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제강점기와 6.25전쟁까지 영암의 근 현대사를 바로 보고 재검을 위한 역사토론회가 열렸다.

지난 11일 지역신문발전위원회의 후원을 받아 영암우리신문이 주최해 동락 2층 연회장에서 ‘일제강점기, 영암인의 역사를 찾는다’라는 주제로 열린 이번 토론회에는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 이국언 대표와 영암군농민회 정철 부회장, 영암여고 최주하 학생, 영암문화재단 김성식 사무국장이 패널로 참석해 지역의 강제동원 노동자들의 삶과 이에 대한 지역의 상황 및 인식 등에 대해 구체적으로 살펴봤다.

근로정신대 할머니와 함께하는 시민모임 이국언 대표는 대법원 판결의 주요 논거를 ▲식민지배의 합법을 전제로 한 일본법원 판결의 승인 여부 ▲피고인 적격문제 ▲청구권협정에 의한 원고 등의 개인 청구권의 소멸 ▲소멸시효의 항변 등으로 나눠 설명했다.

우리 대법원은 1965년 한-일 청구권협정에 상관없이 식민지배에 따른 불법행위로 피해를 당한 개인의 청구권이 인정된다고 판시한 바 있다. 이로써 일제강점기 강제징용 피해자들이 일본 기업들에게 강제노역에 시달린 지 70년 만에 손해배상과 미지급 임금을 받을 길이 열린 것이다. 그간 일본 정부는 강제징용 피해자들의 개인 청구권을 인정하지 않았다. 이 두 가지 시선은 결국 일제의 식민지배가 합법이냐 불법이냐에서 갈린다. 일본 정부는 일관되게 일제의 한일강제병합을 합법으로 봐왔다. 따라서 전시에 발생한 강제징용은 국가 위난시에 발생한 불가피한 조치였으므로 적법하다는 것이 일본 측의 설명이다.

특히 일본 측은 당시 협정으로 배상이 완료됐으므로 개인의 손해배상청구권이 소멸됐다고 보는 반면 우리 대법원은, 당시 협정은 일본의 식민지배상을 청구하기 위한 협상이 아니고, 샌프란시스코조약 제4조에 근거해 양국 간 재정적·민사적 채권채무를 해결하기 위한 것에 불과했다는 논거를 내세우고 있다. 따라서 개인의 손해배상청구권은 소멸되지 않았다는 등 지난해 징용배상 판결에 대한 주요 쟁점을 일목요연하게 설명했다.

이 대표는 “2012년 대법원의 판결을 통해 일제피해자들에게 역사정의가 돌아가게 될 계기가 만들어졌다고 평가할 수 있다”면서 “일본 정부는 식민지배의 불법성을 인정하고, 더 이상의 역사 왜곡을 중단해야 하며, 자발적이고 성의 있는 입법적 대응을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이어 영암군농민회 정철 부회장은 3.1운동 100주년을 맞은 지금에도 지역 내에 친일과 식민지배의 잔재들이 여전히 존재한다는 점을 지적하고 이같은 네거티브 향토유산에 대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입장을 역설했다.

정 부회장은 학산면사무소 앞과 학산초 교정에 1935년 조선총독부가 편찬한 ‘조선공로자명감’에 등재된 현기봉과 현준호 부자의 공적비 버젓이 세워져 있음을 지적하고 이는 친일 잔재 청산이라는 시대적 소명에 역행한다고 지적했다.

이에 정 부회장은 현씨 부자의 공덕도 분명히 존재하지만 친일 행적도 뚜렷한 만큼 이를 알릴 수 있는 안내판 설치가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전남도교육청에 주최한 전남 청소년 역사탐구대회에서 대상을 차지한 영암여고 ‘아시나요’ 팀장 최주하 학생은 ‘영암 영보촌 항일농민운동’에 대해 토론에 나섰다. 이날 토론회에서 최 양은 ‘영암 영보촌 항일농민운동’배경에서부터 전개과정, 결과, 그리고 영보촌 농민항일운동에 대한 인식 및 개선방안, 실천 등 지금까지 제대로 알려져 있지 않았던 ‘영보촌 농민항일운동’에 대해 일목요연하게 정리해 발표했다.

특히 이날 자리에서 최 양은 영보촌 농민 항일운동이 전국 최대 규모의 농민독립항쟁임에도 불구하고 90년동안 사회주의 항일운동이라는 색깔론에 파묻혀 제대로 알려져 있지 않은 문제점을 지적했다.

최 양은 “영보정 만세운동이 사회주의를 일제에 맞서기 위한 수단으로 받아들인 것이지 지금 알고 있는 사상적 목적이 아니었다”며 “1930년대 영암에서 일어난 최대 규모의 농민운동으로서 영암지역 전체 독립운동 차원에서 조명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마지막 토론자로 나선 영암문화재단 김성식 사무국장은 일제시대와 한국전쟁 전후 좌우 이념 대립속에서 치러진 숱한 학살, 그 참화 속에서 억울하게 희생된 지역민들의 삶에 대한 이야기를 꺼내들었다. 김 사무국장은 해방 후 친일인사에 대한 제대로된 역사적 청산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 한국전쟁이 발발하면서 결국 힘없는 민초들이 피해를 보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김 사무국장은 낮에는 경찰이 밤에는 빨치산이 오르락 내리락 함으로서 극심한 좌우익의 충돌로 영암이 적잖은 피해를 봤다고 주장했다. 이에 김 사무국장은 “일제시대 네거티브 향토유산 청산 만큼이나 일제시대-해방-한국전쟁으로 뒤엉켜 있는 지역의 근현대사에 대한 관심도 필요하다”며 “좌우익 분풀이가 불러온 집단학살로 인해 여전히 트라우마를 겪고 있는 유가족들의 한을 풀어줄 방법 모색이 시급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