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손을 떠나 먼지가 쌓인 오랜 생활품들이 아이들의 ‘꿈 자람터’로 변신한다면 얼마나 행복한 일일까. 아름다운 한편의 이야기가 각박한 세상살이에 꽁꽁 언 마음을 녹이고 있다.

지난 8월 덕진면 사무소에 양지원, 서옥림, 김조은 씨가 찾아와 주위의 도움으로 어렵사리 열었던 ‘기부 플리마켓’의 수익금을 기부하고 싶다고 했다.

이들은 얼마 전 지인에게 안타까운 사연을 들어 비록 내어놓기 부끄러운 소액이지만 그 아이에게 자그마한 도움이 됐으면 한다는 뜻도 조심스레 내비쳤다.

사연 속 아이는 부모님과 기초수급혜택을 받으며 살아가고 있는 초등학교 5학년 여학생으로 사춘기의 나이임에도 불구하고 혼자만의 잠자리는 물론 책을 읽을 수 있는 공부방도 없이 부모님과 한방에서 생활하고 있었다. 이 사춘기 여학생에겐 ‘내 방’이 간절히 필요했다.

기부자들로부터 사연을 전해들은 덕진면사무소 직원들도 아이를 위해 팔을 걷어붙이고 나섰다. 덕진면 주민복지팀은 부모님을 만나 기부금과 지원금으로 아이에게 꼭 필요한 공부방을 만들어 줄 수 있다고 설득했지만 아이의 아버지는 본인이 알아서 하겠다며 거듭 거부의사를 내비쳤다.

하지만, 주민복지팀의 끈질긴 설득과 공부방이 필요하다는 아이의 간절함에 부모는 마음을 연 대화를 시작했다. 아이의 아버지는 내 아이를 위한 일인데 다른 이의 손에만 의지할 순 없다며 자비로 주택 내 한 부분을 방으로 독립시키는 공사와 보일러 설비를 마쳤다.

아버지의 사랑으로 만들어진 작은 방에는 선행천사들의 기부금으로 구입한 푹신한 침대와 말끔한 책상, 의자가 들어오며 아이만의 공부방이 완성됐다.

공부방을 선물 받은 아이는 “매일매일 상상만 하던 공부방이 생기다니 정말 꿈만 같다”며 “부모님의 사랑과 선물을 주신 분들의 마음을 잊지 않고 어려운 아이들을 돕는 정말 큰 사람이 되겠다”며 감사함을 전했다.

플리마켓을 통한 기부 아이디어를 냈던 양지원 씨는 “평소 생각만 가졌을 뿐 플리마켓 공간도 찾지 못하고 있었는데 예쁜 카페의 사장님이 우리의 뜻을 도와 무상으로 자리를 내어주고 주위에서도 물품들을 하나, 둘 지원해줘서 가능했다”며 “벽보를 직접 붙여가며 홍보하느라 안 좋은 상황도 더러 있었지만 완성된 공부방을 보니 모든 일들이 보상 받는 느낌이다”며 활짝 웃어보였다.

이어, 서옥림 씨는 “아이가 원했던 핑크색으로 예쁘게 꾸며진 방에 기뻐하는 아이의 모습을 보니 어린 시절의 추억이 떠올라 덩달아 기쁘다”며 “주위에 다달이 기부를 실천하시는 분들과 거액의 기부금을 기탁하는 분들도 많은데 이렇게 칭찬을 받는 것이 조금은 부끄럽다”며 쑥스러워 했다.

또, 이 팀의 막내인 김조은 씨는 “적은 금액으로도 누군가에겐 간절함을 메워줄 수 있는 큰 힘이 된다는 것이 한편으로는 놀랍다”며 “벼룩시장을 연 우리도, 도움을 준 주위 사람들도, 자리를 찾아 물품을 구매 해준 분들도 모두 기부에 동참하신 것으로 정말 감사함을 느끼고 있다”며 주위에 감사함을 표했다.

소액기부에 대한 망설임을 해소할 수 있는 좋은 선례로 기억 될 이번 선행이, 지역민들에게 거액의 기부만이 큰 나눔이 아니라는 것을 일깨워 복지사각지대에 머물러 있는 이들에게 한줄기 밝은 빛으로 발전될 수 있을지 기대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