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마다 우리 사회를 사자성어로 논평해 온 전국의 대학교수들은 올해의 사자성어로 ‘공명지조(共命之鳥)’를 선정했다.

공명지조는 하나의 몸통에 머리가 두 개 달린 새의 이야기로 목숨을 공유하는 공동운명체를 의미한다. 불교경전인 ‘불본행집경’과 ‘잡보장경’을 보면, 이 새의 한 머리는 낮에 일어나고 다른 머리는 밤에 일어난다. 한 머리는 몸을 위해 항상 좋은 열매를 챙겨 먹었는데, 이에 질투심을 느낀 다른 머리가 화가 난 나머지 어느 날 독이 든 열매를 몰래 먹어 두 머리는 결국 모두 죽게 됐다.

즉 어느 한쪽이 없어지면 자기만 살 것처럼 생각하지만 결국엔 모두가 공멸하게 된다는 경고의 의미를 담은 이야기로 정치권을 필두로 우리 사회가 극단적으로 대립하고 분열하는 현실에 대한 안타까움을 담고 있다.

공명지조를 추천한 영남대 철학과 최재묵 교수는 “한국의 현재 상황이 공명조와 비슷한 것 같다. 모두가 상대방을 이기고 자기만 살려고 하지만, 어느 한쪽이 사라지면 함께 죽게 되는 것을 모르는 것 같아 안타깝다”라고 말했다.

2019년 영암의 지역사회는 조선경기불황의 장기화 속에서 공명조와 크게 다르지 않았던 내홍들을 겪기도 했다. 특히 공익으로 포장된 님비, 자기중심적 공익 가치 규정 등이 비일비재하며 혼란한 상황도 연출되었지만, 그나마 무난하게 마무리된 한 해였다. 영암우리신문에서는 올 한 해 동안 우리를 울고 웃게 했던 주요 이슈를 모아 올해의 뉴스를 선정했다.  
 

깜깜이 선거 속 치러진 ‘조합장 선거’

지난 3월 제2회 전국동시조합장선거가 치러졌다. 선거결과 영암농협 박도상 조합장이 무투표 당선된 것을 비롯해 영암지역 농협 7곳과 축협 1곳, 산림조합 1곳 등 총 9개 지역 조합장 당선자들이 확정됐다. 

선거인수 1만7156명 중 1만4182명이 투표해 82.66%의 높은 투표율을 보이며 치러진 이번 선거는 현직보다는 새로운 인물의 강세가 뚜렷했다. 금정농협 최병순 조합장을 비롯해 월출산 박성표, 서영암 강종필, 영암축협 이맹종, 군서농협 박현규, 산림조합 이부봉 조합장이 새롭게 조합원들의 선택을 받았다. 또 삼호농협 황성오, 신북농협 이기우 조합장은 조합원들의 재신임을 받아 연임됐다.

 

들불처럼 일어난 ‘NO JAPAN’                                           

3·1운동과 대한민국 임시정부 100주년이었던 2019년 대한민국에는 ‘NO JAPAN’ 열기로 뜨거웠다. 

지난해 10월 대한민국 대법원이 일제강점기 강제징용에 대한 배상 판결 이후, 지난 7월 일본 정부가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 등의 대한민국 기업에 반도체 생산에 필요한 원자재 수출 등을 규제하면서 발생했던 한일 무역 분쟁으로 인해 온 국민들이 나서며 촉발된 일본제품 불매운동이 영암에서도 확산됐다.

지역 농민단체에서는 일본농기계 불매운동에 나섰고 영암지역자활센터에서도 그동안 독거노인 등의 생필품으로 사용되던 일본상품을 국산제품으로 대체해 사용하는 등 불매운동에 동참했다. 또 지역 마트에서도 일본산 맥주 등 주류와 공산품을 판매금지에 들어가는 등 일본제품 불매운동이 붐을 이뤘다.

또 영암지역 중학교 2학년 학생 전원을 대상으로 진행하고 있었던 ‘해외역사문화탐방’의 일본탐방 프로젝트가 중국 상해독립운동사적지 등으로 변경되어 항일운동의 발자취를 따라 탐방하는 프로젝트로 운영되기도 했다.

 

영암에서도 농민수당 도입                                              

올해 농업분야에서 가장 뜨거운 이슈는 농민수당이었다. 

지난 7월 영암군농민단체들이 농민수당 조례제정 청구 선포 및 영암군·영암군의회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시작으로 촉발된 농민수당 문제는 영암군의회가 농어민 기본수당 지원조례 제정 작업을 보류시킨 것에 대한 반발조치로 농민단체가 3273명의 주민들의 서명을 받아 주민조례 발의에 나서면서 공론화됐다.

하지만 지난 11월 영암군의회는 농업경영체의 경영주를 대상으로 연간 60만원 수준으로 수당을 지급한다는 행정 발의안을 통과시켜 농민단체로부터 강한 반발을 사면서 마찰을 빚기도 했다.

 

일본에서도 관심…강제동원 피해자들                                     

지난 4월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과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모임 광주·전남지부가 광주지방법원을 통해 일본 전범기업에 대한 손해배상 소송을 제기했다. 

3월부터 영암우리신문을 비롯한 바른지역언론연대 소속 지역신문들의 소송단 모집 홍보를 시작으로 준비된 일제강점기 강제동원 피해 소송에는 많은 관심 속에 영암지역에서도 30여 사례가 접수되었고, 이 가운데 3명의 피해 사례가 손해배상 소송에 최종 참여하게 됐다. 

손해배상 소송과 더불어 3·1운동과 대한민국 임시정부 100주년을 맞아 영암우리신문은 일제강점기 강제징용에 끌려갔던 영암 사람들의 사연을 찾아 기획 보도했다.

이 가운데 지난 8월 지역강제노동 피해자의 세 번째 순서로 서호면의 故 유사용 씨의 유가족 유길안 씨를 찾아 인터뷰를 하며 살아생전 유사용 씨의 삶과 강제징용에 끌려가서 주검으로 돌아온 과정까지 유가족들의 기억을 더듬어 신문지면에 고스란히 담았다.

그 결과 일본 사회에서도 1945년 미쓰비시중공업 나고야 항공기 제작소에 대한 미국의 폭격으로 유명을 달리한 강제노무동원 한국인 첫 사례로 밝혀지며 사실 확인에 나서고 있다. 특히 일본 교도통신 아와쿠라 요시카츠 기자가 영암우리신문 기사를 보고 30여년째 유계토용(愈渓土用)이라고 알려져 왔던 강제징용 피해자를 확인하고자 직접 영암을 찾아 취재하는 등 관심을 받기도 했다. 

이는 故 유사용 씨가 미쓰비시중공업 나고야 항공기 제작소의 미군 폭격으로 숨진 첫 강제징용 피해자의 확인 사례가 될 것이며, 이러한 확인을 통해 나머지 사망자들의 강제징용 사례도 풀어갈 중요한 단초를 제공했다. 또 故 유사용 씨의 사안에 대한 사실관계의 해명이 미쓰비시 측에 강제징용 문제 해결을 압박하는 중요한 열쇠가 될 것으로 보인다.

 

마한 역사의 재조명                                                    

고분군이 밀집한 시종면에서 고대 마한의 최고위 수장층 무덤을 확인하는 유물이 발견돼 백제와는 다른 영산강 유역 고대사회의 실체를 밝히는 전기가 마련된 한 해였다.

지난 7월 시종면 내동리 산 579-1번지 발굴현장에서 영상강 유역 고대 마한시대의 최상위 수장층으로 무덤이 발견돼 학계의 관심을 불러 모았다. 이번 조사에서 주목을 받은 것은 금동관편의 확인이다. 금동관편 중 확인된 유리구슬과 영락(瓔珞)은 나주 신촌리 9호분에서 출토된 금동관(국보 제295호)에 장식된 유리구슬과 매우 유사한 것으로 확인됐다. 이는 고대 마한의 존재를 알려주는 것으로 최고위 수장 층의 무덤임을 추정하게 했다.

김영록 도지사가 직접 발굴현장을 찾아 적극적인 지원을 약속하고 고대문화권특별법에 마한이 포함되도록 노력할 뜻을 밝혔다.

 

스포츠로 지역경제 활성화 가능…전남도 단위 체육대회 마무리             

지난해 제57회 전남도민체전을 시작으로 올해는 제27회 전남도장애인체전, 제14회 전남어르신체육대회, 제31회 전라남도 생활체육 대축전까지 굵직굵직한 스포츠 이벤트가 지역에서 성공적으로 개최됐다.

도 단위의 대회가 지역에서 잇따라 개최됨에 따라 지역 식당은 물론 숙박업소까지 호황기를 누렸고 지역경제에는 상당한 파급효과를 나타냈다. 특히 굵직굵직한 대회가 지역에서 개최됨에도 불구하고 이렇다할 사건·사고 없이 대회가 마무리돼 스포츠 강군으로서의 이미지와 지역의 이미지 제고에도 큰 도움이 됐다는 평가이다.

 

지뢰 터지듯 터졌던 기업형 축사문제                                    

올해는 유독 기업형 축사 문제가 빗발친 한 해였다. 지난 2월 학산 묵동리 돈사 신축허가 문제를 시작으로 삼호읍 백야마을 등에서 잇따라 돈사 허가에 따른 주민들의 반발이 터져 나왔다. 

이는 지난 3월 통과된 주거밀집지역 및 다중이용시설로부터 현행 700m에서 2000m 이내에서는 돼지 사육을 제한하는 내용을 담은 ‘영암군 가축사육제한구역에 관한 조례 일부개정조례안’ 시행을 앞두고 건축주들이 무더기로 건축허가에 나서면서 발생한 것들이었다.

군은 삼호읍 백야마을을 비롯한 11건을 부결시킴으로서 일단락 시켰으나 현재 행정소송이 이어지며 돈사문제는 현재 진행형이다. 

또 11월에는 삼호읍 목우촌과 송죽정 마을 주민들이 서호리 인근 농지에 허가가 난 우사에 대해 허가 반대 목소리를 높이기도 했다.

 

영암군민속씨름단, 첫 천하장사 배출                                     

영암군민속씨름단으로서는 잊지 못할 한 해였다. 지난 11월 18일부터 24일까지 충남 예산군 윤봉길체육관에서 열린 ‘2019 천하장사씨름대축제’에서 영암군민속씨름단은 한라장사에서 오창록 장사가 2년 연속 ‘한라장사’에 등극한 것을 시작으로 24일 신인 장성우 장사가 예상을 깨고 천하장사에 오르는 등 모래판에서 포효했다.

창단 3년만에 천하장사를 배출한 영암민속씨름단의 성과에 지역에서도 성대한 환영식과 함께 카퍼레이드 행진을 펼치며 자축의 자리를 마련하기도 했다. 하지만 일각에서는 이번에 군에서 추진한 카퍼레이드와 관련해 행정낭비라는 비판의 목소리를 제기하기도 했다.

 

시종 악취 문제에 희소식                                               

지난 3월 시종면민들에게 희소식이 들려왔다. 계속되는 행정처분에도 불구하고 악취와 불법영업 행위로 지속해오며, 논란의 중심에 서왔던 시종면의 악취업체가 군을 상대로 허가취소 처분이 부당하다며 나선 행정소송 최종심에서 허가취소가 확정됐기 때문이었다.

특히 해당업체의 실질적 경영주인 A이사가 폐기물관리법 위반, 비료관리법, 가축분뇨의 관리 및 이용에 관한 법률 위반 등의 혐의로 법정구속이 되어 있는 상태에서 허가취소가 확정되면서 5년째 이어지고 있는 악취문제가 종착점에 한발 더 나아가는 2019년이었다.

 

영암여고, 공영형 사립학교로 선정                                       

지역 전통의 사학 ‘영암여자고등학교’가 사학의 공공성과 책무성을 강화하기 위해 추진한 ‘공영형 사립학교’ 운영학교로 전남 최초로 선정됐다. 학교법인의 재정여건 악화로 영세한 사학이 증가함에 따라 공·사립의 균형발전 등 건전사학을 육성하자는 취지의 사업으로 첫 수혜자에 영암여고가 선정되는 쾌거를 일궈냈다.

이번 선정으로 영암여고는 향후 전남도교육청으로부터 대규모 시설사업비와 학교운영비 추가 지원 등 다양한 혜택이 부여될 것으로 보인다. 특히 그동안 낙후된 시설과 불투명한 인사관리에 대해 부정적 인식이 강했던 사학의 이미지를 쇄신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함으로서 지역 교육을 한 단계 더 끌어 올릴 수 있을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정리> 박준영 기자  news@woori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