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기위해 잡은 칼이지만…제자들의 이정표 되고파”

氣예무단 박희량 단장
[ 2020년 3월 6일 제259호 ]
노경선 기자l승인2020.03.06l수정2020.03.10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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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영암에살다
지난해 영암군이 여성친화도시로 지정됐다. ‘여성의 성장과 안전, 행복이 보장되는 곳’이라는 뜻의 여성친화도시. 영암 속에서 치열하고 당당하게 살아가고 있는 여성들을 만나 때로는 기쁘고, 때로는 슬펐던 그녀들의 인생이야기를 들어본다.

고대 전쟁의 승리를 기원하기위해 추던 검무가 해동검도와 만나 현대의 무예로 재탄생됐다. 

긴 시간 고서 연구를 통해 현대 무예와의 접목으로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는 氣예무단의 박희량 단장을 만났다.

구림에서 태어나 어린 시절을 영암에서 보낸 박희량 단장은 중학교 무렵 아버지를 따라 중·고등학교 생활을 경기도에서 보냈다.

화가를 목표로 미술을 전공하던 박 단장은 고가의 학원비를 감당하기 어려워 중도하차하게 됐다. 목표를 잃어버린 듯 의기소침해 있던 그녀에게 어머니는 검도를 배워보라고 추천했다. 검과 그녀의 첫 만남이었다.

“평소에 운동을 좋아했어요. 운동신경이 뛰어나다는 이야기도 종종 들었고요. 사실 검도는 생소했죠. 처음 검을 잡는데 짜릿하더라고요. 지금생각해보니 운명이었던 거죠”

고1 시절에 검도를 처음 만난 박 단장은 관장님의 추천으로 2학년 때부터 수습사범 생활을 시작했다.

“졸업 후 정식 사범으로 활동할 때까지 부모님이 반대를 많이 하셨어요. 취미 삼아 하라고 한 것이지 누가 직업으로 삼으라고 했냐는 뜻이었죠. 공부를 못 한 것도 아니다 보니 더 반대하셨어요. 하지만 도장에서 땀 흘리며 훈련할 때가 가장 행복했어요. 죽어도 못 놓겠다는 제 모습에 결국 부모님이 두 손 드셨죠”라고 미소를 보였다.

박 단장은 운동으로 만난 남편과 함께 서울에서 도장을 운영했다. 꽤 잘 됐다고 한다. 하지만 욕심이 컸을까. 사업을 확장하는 과정에서 부동산 사기를 당했다.

전 재산은 물론 부모님의 집까지 담보로 잡아가며 투자했던 터라 충격은 더 컸다. 한 살배기 아들을 업고 고향으로 돌아왔다.

“모든 게 힘들었어요. 전직 은행원이던 남편은 빚을 갚겠다고 조선소에 취직했어요. 다 무너졌다 싶었죠”

뱃속에 둘째를 품고 있던 어느 날. 숨도 제대로 쉬지 못 할 만큼 심장이 아파왔다. 어렵게 찾은 병원에서 청천 벽력같은 진단을 받았다. 임신성 심근경색.

“의사가 화를 내더라고요. 이 몸으로 어떻게 임신 할 생각을 하느냐고. 첫째 아이도 난산이긴 했지만 내 몸이 임신을 해서는 안 되는 몸이라는 걸 몰랐어요. 첫 아이 때는 운동을 꾸준히 해오고 있어서 그랬는지 심각한 상태는 아니었거든요”

본인의 목숨은 물론 아이의 생명까지 위태한 상황에서 어렵게 둘째 아이를 품에 안았다. 얼마 후 친정아버지가 돌아가셨다. 몸도 마음도 점점 피폐해졌다.

“살아야겠다는 생각에 다시 운동을 시작했어요. 그저 내 개인 훈련실로 사용할 요량으로 동네 허름한 건물을 빌려 운동을 다시 시작했죠. 어느 날부턴가 주변 학부모들이 자기애들도 운동을 가르쳐 줄 수 없겠느냐 문의가 들어왔어요. 정신 차려보니 어느 새 십 수 명이 모였더라고요”

박 단장은 지난 2005년, 기무예단을 창단하고 훈련용 병서 ‘무예도보통지’ 연구에 들어갔다. 전통에 현대를 접목시키는 연구에 매진했다. 몸이 자연스러운 동작을 만들려는 의지 하나로 수년을 보냈다. 박 단장이 이끄는 기무예단은 눈에 띄는 성장세로 전국무대에서 조명받기 시작했다.

크고 작은 대회에서 우승과 준우승도 했다. 하지만 넘어야 할 산은 많았다. 2017년, 기무예단은 전 세계 최고의 팀들이 한자리에 모인 ‘충주세계무술축제 국제무예연무대회’에서 강력한 우승후보인 태권도 연무단을 누르고 드디어 정상에 올랐다.

“예선 3위로 본선에 진출하다보니 아무도 우리가 대상을 타리라 생각 못했겠죠. 누구나 대상이라고 예상하던 태권도 팀을 관객투표로 누르고 우승했을 때는 지금까지의 고생들을 보답 받는 것 같아 정말 눈물이 나오더라고요”

박 단장은 지난 2014년부터 ‘Only for you’라는 이름의 무예성지순례를 통해 유럽무예연합 회원들을 매년 영암으로 초청하고 있다. 지금은 타 지역보다 우선순위로 방문하고 체류기간도 늘었다. 하지만 인프라와 지원이 부족 해 어려움을 겪고 있다고 토로했다.

“전국을 돌며 경기와 공연을 펼치고 있지만 유독 전남에서만 설 자리가 없어요. 순천시에서 부탁해 올해부터 정기공연을 하기로 계약도 했어요. 하지만 내 지역 영암에서는 설 자리가 없어요. 사실 지역에 외국인 관광객을 유치하는 것인데 서운한 부분이 많죠”라며 아쉬운 감정을 드러냈다.

마지막으로 박 단장은 “기무예단의 목적은 돈을 벌겠다는 욕심이 아니에요. 내 고장 영암에서 탄생한 기예무단이 전국, 전 세계로 뻗어나가 기무예의 메카로 이름을 알리는 것. 내 손으로 키워 낸 제자들이 이 지역에 남아 계속 활동할 수 있는 자리를 만드는 것이 목표에요. 나는 내가 살기 위해 검을 들었지만 내 제자들에게는 밝은 미래의 이정표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뿐이에요”라고 밝혔다.

영암의 氣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기무예단. 무관심한 현실을 넘어 행정청과 지역민들의 응원 속에 지역을 대표하는 브랜드로 성장 할 수 있기를 기대해 본다.

노경선 기자  demate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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