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달 27일 공직선거법 개정안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며 다가오는 총선부터 만 18세에게 투표권이 주어졌다. 이로써 내년 총선일 기준으로 만 18세가 되는 2002년 4월 16일 출생자까지 포함해 54만 명이 새로이 투표권을 갖게 됐다. 이에 대해 청소년들의 의견이 정치권에 적극 반영될 것이라는 기대와 교실의 정치화를 우려하는 엇갈린 반응이 나오고 있다.

영암우리신문은 4.15 총선에서 첫 ‘만 18세 투표’를 하게 될 삼호고 2학년 박선민(사진 왼쪽), 임다인 학생을 만나 처음 손에 쥐게 된 권리와 우리나라의 현재에 대한 생각을 들어봤다.

만 18세 참정권에 대한 찬·반 의견은?
박선민 OECD 35개 국가 중 ‘만 19세 선거권’인 나라는 우리나라가 유일하고 ‘만 16세 선거권’을 시행중인 오스트리아를 제외한 33개 국가는 모두 ‘만 18세 선거권’을 인정하고 있어요. 이번 개정안을 통해 우리나라에 변화가 온 것을 반갑게 생각합니다.

임다인 다른 선진국들의 사례를 따져볼 때 시대에 뒤떨어진다고 생각해요. 만 18세 청소년의 정치 참여가 늘어나게 되면서 우리들의 목소리가 기존정책이나 신규정책에 많이 반영 될 것이라는 점에 기대가 높아요.

교과 과정 중 제대로 된 정치 교육이 부족해 청소년의 역량이 부족하다는 의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는지?
박선민 역량이라는 기준이 애매한 것 같아요. 현재 ‘정치와 법’이라는 선택과목을 통해 정치개념과 투표의 역사 등을 공부하고 있으며 선택과목을 수강하지 않는 학생들도 이미 수많은 미디어를 통해 정치를 만나고 있어 선진화 된 정치의식을 가지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역량부족을 핑계로 가둬놓기만 한다면 평생 제자리걸음 일 수밖에 없어요. 앞으로 교육을 통해 청소년들의 정치 역량을 키워 줄 수 있는 방안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임다인 청소년의 정치적 역량이 부족하다는 것은 일정부분 동감합니다. 다만 ‘역량이 부족하니 정치참여 안 된다’는 식의 접근보다 선진국의 교육사례들을 벤치마킹해 현 교육환경을 개선하는 것이 옳다고 생각합니다. 이와 함께 청소년들도 스스로 정치에 관심을 갖고 찾아보고 학습하는 노력을 통해 성장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청소년들이 의무는 지지 않고 권리만 행사하게 된다는 의견에 대해서는?
참정권을 특권으로 생각하는 편협한 시선이라고 생각합니다. 투표율이 저조해 의무투표제가 논의 될 정도로 투표에 관심과 참여를 독려하고 있는 상황인데 투표가 기득권층의 특권인 냥 생각하고 있는 것 같아 좋은 의견은 아니라고 보여요. 지금 당장 교육의 의무 외에는 지지 않고 있지만 불과 1~2년 후면 모든 국민의 의무를 다 하게 되는데 그 남은 시간에 대한 딴지라고 생각합니다.

청소년들이 좌편향 될 것 이라는 우려가 있는데?
박선민 청소년이 모두 진보주의라고 생각하진 않아요. 현재 태극기집회 등 보수층들의 행동을 보면 보수주의가 우리들에게 긍정적 이미지를 주고 있지는 않아요. 정확히 어떤 것을 원하고 어떻게 변해야 하는지 타당한 의사를 밝히는 것이 아니라 누구 물러나라, 누구 구속해라 등 과격한 모습만 보이고 있어 청소년들이 자연스레 등을 돌렸다고 하는 것이 맞겠죠. 제가 봐온 지금까지의 모습이 보수의 현실이라면 이에 맞서는 목소리들이 더 높아져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임다인 진보든 보수든 개인의 성향 차이는 분명히 있어 좌편향은 아니라고 생각해요. 어떤 성향이든 고여 있으면 썩게 마련인데 지금의 보수는 이미 오래전에 고인물이 되지 않았나 생각합니다. 스스로를 쇄신할 수 있는, 새로운 변화를 이끌 수 있는 긍정적인 시도가 분명히 필요하다고 봅니다.

성인들은 정치얘기를 나누다 충돌이 일어나기도 한다. 교실에서도 진영 대결 분위기가 조성 돼 학업에 지장을 끼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박선민 대립이 생겨 진영 대결을 할 것이고 그로인해 학업에 지장이 생길 수 있다는 얘기는 청소년들을 전혀 모르는 얘기 같아요. 오히려 대립은 서로 생각을 나눌 수 있는 기회로 상대방의 의견을 듣고 자기 주관을 확립하게 된다고 생각해요. 학업에 지장을 주는 문제가 아니라 또 다른 주제로 토론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임다인 딱히 대립하는 일이 생길 것 같지는 않아요. 이번 선거에도 생일이 지난 친구들만 투표가 가능하다보니 소수의 투표권자들만 얘기가 오고 갈뿐이라 대립으로 학업에 지장이 있다는 의견은 맞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만 18세 투표권이 불러올 정치권의 변화를 예상한다면?
청소년들 사이에서는 이미 투표권에 대한 얘기가 많이 나오고 있어요. 청소년들의 관심이  많이 늘어나면서 투표율 상승 등의 긍정적 효과가 생길 것 같아요. 거기다 만 18세도 정당가입과 선거활동이 가능해진만큼 자신이 생각하는 후보에 대해 서로의 생각을 얘기하고 공유할 수 있어 시간이 지날수록 긍정적인 영향이 누적 돼 그로 인한 여러 가지 시너지 효과가 생길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청소년들의 목소리가 가장 먼저 반영 됐으면 하는 것은?
박선민 교육환경이 너무 답답해서 교육을 받는다는 느낌이 없어요. 그저 틀에 박힌 교육시스템과 입시위주로 돌아가는 수업들은 학생들로 하여금 스스로 배우고 깨우칠 기회를 박탈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활동중심으로 교육하라는 정부 지침이 있지만 반복되는 시험으로 학생들을 1~9등급으로 평가하는 것은 이율배반적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프로젝트를 한다고 해도 다가오는 시험을 준비해야 하는 현실 상 시간이나 참여기회가 적어 한명이 몰아서 하는 경우가 다반사에요. 시험과 평가보다는 학생들이 진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정확하게 판단하고 그에 맞는 교육시스템이 확립됐으면 좋겠어요.

명분뿐인 동아리 활동시간에 이미 들어서 충분히 숙지하고 있는 입시제도, 교육정책 영상을 의미 없이 반복해서 보느니 정말 필요한 정치교육 영상이나 5.18, 세월호처럼 꼭 알아야 하는 역사나 사건에 대한 자료들을 보여줬으면 좋겠어요.

또, 범죄자가 음주로 인해 감경 받는 일은 제발 더 이상 없었으면 좋겠어요. 조두순사건처럼 평생 용서받지 못할 범죄자들이 세상에 나올 기회를 없애야 하는데 오히려 술 먹었다고 죄를 깎아 주는 건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해요. 음주로 인한 심신미약이 아닌 음주를 통한 범죄는 더 강력한 처벌을 해야죠.

임다인 가출청소년을 보호할 수 있는 법안을 만들고 싶어요. 단순 가출이 아닌 부모님이나 보호자의 폭행 등으로 도망가듯 집을 떠날 수밖에 없는 학생들이 많은데 보호기관에서 일정기간이 지나면 결국 다시 집으로 돌아가야 하는 안타까운 경우가 있어요. 집이나 보호기관에 다시 돌아갈 수 없어 떠돌이 생활을 하는 청소년들이 발생하고 이 친구들이 모여 또 범죄에 노출되는 경우도 있다 보니 이런 청소년들을 사회적으로 보호해 줄 수 있는 기관이나 법안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또, 복지와 연금 시스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곧 초고령화 시대에 접어들 텐데 지금도 심각한 사회문제가 되고 있는 독거노인과 저소득층 문제는 장기적인 대책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연금시스템도 더 세밀하게 손봐서 많은 사람이 안전한 노후 생활을 할 수 있는 환경이 돼야 한다고 생각해요.

근래 가장 큰 사회적 이슈를 뽑는다면?
박근혜 탄핵이 가장 충격적이었어요. ‘이런 사람을 위해서 나라가 돌아가고 있었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특히, 정유라의 경우 ‘돈만 있으면 누구든 좋은 대학 간다’라는 말이 요즘 세상에는 통하지 않을 것이라 생각했는데 ‘열심히 공부하고 살아가는 사람들은 뭐지’라는 생각에 뒤통수를 맞은 느낌이었어요.

현재 우리나라의 정치에 대해 애기해 달라.
진보든 보수든 중도든 정치계의 사람들이 서로를 등지고 귀 닫고 있는 모습이 안타까워요. 문제가 있으면 대화와 협의를 통해 해결해야 하는데 맞는 얘기도 상대진영에서 주장하면 틀리다고 얘기하는 모습들이 정말 치졸하다 싶어요. 내 뜻대로 안되면 사람들 동원해서 집회만 하려고 하고 알맹이 없는 소통방식들이 마음에 안 들어요. 

또, 고위층들의 범죄나 문제에 대해 너무 관대하지 않나 생각해요. ‘김학의 사건’처럼 충분히 해결가능 한 문제였음에도 시간만 끌다 결국 사람은 맞는데 공소시효가 만료됐다고만 하잖아요. 이번에 공수처가 설치됐다는 뉴스를 보고 이런 일들이 더 이상 반복되지 않기를 기대하고 있어요.

최저임금이나 근무환경 개선 노력 등은 굉장히 좋아지고 있는 것 같아요. 일을 하는 사람은 누구나 안정적인 삶을 살아갈 수 있게 해주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래야 복지에 들어가는 돈도 줄이고 더 많은 사람에게 혜택이 돌아갈 수 있겠죠.

또, 국민신문고처럼 누구나 참여할 수 있는 시스템은 좋아요. 예전에는 억울해도 털어 놓을 데가 없었다고 어른들께 들었는데 지금은 억울한 일이 생기면 국민들이 참여해서 올바른 방향으로 해결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의미 있는 일 같아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