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역지사지는 2019년 3.1운동 및 임시정부 100주년을 맞아 지역의 독립운동사와 강제징용사를 조사하기 위해 조직된 동아리이다. 

우리 동아리는 전라남도 청소년 미래도전 프로젝트 국외팀에 선정돼 해외 역사탐방을 중심으로 지난 1년 동안 다양한 국내활동을 진행해왔다. 본래의 계획은 8월 여름방학 일본으로의 강제징용 역사 탐방이었지만 급격한 한일 관계 악화로 인하여 기존의 일본 일정을 취소하였다. 갑작스러운 국제정세 변화에 여러 시행착오를 거친 우리 동아리는 마침내 12월 25일부터 31일 까지 이어지는 중국 상하이 역사탐방을 진행하였다.

영보정 마을에 감사 헌시패를 전달하는 것을 마지막으로 국내활동을 마친 우리 동아리는 그 동안 꿈에 그리던 해외 역사탐방을 기다리며 12월 한 달 간을 보냈다. 
그렇게 출발의 날이 밝아오고 우리는 크리스마스인 12월 25일날 광주로 집결하여 인천공항으로 향하였다. 늦은 저녁이 되어서야 인천공항에 도착한 우리는 혹여나 입에 안 맞을 중국음식을 걱정하며 마지막 한식으로 김치찌개와 된장찌개를 먹으며 굶주린 배를 채웠다. 

출국수속을 받고 비행기에 오를 때 우리 동아리 회원 중 처음 비행기를 타보는 친구가 있어 그 친구의 반응을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였다. 기류의 불안정으로 인해 기체가 매우 흔들려 편히 잠을 못자는 비행을 마친 우리는 약간의 비에 젖은 상하이 푸동 공항에 내렸다. 역시 인구 대국의 국제도시 공항이어서 그런지 매우 큰 규모의 공항이었고 내리자마자 뜻 모를 간체자들이 나의 눈을 어지럽게 하였다.

중국에 내린 회원들은 모두 중국 현지 유심으로 갈아끼웠다. 하지만 나는 이번 여행동안만은 휴대폰과 SNS에서 벗어나 내 두눈으로 중국의 생생한 사회상과 역사를 담아보고 싶은 소망에 중국 현지 유심을 사용하지 않고 휴대폰을 오로지 사진을 찍는 용도로만 사용하기로 하였다. 물론 혼자만의 시간을 가질 때 맞이할 무료한 상황을 피하기 위해 읽을 소설책 두 권을 챙겨왔다. 

입국심사를 받기도 전 우리는 지문인식 기계로  향하여 왼손 사지의 지문을 등록하였다. 괜히 나의 개인정보를 빼앗긴거 같아 기분이 언짢았다. 동아리 회원 중에는 아직 주민등록증을 발급하지 않은 학생들이 대다수여서 나는 우스갯 소리로 대한민국 정부보다 중국 정부가 우리의 지문을 더 먼저 채갔다는 농담을 뱉었다. 그렇게 입국심사를 받게 되었는데 줄 서는 것에 관해 조금 착오가 있었던 우리 일행에게 강압적인 말투로 줄을 다시 서라고 명령하는 공안의 태도에 조금 기분이 상하였다. 하지만 중국에서 공무원이 가지고 있는 힘에 대해 한번 느껴보는 계기가 되었다.

입국심사를 마치고 여행사에서 나오신 중국인 기사님이 우리를 숙소까지 데려다 주셨다. 우리는 새벽의 지친 몸이었지만 처음 오는 나라에 대한 호기심에 바로 숙소 앞에 있는 편의점으로 향하였다. 그런데 외국인의 유동인구가 많은 관광지와 호텔 앞의 편의점이어서 일까 편의점에는 한국과 일본의 음료와 라면 그리고 소주를 어렵지 않게 볼 수 가 있었다. 나는 중국의 닭꼬치와 만두를 사들고 숙소로 향하였다. 걱정 반 설렘 반으로 먹어본 중국에서의 첫 음식은 의외로 맛있어 나는 중국음식에 대한 별다른 걱정을 하지 않게 되었다. 그렇게 중국에서 펼쳐질 흥미로운 일들에 대한 설렘을 상상하며 나는 중국에서의 첫 밤을 보내게 되었다. 

다음날 아침 9시에 기상한 우리는 상하이에 온 가장 큰 목적이자 필수 코스인 상하이 임시정부와 영경방을 가게 되었다. 지하철 하루 프리패스 권을 구매하여 지하철로 이동한 우리는 우려와 달리 순조롭게 신천지역으로 도착하여 상하이임시정부에 도착하였다. 

하지만 일이 너무 잘풀려서 일까 우리가 갈 때 쯤 상하이 임시정부는 휴관 시간이었고 우리는 어쩔 수 없이 발길을 돌려 영경방을 향하여 점심을 먹을 곳을 찾았다. 점심을 담당한 회장 최윤서 학생이 찾은 식당이 문이 닫혀있었고 설상가상 두 번째로 찾은 식당도 폐업을 한 상태였다. 그렇게 최윤서 학생은 우리에 대한 미안함과 당혹스러움에 기운을 잃었고 우리는 배고픈 배를 부여잡으며 신천지 일대를 방황하기 시작했다. 

최윤서 학생은 다시 한번 용기를 내어 식당을 찾았지만 그 식당의 위치를 찾기가 쉽지 않았고 우리는 참다 못해 주변에 있는 식당을 아무데나 골라 들어갔다. 우리는 정해진 예산이 있는 만큼 함부로 식비에 많은 돈을 쏟아 부을 수 없었다. 그렇게 두 인솔교사 선생님들의 신중한 선택 끝에 우리는 볶음밥과 채소 볶음 만두등을 시켰다. 처음 먹는 제대로 된 현지식이었던 만큼 우리는 기대와 걱정이 어우러져 있는 상태였다. 특히 익히 보아왔던 돌아가는 중국식 테이블은 익숙치 않은 우리에게 적지않은 어려움을 주었다. 

걱정이 너무 지나쳤던 것일까 아님 배가 고파서 였던 것일까 먹어본 중국음식은 맛있었고 전혀 입에 안맞는 것도 없었다. 특히 한식을 너무나 사랑하시는 박휴상 선생님께서는 고추장도 챙겨오셨다는데 선생님의 얼굴에는 옅은 미소도 보였다. 

그렇게 값진 식사를 끝내고 다시 상하이임시정부청사로 향한 우리는 많은 한국인 관광객들과 함께 줄을 섰다. 나는  이렇게 상하이 여행에 필수코스로 찾아주는 많은 한국인관광객들 덕분에 상하이임시정부청사가 이렇게 유지될 수 있다고 느꼈다.

국가의 뿌리를 잊지 않으려는 우리 국민들의 관심에 큰 감동을 느끼는 순간이었다. 

내부에 들어가보니 생각보다 좁고 협소한 크기의 청사를 보며 나는 이렇게 열악한 상황에서도 민족의 독립을 염원하고 대비하여 임시정부 활동을 이어나간 독립운동가 분들이 존경스러워졌다. 비록 임시정부이지만 체계적이고 명확한 정부구성이 우리 민족의 독립의지와 임시정부의 정당성을 더욱 빛나게 했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대한민국의 태동을 알린 상해임시정부의 숨결을 느끼며 우리는 영암고 학생들의 애국심을 고스란히 담아온 대형 태극기를 펼쳐 단체 사진을 찍고 발길을 돌렸다.

임시정부의 감동을 마음 속에 가득 다음 채 우리는 상하이에 있는 명청시대의 양식의 중국정원 중에서도 가장 섬세하고 아름답다고 알려진 가장 중국 다운 정원 예원을 찾았다. 예원 주변에 도착하니 한국의 한옥마을처럼 길거리는 전통 중국 양식의 건물들과 기념품들을 팔고 있었다. 예원에 들어서자 아름다운 정원들이 눈앞에 펼쳐졌다. 작년 일본에서 본 정원들과는 확연히 다른 느낌이었다. 일본의 정원들이 오밀조밀하고 작은 느낌이었다면 이곳은 선이 굵고 시원시원한 느낌이었다.

또한 동양적인 느낌이 물씬 풍겨서 인지 다른 상하이 관광지 보다 서양인들의 모습이 많이 보여졌다. 그렇게 눈이 즐거운 예원 방문을 마치고 우리는 숙소로 향하여 잠깐의 휴식을 취하였다.

숙소에서 잠깐의 휴식을 취한 우리는 숙소 주변의 식당에 들어갔다. 우리나라로 치면 기사식당이나 한식뷔페 같이 저렴하게 한끼를 떼우는 그러한 곳이었다. 하지만 내 입맛에 잘 맞지 않았다. 섣불리 만두와 꽃빵 등 여러 음식들을 담은 탓에 나는 그것들을 남기지 않으려 애를 먹었다. 비록 입에는 안맞지만 음식을 많이 남기는 것은 예의가 아니라는 것을 잘 알고 있었기에 나는 그 상황이 매우 당혹스러웠다.

다행히 옆에서 그나마 잘 먹는 친구가 도와준 탓에 그렇게 많이 남기지는 않았지만 나는 잔반을 처리 해주시는 아주머니께 죄송스러운 표정을 지으며 씨에씨에라 말하였다. 아주머니는 왠지 이해한다는 표정을 지으셨다. 처음으로 중국에서 음식으로 고생한 순간이었다. 

<다음호에 계속>