낡고 부서져 칙칙한 분위기를 내뿜는 골목길이 아이들의 손 그림과 어른들의 서투른 붓을 만나 화사하게 변신했다.

전문적으로 그림을 배운 사람 하나 없지만 그저 따듯한 마음으로 벽화 봉사를 이어가고 있는 이들을 소개한다. 농장을 운영하는 사람, 회사를 다니는 사람, 전남도의원, 영암군청 직원, 농협직원 등 지역의 많은 사람들이 모여 벽화그리기 봉사활동을 펼치고 있는 ‘두드림 봉사단’.

봉사단을 이끌고 있는 양상현 단장은 봉사단이 굳이 신문에 실릴 일을 하고 있는 것은 아니라고 겸손하게 인터뷰에 응했다.

‘두드림 벽화봉사단’은 단체 야유회를 다니며 친분을 다지기 위한 친목모임이었다고 한다. 이 봉사단이 특이한 것이 회원들 중 누구도 그림을 전공한 사람도, 배우고 있는 사람도 없다는 것이다. 이들은 어떻게 ‘벽화 그리기 봉사단’이 된 것일까.

“첫 야유회 후 두 번째를 계획하면서 회원들이 아이디어를 냈다. 그때는 누굴 위한 봉사활동이 아니라 회원들의 집이나 농장에 그림을 그려보자는 것이었다. 가족들이 모이는 만큼 어른들만 재밌지 말고 아이들도 즐거운 놀이를 할 수 있게 하자는 생각이었다”며 “한 회원의 농장에 그림을 그리고 있는데 또 누군가가 봉사활동으로 전개해보자는 아이디어를 냈다. 회원들 중 누구도 미술 전공자가 없다. 다들 미술의 ‘미’자도 모르는 말 그대로 초보들이었다. 하지만 우리들만 즐겁지 말고 다 같이 즐거우면 좋지 않겠냐는 뜻에 모두 찬성했고 이렇게 봉사단이 출범하게 됐다”고 계기를 설명했다.

4~5년 전부터 봉사를 이어오고 있다는 ‘두드림 봉사단’은 오래전부터 연말마다 진행해 온 연탄기부 봉사와 함께 노후 된 가정집의 도배, 장판갈이를 하는데 이어 소외계층을 찾아 생필품과 선물을 나누기도 했지만 개인을 위한 봉사가 큰 의미가 없음을 깨닫고 마을을 위한 봉사에 집중하기로 했다.

“회원들의 추천이나 주위 얘기를 듣고 한집 한집 찾아다니며 선물도 해봤지만 회원들이 시간이 지날수록 허무한 느낌을 받는다는 얘기가 많았다. 이후로 회의를 통해 마을을 꾸미는 벽화 활동과 연말 연탄봉사만 진행하기로 결정했다”며 “손이 부족하다보니 들어오는 요청을 거절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 회원들이 다들 생업에 종사하느라 바쁘다보니 스케줄을 잡는데 힘든부분이 많이 있어 요청하신 분들께 죄송한 마음뿐이다”며 아쉬움을 드러냈다.

일손이 부족하다보니 회원의 추천과 자원을 통한 회원 늘리기에도 여념이 없다.
“현재 약 20명 수준인 봉사단을 30명까지 늘릴 계획을 하고 있다. 한 번의 활동에 모든 회원이 나오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회원이 많아야 참여인원도 늘어날 것 같다”며 “가는 사람 잡지 않고 오는 사람 막지 않고 있으니 의욕과 관심이 있는 분은 활동에 동참해 주시길 바란다”고 웃어 보였다.  

회원들이 자비를 모아 봉사활동을 이어가고 있다는 봉사단은 지난해까지 연2~3회의 벽화그리기에 나섰지만 올해에는 영암군의 지원사업을 통해 4~5회를 진행해볼 계획이라고 한다.

“시간적 제약도 많았지만 회비와 후원금으로만 진행 하다 보니 힘든 부분도 없지 않았다. 페인트 값이 생각보다 상당하더라. 물론 금전적이 문제 때문에 2~3번의 활동을 한 것은 아니지만 이제 군에서도 도움을 준다고 하니 한결 가벼운 마음으로 활동횟수를 늘려보려 한다”며 “연초 회의에서도 회원들이 다시 한 번 마음을 다잡고 열심히 활동하기로 한만큼 지역에 더 많은 벽화를 선물 할 수 있도록 노력 하겠다”고 새해 계획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