극심한 매질과 배고픔, 2번의 탈출 끝에 귀환한 故 곽인용 씨

“우리 아버지의 고향은 강진입니다”
미암면 남산리에 사는 곽성남 씨의 부친 故 곽인용 씨는 일제강제동원 피해자이다. 독자로 부모님을 일찍 여의고 혼자 강진에서 살았던 곽인용 씨는 아무런 영문도 모른 채 일제 강제동원에 끌려갔다.
끌려가는 곳이 어디인지 무엇을 하는 곳인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하루라도 매를 맞지 않는 것이 중요했고 생명을 부지하는 것이 중요했다. 당시 24살의 젊은 나이의 곽씨는 이름도 정확치 않은 일본의 한 탄광에서 청춘을 바쳤다. 자신이나 가족들이 아닌 오로지 일본을 위해 원하지 않게 자신의 청춘을 빼앗겼다.
강제동원의 삶은 생지옥이나 다름없었다. 일본은 곽씨의 손에 전기와 조그만 곡괭이, 삽을 건넸다. 석탄을 파기 위함이었다. 곡괭이와 삽에 생명을 맡긴 채 곽씨는 하루하루를 살았다. 목숨을 내걸다시피 하며 죽도록 일을 했지만 돌아오는 것은 어린아이 하나가 먹어도 부족할 만한 먹을거리와 매일 반복되는 매질 뿐이었다.
배가 고팠고 살기 위해 곽씨는 탈출을 감행했다. 하지만 지도원에게 적발돼 만주로 이송됐다. 이미 곽씨의 몸은 만신창이였다. 만주에서도 곽씨에게는 곡괭이와 삽이 주어졌다. 이대로는 탄광에서 이름 없이 죽어간 다른 동료들과 같이 될 처지였다.
이에 곽씨는 또 다시 탈출을 감행했고 강제 동원된 지 2년 만에 자신의 고향인 강진이 아닌 영암으로 돌아왔다.  강진으로 가면 또 다시 강제동원에 끌려갈 수 있다는 생각에 곽씨 자자일촌인 미암면 남산리에 터전을 마련했다.
독자였던 탓에 8남매를 낳고 가정을 꾸렸지만 생활은 넉넉하지 않았다. 강제동원의 후유증 탓에 무리한 노동을 할 수 없었기 때문이다. 농사와 같은 경제활동은 아내 김수덕 씨의 몫이었다. 부족한 것들은 친척들의 도움을 받으며 생계를 이어왔다. 그러던 중 곽씨가 62세가 되던 1978년 갑자기 쓰러진 뒤 다시는 일어나지 못하며 고단했던 삶을 마감했다.
여기까지가 故 곽인용 씨의 다섯째 아들 곽성남 씨가 기억하는 아버지의 일생이다. 당시에는 어렸던 아들이었기에 자신의 아픈 기억을 물려주기 싫었던 탓인지 아버지에 대한 자세한 기억은 없다. 
자신과 20살 가까이 차이가 나는 형제들이 생존해 있었다면 아버지의 청춘이 사그라진 강제동원에 대한 정보와 흔적이 더 뚜렷이 남아있었을 수 있겠지만 형제들마저 세월에 흐름과 함께 세상을 뜨면서 더 이상의 흔적을 찾기란 쉽지 않은 실정이다.
다만, 자신의 고향을 떠날 만큼 일제강제동원이 얼마나 참혹했고 그곳에서 아버지가 얼마나 고초를 겪었을 지를 생각하면 여전이 가슴 한 곳이 여미는 것은 사실이다. 이에 지난 3월 아버지의 흔적을 찾기 위해 일제강제동원 피해 손해배상 소송에 참여했지만 아버지가 동원됐던 지역이나 회사명을 몰라 소송 참여인단에는 포함되지 못했다.
그렇기에 아들 성남 씨는 아버지에게 죄스럽다. 이런 상황이 올 줄 알았다면 아버지의 흔적들을 더 소중히 남겨뒀을 것이라는 아쉬움이 묻어나서이다. 한 가정의 가장으로 자식들을 키우고 먹고 살기 위해 아버지의 흔적에 관심을 두지 못했던 현실에 대한 자괴감도 서려 있다.
아들 곽성남 씨는 “최근 뉴스보도에서 일제강제동원이 강제가 아니라는 뉴스도 나오는데 분노감이 느껴졌다”며 “젊은 시절 강제 동원으로 인해 평생을 힘들게 살아왔던 우리 아버지의 삶만 보더라도 그렇게 말하면 안 된다”고 말했다.
이어 “돈을 벌고 왔다면 왜 아버지가 고향을 떠났으며 왜 평생을 가난에 허덕였는지 설명을 해봐라”며 “평생 아픈 기억을 안고 살아가야 했던 내 아버지를 위해 지금이라도 일본이 진심을 다해 사과를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