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적 농업 가치 확산의 선구자 ‘영광 여민동락’

[2019년 9월 27일 / 제237호] 귀농·귀촌 청년들의 농촌복지 실험 10년 / 생산적 복지라는 사회적 농업 가치 실현 우용희 기자 · 장정안 기자l승인2019.09.27l수정2019.09.27 14: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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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획취재 
영암의 미래를 위한 혁신, 사회적경제에서 찾는다 
농촌의 인구감소와 함께 찾아온 규모화된 기업형 농업의 대세, 또 대불산단의 대기업 중심의 노동 가치 빈익빈부익부 현상은 영암군 역시 극심한 사회 양극화라는 우리 사회의 공통된 난제 속으로 던져 놓았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균형발전의 방향을 어떻게 풀어갈 것인가는 향후 계속될 지역의 과제일 것이다.
기회를 갖기조차 쉽지 않은 사회적 약자에 대한 제도적 보완, 이런 측면에서 사회적경제가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지만 정의나 개념, 사업모델 등에 대한 정보를 구체적으로 취득하지 못한 까닭에 아직은 생소한 것이 사실이다.
이에 영암우리신문에서는 인구감소와 고령화로 공공서비스와 삶의 질이 위축되고 있는 농촌현실에서 사회적 경제를 통한 지역활성화와 지속가능한 농촌사회 기반구축을 모색해보자는 취지로 농업과 치유, 돌봄, 일자리 창출을 연계해 지역공동체를 지키고 지역과 사람의 가치를 제고하고 있는 사회적 경제 사례를 5차례에 걸쳐 소개한다.

< 글 싣는 순서 >
1회  : 돌봄, 치유에서 일자리 창출까지 ‘꿈이 자라는 뜰’
2회  : 노점에서 대학으로 ‘와플대학 협동조합’
3회  : 몸과 사회에 건강한 과자를 생산하는 ‘쿠키아’
4회 : 생산부터 소비까지 연결된 행복정거장 ‘완주로컬푸드협동조합’
5회  : 사회적 농업 가치 확산의선구자 ‘영광 여민동락’
6회  : 전국 최초의 작은영화관협동조합의 싹 틔운 전북 장수군

여민동락 공동체가 만들어지기 전까지 묘량면은 영광군에서도 가장 낙후된 곳이었다. 광주광역시와도 가깝고 서해안고속도로와 인접해 있어 사람들이 떠나는 동네였다. 하지만 귀농·귀촌인들이 중심이 된 농촌복지공동체가 만들어지고 마을기업들이 들어서면서 지역이 바뀌고 있다.
지난 2008년 묘량면이 고향인 강위원 씨와 함께 학생운동을 했던 권혁범, 이영훈 씨가 귀촌해 자립형 농촌복지 공동체를 만들고자 의기투합을 했고 비영리민간단체 ‘여민동락’을 조직하면서 시작됐다.
여민동락은 ‘여럿이 함께 만드는 즐거운 세상’이라는 뜻을 담았다. 막상 고향에 내려와 큰 뜻을 품었지만 지역의 현실은 암담했다. 2019년 8월말 기준으로 1800명의 주민 중 65세 이상이 760명으로 노인인구가 전체의 42.2%를 차지하는 ‘초고령’ 지역인 묘량면에서 무엇을 어떻게 하느냐는 명제를 정확하게 설정하는 것부터 심사숙고했다.
이에 이들은 65세 이상 어르신들 중 아주 건강한 분, 비교적 건강하지만 품을 파는 정도의 노동이 가능한 분, 마실은 다니지만 노동은 어려운 분, 치매·중풍 등으로 아프신 분 등 4부류로 나눠 생산적 활동에 동참할 수 있는 비교적 건강한 분들과 함께하는 공동체를 만드는데 주력했다.
이른바 ‘생산적 복지’이다. 여민동락 관계자들은 “아이들이 없어서 폐교가 되는 마당에 아동센터가 필요한가”라는 물음에 대한 해답으로 마을에 노인복지센터를 마련하고 어르신들에게 의료복지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거동이 어려운 노인들에게는 방문서비스도 한다. 하루 평균 20여명의 노인들이 복지센터에 나와 의료서비스도 받고 다양한 여가프로그램도 즐긴다.
특히 경제적 자립기반을 위해 경제활동기반이 미미한 어르신들을 위한 소득창출사업으로 모싯잎 송편을 만드는 일을 추진했다.
농협에서 6000만원을 대출 받아 모싯잎 송편 공장을 세웠는데, 입소문이 나면서 점차 판로가 확대됐다. 처음에는 여민동락 후원자를 대상으로 우선적으로 판매했지만 쇼핑몰을 만들고 지역축제에 참가하는 등의 노력을 기울여 불특정 고객을 확보했고, 현재 2억원의 매출을 올리고 있다. 단, 온라인 통신판매를 원칙으로 한다. 영광지역에 워낙 많은 모싯잎 송편 공장과 상점이 있어 불필요한 경쟁을 피하기 위해서다.
무엇보다 몸이 허락하는 만큼의 노동으로 어르신들의 사회적관계가 복원됐고, 삶이 더욱 풍성해졌다. 특히 여민동락은 모싯잎 송편 안에 들어가는 동부콩을 국내 최초로 국산화 했는데, 농림축산식품부의 농촌공동체회사 지원이 밑거름이 됐다. 
동락점빵은 묘량면 내에 생필품을 구매할 상점이 없는 상황을 해결하고자 탑차를 활용한 이동식 간이장터다. 2010년 5월 이후 동네 유일의 구멍가게가 사라지면서 마을 어르신들은 생필품을 구매하려면 하루에 겨우 두세 번 오는 버스를 마냥 기다릴 수밖에 없었다. 그나마 거동이 불편한 어르신은 근처 장에 가는 것조차 힘들기 때문에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동락점빵이 태동했다. 
동락점빵은 생필품 구입이 어려운 어르신들을 비롯한 마을 주민들의 편의를 위해 매주 목요일·금요일마다 탑차가 42개 부락을 순회하며 생필품을 판매하고 판매수익은 농촌 복지사업을 통해 다시 지역에 환원되는 구조로 운영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동락점빵’은 경제와 복지의 선순환 구조를 만드는 재정적 기지가 될 것으로 기대를 모으고 있다. 특히 2014년 동락점빵은 사회적협동조합으로 전환됐다. 지역주민들이 이사진으로 참여하고 있는데, 여기에는 경제든 복지든 지역주민이 참여하지 않으면 성공할 수 없다는 여민동락의 철학이 담겨있다.
이처럼 여민동락이 처음부터 순항한 것은 아니다. 외지인이라며 배타적으로 바라본 이들도 많았다. 진심이 통한 건 폐교 위기에 있던 묘량중앙초등학교 살리기에 나서면서다. 폐교될 뻔 했던 학교를 젊은 귀농인들이 살려나가는 모습이나 마을을 살리는 ‘지역일체형 공동체’를 지향하며 마을에 필요한 여러사업을 펼쳐나가는 모습을 보면서 ‘2년 정도 살고 떠날 젊은이’라고만 생각했던 여민동락을 바라보는 시각도 바뀌었다.
그리고 세월을 겹겹이 채워 10년이라는 시간이 흐른 지금의 여민동락은 사람중심의 ‘사회적농업’ 실천모델로 전국의 관심을 모아나가고 있다.
올해는 ‘농업·농촌의 재생과 마을공동체 활성화’라는 목표로 사회적 농업 프로그램을 더욱 다양화해 추진할 계획이다. 눈에 띄는 사업들 중 하나는 수 십 년간 먹거리 생산에 많은 열정을 쏟고 농업에 헌신했으나 무명의 농사꾼으로 남은 마을 고령농의 삶과 철학을 콘텐츠로 하는 ‘농사문화재’다. 지역 중·고등학교 학생들과 협업으로 농촌 어르신의 이야기를 책과 영상으로 기록해 이들의 삶을 예우하는 한편, 학생들은 사회적 농업의 의미와 가치를 자연스럽게 알 수 있도록 하기 위해 기획하면서 마을공동체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해 나가고 있다.
여민동락 관계자는 “여민동락이 만드는 협동조합은 지극히 가난한 협동조합으로 작고 소박하게, 마을에서 사는 주민들이 그 마을에 거점을 두고 만들어가는 구조이다”며 “여민동락법인의 원래 목적인 마을 어르신들이 지속적으로 농사활동을 하고 소득을 얻을 수 있도록 사람 중심, 마을 중심으로 큰돈을 벌 수는 없겠지만 큰 위험 없이 큰 행복을 추구하는 걸 목표로 더욱더 노력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공동취재> 우용희 편집국장, 장정안 취재부장 
※ 이 기사는 지역신문발전기금을 지원받았습니다   

우용희 기자 · 장정안 기자  news@woori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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