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당에 나오자마자 어떤 한 행인이 인도에 노상방뇨를 하고 있었다. 놀란 우리의 반응을 보며 그 행인은 우리를 바라보며 알아듣지 못할 말을 하였다. 아마도 좋은 말은 아니었던 것 같다. 술에 취한 모습인 것 같은데 저 한 사람의 행동을 보고 중국 전체를 일반화 시키지 않으려 노력했지만 유동인구가 많은 인도에 노상방뇨를 하는 행위를 처음 목격한지라 당혹스러움을 미쳐 감추지 못하였다. 우리는 얼마 안걸어 과거 서양열강들의 조계지 였던 와이탄으로 향하였다. 와이탄은 로마네스크, 고딕, 르네상스, 바로크, 신고전주의, 보아르, 아트데코 등 52개의 건축양식을 가진 건축물이 있다. 이곳의 야경은 매우 널리 알려져 있어서 매우 기대가 되었다.

역시는 역시 내 눈앞에 펼쳐진 서양양식의 건축물들이 황금빛 조명을 받아 휘향찬란하게 빛나는 모습 이때까지 내가 본 야경중에 제일 아름답다고 자부할 수 있었다. 특히 고개를 돌려보면 보이는 중국의 고속 경제성장을 상징하는 동방명주탑과 그 주변 마천루들의 야경 역시 최고였다. 황푸강을 경계로 와이탄이 중국의 과거를 대표한다면 강 건너 금융무역지구는 중국의 현재와 미래를 나타내는 것 같았다. 

우리는 예약한 동방명주탑 관람을 위해 강을 건너려 유람선 매표소로 향하였으나 담당학생의 미숙한 사전조사로 인하여 마지막 출발시간 10분후에 도착하고야 말았다. 해외여행이나 답사시 그 곳의 시작과 마감 시간을 철저히 알아야한다는 교훈을 얻는 순간이었다. 그렇게 안내데스크의 직원에게 강을 건너는 법을 물어본 우리는 택시 한 대에 20위안이라는 안내원의 말에 강을 건너기 위해 택시를 잡으려 하였다. 하지만 오랜 시간동안 택시가 잡히지 않았다. 추운 날씨에 떨고 있던 그때 복잡한 대로의 차들 속에서 택시 두 대가 우리 앞으로 왔다. 친절한 미소로 뒷자석까지 만들어 주며 우리를 태우는 그들이었다. 우리를 태우자 두 중국인 기사가 서로 많은 대화 나누었다. 중국어를 못하는 나는 한국인을 뜻하는 중국어만 귀에 쏙 들어왔다. 택시가 출발하자 택시기사는 안내원에게 들은 택시비의 열배인 200위안을 부르기 시작했다. 우린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였다. 우리는 너무 비싸다며 깎아달라고 하였지만 그들은 겨우 50위안을 깎어 150위안이라는 큰 돈을 요구하였다.

이미 차에 탄 상황이고 오늘 예약된 동방명주 탑을 관람하기 위해서는 어쩔 수 없는 선택지 였기에 우리는 바가지가 씌인 것을 알면서도 속으로 분을 삭히며 돈을 지불할 수 밖에 없었다. 우여곡절 동방명주탑에 도착한 우리는 불필요한 돈을 지불하였다는 자책도 잠시 아름답고 거대한 동방명주탑의 위엄에 금방 좋은 기분을 되찾았다. 특히 탑의 위에서 유리바닥을 통해 보는 상하이 금융지구의 마천루 야경은 중국의 개방정책 이후 성장을 절실히 느낄 수 있는 풍경이었다. 그렇게 나는 인구대국 중국의 힘을 다시 한번 확인하였다. 중국 택시에 크게 데인 우리는 지하철을 이용하여 숙소로 향하였고 진작 이 방법을 찾지 못한 자신들을 탓하며 아쉬운 마음으로 숙소로 향해 하루를 마무리 하였다. 

다음날 우리는 윤봉길의사가 폭탄을 던져 의거하신 홍커우 공원으로 향하였다. 주변에는 우리나라의 최강희 감독이 지휘봉을 잡고 김신욱 선수가 공격수로 활약하고 있는 상하이선화의 홈구장인 홍커우 스타디움이 위치해있었다. 홍커우 공원은 탑골공원과 비슷한 느낌을 주었다. 많은 중국의 노인들이 단체 체조를 하거나 옹기종기 모여 카드놀이도 하고 물을 적셔 땅에다가 서예연습도 하는 모습을 보였다.

전체적으로 편안하고 평화로운 분위기 였다. 홍커우 공원에서 좀만 더 들어가면 윤봉길의사 사적지가 있다 그 곳에서는 윤봉길의사의 흉상과 생애들에 관한 설명문들이 전시되어있었고 이층에는 그의 생애와 의거사실을 알려주는 영상이 상영되고 있었다. 우리가 방문하기 전 이미 다섯 정도의 한국 관광객들이 미리 자리를 채워주고 있었다. 다시 한번 우리 국민들의 역사에 대한 사랑을 느끼는 순간이었다. 윤봉길의사의 가슴 뜨거워지는 생애를 다시 한번 느껴본 우리는 그의 형상 앞에서 대형 태극기와 함께 단체 사진을 찍고 짧은 묵념과 함께 임시정부 요인들이 묻혀있는 송경릉능원으로 향하였다.

이곳은 쑨원의 부인인 송경릉여사가 묻혀져있는 곳으로 본래의 이름은 만국공묘이다. 만국공묘라는 이름답게 많은 국적의 외국인들의 유해에 이곳에 안장되어 있었다. 이곳에 계시거나 한국으로 이장되어 가묘로 계시는 일곱 분의 애국지사 분들에 대해 회원별로 간략한 소개와 함께 짧은 묵념을 하였다. 이 곳은 매우 조용하고 안락한 분위기 였으며 주변의 나무들을 정리하는 정원사 분들이 많이 보이고 잘 정리되어 있는 걸 보아 중국정부에서 각별히 신경쓰고 있는 곳이라는 느낌을 받았다. 

우리는 상하이 사범대에 위치한 상하이 위안부 박물관에 찾아가기 위해 먼 길을 향하였다. 어렵게 찾아간 그 곳에는 그 동안 우리가 익히 알아왔던 한국의 위안부 피해자 할머니는 물론 중국과 다른 동아시아지역은 물론 서양의 위안부 피해자 분들에 대한 기록도 잘 알 수 있도록 전시되어 있었다. 특히 각국의 위안부 피해자료 서적들이 전시되어있었는데 당연 한국어로 된 서적들도 몇 개씩 눈에 띄었다.

감사하게도 그곳에서 마련해주신 자리로 이동해 한국 위안부에 관한 영상을 시청했다. 타국에서 듣는 한국어로 된 영상이어서 그런지 위안부 할머니들의 아픔이 더욱 절절하게 가슴에 다가왔다. 특히 그 영상 속에서 중국계 미국인 판사들이 한국 위안부 피해사실을 알리기 위해 판사직을 내놓고 도와주었다는 사실과 한국 소녀상처럼 중국 소녀상 또한 존재한다는 사실과 이 박물관 밖에 두 나라의 소녀상이 나란히 세워졌다는 사실이 중국과 우리나라가 같은 역사적 아픔을 공유하고 있다는 것을 더욱 생생히 일깨워주었다. 박물관 밖으로 나서 우리는 한국과 중국의 소녀상이 나란히 앉아있는 곳으로 가 단체 사진을 찍었다. 두 나라의 소녀상을 바라보며 나는 같은 역사적 아픔을 공유하는 양국이 이를 치유하기 위해서는 양국의 깊은 우호와 노력이 필요하다는 것을 절실히 느꼈다.

다음날 우리는 상하이를 벗어나 가흥으로 향하였다. 이번에는 우리끼리가 아닌 한국계 가이드 님께서 동행하셨다. 가이드님의 안동 장씨로 아버지께서 삼형제 이신데 삼형제 모두 독립운동을 위해 중국에 정착하신 독립운동가 후손이셨다. 나는 가이드님과 가이드님의 아버님에 대해 깊은 존경심이 들었다. 가흥에는 김구 선생님의 피난처가 있었다. 김구 선생님은 윤봉길 의사의 의거 이후 좁혀오는 일제의 감시망에 이곳을 피난해 오셨다. 그 과정에는 많은 중국인과 서양인의 도움이 있었고 우리나라 정부는 그들의 공로를 인정해 건국훈장등의 훈장을 서훈하였다. 피난처는 반 수상가옥의 형태였는데 영화 암살에서 나온 것처럼 유사시 도주할 수 있는 나룻배와 하천이 흐르고 있었다. 가흥에서 우연히 한국인이 운영하는 카페를 방문하였는데 많은 고등학교와 교육단체, 역사모임 그리고 연예인들이 우리나라의 독립운동사를 찾아와 이 곳을 들린 흔적이 보였다. 다시한번 국민들의 애국심을 느끼느 순간이었다. 우리는 한국인의 입맛을 잘아는 가이드님의 배려 덕에 입맛에 잘 맞는 점심을 먹었고 특히 동파육이 내 입맛에 제일 맞았다.

 <다음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