이 가장 절실한 대안일 수 있다는 것을 부정할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다만 특정한 목적을 가지고 이를 관철시키겠다는 생각으로 주도적 활동을 펼치고 있다면 분명 경계해야 함이 맞다.

함께 머리를 맞대 의논할 수 있는 장을 만들고 공론화 과정을 거쳐야 한다. 이를 위해 많은 이들의 의견이 수렴될 수 있도록 시간적 여유도 반드시 필요하다.

가장 중요한 것은 일의 순서이다. 이미 일의 순서부터 그르쳤고 수집해서는 안될 개인정보가 쌓여버린 학교통합 동의서는 이제 그 역할을 다 했으니, 서둘러 폐기해야 한다.

백년대계라는 교육문제, 무언가에 쫓기듯 성급히 서둘러서는 될 일도 그르치게 된다. 침착하게 순서부터 찾아가자. 그리고 의견을 말하고 듣고 모아내어 영암교육 발전의 가장 좋은 대안을 찾아보자. 

‘인내는 목적을 달성시키지만, 성급은 자멸로 치닫게 한다’(사디, 중세 페르시아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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