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설가/시사평론가 김갑수

진(秦)나라라고 하면 최초로 중국 통일을 이룬 황제 진시황의 존재감이 너무 큰 나머지 그 이전의 역사를 경시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심지어 진나라를 진시황이 세운 나라라고 알고 있는 사람도 있더군요. 하지만 진나라는 진시황 이전에 무려 35대의 군주와 600년이나 되는 역사를 축적한 나라입니다. 진시황의 통일도 선대의 줄기찬 노력이 밑받침되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었습니다.

진나라가 제후국의 반열에 오른 것은 진 양공(秦襄公) 때부터입니다. 진 양공은 진나라의 초대 군주입니다. 이후 진 목공, 진 효공 등은 진나라를 부강한 나라로 만드는 데 크게 기여했습니다. 나는 진나라가 6국을 평정하고 통일 과업을 이루는 데 결정적으로 기여한 요인을 ‘법가’와 ‘개혁’이라고 봅니다. 진나라는 다른 6국에 비해 철저히 법치를 구현하면서 끊임없는 개혁을 시도했습니다.

통일의 과정에 숱한 파란만장과 우여곡절들이 있었지만 진시황의 존재감이 너무 큰 나머지 진시황 이전의 수많은 역사적 사실들이 빛을 보지 못하고 있습니다. 진나라가 통일을 이루기 전에 있었던 두 가지 역사는 특히 중요합니다. 하나는 진 효공 때 이루어진 상앙의 변법개혁이고 다른 하나는 6국과의 대립 과정에서 실현된 외교정책인 소진·장의의 합종·연횡책입니다.

상앙의 변법개혁은 소국 진나라를 일약 전국시대의 최강국으로 부상시켰습니다. 각국의 군주들은 놀라고 당황한 나머지 상앙의 변법을 받아들여 진나라처럼 부국강병을 꾀했습니다. 하지만 내부개혁보다는 외교정책에 치중했습니다. 일부 국가들은 연합하여 진나라에 대항하기도 했어요. 개중에는 진나라와 화해하여 위기를 피해 가려는 나라도 있었지요.

전국시대 후기를 변법의 시대로 몰아넣은 상앙은 중국 5,000년 역사상 개혁의 대명사가 된 인물로서 중국사 전체에 지대한 영향을 미쳤습니다. 상앙이 실천한 변법의 의미는 단순한 법령의 개정이나 상층부의 개혁이 아니라 국가와 백성 모두의 철저한 개변이자 사회구조 및 풍속의 개혁이었고 심지어는 도덕적 가치관과 가정과 가족의 삶에 대한 일대 변혁이었습니다.

20년에 걸친 상앙의 변법개혁이 성공한 데에는 당시 진나라 군주 효공의 지속적인 신임이 있었기 때문임을 생각해야 합니다. 전국시대 진 효공과 상앙의 만남은 이전 춘추시대 제환공과 관중의 만남보다 더 위력적이었어요. 진나라는 상앙의 계략으로 동편에 인접한 위나라를 축출하면서 전국시대 최강국으로 올라서는 결정적인 계기를 마련한 것입니다.

상앙은 중국 역사상 가장 혁혁한 변법개혁의 성취자였습니다. 동시에 그는 왕도정치에 반하는 법가의 정치 책략가였어요. 그의 입신과 영달 그리고 배신과 몰락과 죽음의 과정이 어느 것 하나 흥미롭지 않은 것이 없습니다.

다음으로 우리는 ‘합종연횡(合從連衡)’이라는 말을 들어 알고 있습니다. 이는 중국 전국시대 최강국인 진(秦)과, 연(燕)·제(齊)·초(楚)·한(韓)·위(魏)·조(趙)의 6국 사이의 외교 전술을 가리키는 말입니다.

기원 전 4세기 말 여러 나라를 유세하던 소진(蘇秦)은 먼저 산동의 연을 시작으로 다른 5국에, “진 밑에서 소꼬리가 되기보다는 차라리 닭의 머리가 되자”고 설득했습니다. 결과 그는 산동 6국을 종적(縱的)으로 연합시켜 서쪽의 강대한 진나라와 맞서는 공수동맹을 맺도록 했는데 이를 ‘합종(合從)’이라 합니다.

얼마 후 위나라 장의(張儀)는 6국을 돌면서, “합종은 일시적 허식에 지나지 않으며 진을 섬겨야 한다”고 각각 설득하여 6국이 개별로 진나라와 횡적 동맹을 맺게 하는 데 성공하였습니다. 이것을 ‘연횡(連衡)’이라고 합니다. 이것으로써 진은 합종을 타파한 뒤 6국을 차례로 멸망시켜 중국을 통일할 수 있게 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