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시사평론가 김갑수

먼저 이 책의 저자 소개부터 하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이 책의 저자 한광수 미래동아시아연구소 이사장은 1979년 이래 40년 넘게 한중관계를 연구해 온 중국 전문가이다. 그는 서울대 동양사학과와 동 대학원 경제학과를 거쳐 베이징대학교 경제학원에서 박사 학위를 했다.

이후 저자는 박태준 포스코 명예회장의 중국 고문을 비롯하여 여러 요처에서 고문 또는 자문 역을 수행했다. 내가 저자 소개를 다소 장황하게 한 것은 저자가 누구보다도 중국을 잘 알 수 있는 이력을 가졌다는 점을 말하기 위해서이다.

이 책은 표지에 쓰여 있는 대로 미중 ‘패권전쟁’은 없으며 대신 양국 간에는 치열한 ‘경쟁’이 있음을 논증한다. 다시 말해 미중관계의 본질은 전쟁이 아니라 경쟁이라는 것이다. 그들은 서로를 부단히 할퀴면서도 때로는 진지하게 담합하고 협력하는 관계이다.

좀 더 구체적으로 말하면 중국은 미국을 추격하고 있고 미국은 중국을 끝없이 견제해 오고 있다. 그런데 미국의 대중국 견제에는 한중간의 밀착을 훼방하는 공작이 포함되어 있다. 미국 입장에서는 동맹국인 한국이 중국과 지나치게 빠르게 가까워지고 있으며, 이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이다. 이런 미국의 속내가 가장 포악하게 나타난 두 가지 사건이 1997년의 IMF 환란과 2017년의 사드 배치다.
 

▲ '미중 패권전쟁은 없다' (한광수 지음/한겨레출판)

미중 관계로 인해 한국이 충격을 받는 사태는 지금도 일어난다. 2017년의 사드(THAAD) 배치가 바로 그것이다. 사드 배치는 미국의 중국 포위 전략이 한국에서 구체적으로 어떻게 드러나는지를 전형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국제통화기금(IMF) 강제 편입은 이런 미국의 속내가 여지없이 드러난 재앙이었다. 미국은 홍콩 반환을 앞두고 중국 경제를 공격하려다가 실패하자 대신 중국과 가까워지고 있는 동남아 국가와 한국을 제물로 삼았다. 저자는 이로 인해 “한국전쟁을 능가하는 경제 손실을 입었고, 중산층이 통째로 무너졌으며, 지금도 그 악취가 살아 숨 쉬는 대재앙이었다”고 말한다.

사드 배치는 한미동맹과 중국시장 사이에서 우리가 어떤 곡예를 하고 있는지를 극명하게 보여준다. 사드 배치 발표 직전 황교안 당시 총리가 중국 방문에서 외교적 결례를 범했다는 비난을 받았다. 당시 그는 중국 지도부에 사드 배치 계획이 없다고 공개 발언했으나 일주일 후 한국 정부는 사드 배치를 발표했다. 이것은 우리가 미중 사이에서 얼마나 불안한 곡예를 하고 있는지 보여준 매우 어두운 사례다.

그러나 이런 악조건에서도 한국 경제가 나름 버티고 있고 미래의 전망도 밝은 것은 전적으로 중국의 거대 시장 덕분이라는 것이 저자의 시각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의 지식인과 국민은 중국에 대해 무지하며 심지어는 터무니없이 오해를 하는 일도 다반사인데 이것은 모두 반공 이데올로기의 소산이다. 저자는 “서방에서 말하는 중국 이야기는 하나도 믿지 말라”고 단언한다.

이 책은 G2 시대 한국의 생존전략을 제시한다. 저자는 미국과 중국은 우리에게 똑같이 중요하며 우리는 어떻게 해서든지 남과 북의 적대적 분단 상황을 해소해야만 새로운 활로가 열릴 것이라고 말한다.

저자의 주장 자체는 그리 새로울 것은 없지만 근거로 제시되는 예증들이 이전의 책들에서는 보지 못한 것들이 많다. 나도 개인적으로 중국에 관심이 많고 꽤 많은 책을 읽었으며 20회 가까이 중국 여행을 했다. 나는 이 책에서 아주 유용한 지식과 정보들을 적지 않게 새로 얻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