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제동원 된 아버지의 삶은 노예였다”

[2019년 8월 30일 / 제234호] 일제강점기 강제징용에 끌려갔던 영암 사람들 <4> 장정안 기자l승인2019.08.30l수정2019.08.30 14: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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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70여년 전 일본 니시마쓰 강제동원 故이재옥 씨 장남 이대성 씨

“사과를 해도 시원치 않을 마당에 일본놈들이 저라믄 안되제”
도포면 봉호리에서 4대째 삶의 터전을 지키며 살아온 이대성 씨는 나지막하게 흘러나오던 TV 채널을 돌렸다. 마침 TV에서는 일본이 대한민국을 백색국가에서 제외한다는 내용이 흘러나오던 참이었다.
이대성씨는 일제강제동원 피해자의 유족이다. 그의 아버지인 故이재옥 씨는 아들인 대성 씨가 태어나기도 전인 1943년 3월부터 1945년 9월까지 2년 6개월 동안 일본 니시마쓰건설에서 석탄을 생산하는 일에 강제로 동원됐다. 8남매의 장남이었던 故이재옥 씨는 당시 마을 이장이 강제동원자의 명단에 이름을 올려 자신의 의사와는 상관없이 일본행 배에 몸을 실었다.
앞서 한 번 강제동원에 끌려갔다가 야반도주로 어렵사리 돌아온 지 얼마 되지 않아 또 다시 강제징용에 끌려가니 가족들과 당사자인 故이재옥 씨는 미칠 노릇이었다.
당시 상황에 대해 故이재옥씨의 장남 이대성 씨는 “내가 태어나기도 전일이라 잘은 모르지만 아버지가 살아생전 해주셨던 말씀들을 들어보면 일제 강점기라 풍족하진 않았지만 굶지 않을 정도였고 이제 막 결혼 한 터라 강제동원을 갈 이유가 없었다”고 말했다.
직접 보지는 못했지만 아들 이대성 씨는 강제동원에 대해 많은 것을 알고 있었다. 40여년간 아버지를 모시면서 많은 이야기를 들어온 탓이다. 이씨가 아버지에게 들었던 강제동원의 실상은 참혹 그 자체였다.
허리조차 제대로 펼 수 없는 탄광에서 곡괭이 하나를 유일한 생명도구로 삼아 석탄을 채굴했다. 잠시의 휴식은커녕 숨조차 마음대로 내 쉴 수 없었다. 잠시 쉬면 돌아오는 것은 셀 수 없는 매질 뿐 이었다.
밥을 먹는다는 것은 꿈도 못 꿨다. 주먹 크기의 밥 한 덩어리로 허기진 배를 채우며 하루하루를 버텼다. 그렇게 2년 반을 버틴 끝에 조국 광복과 함께 꿈에 그리던 고향으로 돌아왔다. 
3년 가까이 노예 같은 삶을 살며 일을 했지만 임금은 한 푼도 받지 못했다. 그저 죽지 않고 살아온 것에 대해 감사할 따름이었다. 이에 대해 이대성 씨는 “우리 아버지가 젊었을 때에는 170㎝ 정도로 키도 크고 풍채도 좋았다”며 “아무리도 건강한 신체와 장남으로서 꼭 살아가야 한다는 집념이 버틸 수 있게 해준 것 아니겠나”고 말했다.
하지만 후유증은 남았다. 가끔씩 아버지의 말이 어눌한 모습을 보였다. 의료 환경이 좋지 못한 탓에 마땅한 치료는 생각지도 못했다. 그러던 중 1989년 논에 나갔던 아버지가 갑자기 쓰러졌고 병원으로 가기 위해 아버지를 들쳐 업은 아들 이대성 씨의 등에서 눈을 감았다.
아버지가 돌아가신 후 2004년 11월 국무총리실 산하에 ‘일제강점하 강제동원피해 진상규명위원회’가 출범하면서 강제동원 피해자 진상 조사를 벌였고 당시 조사에서 아버지는 일제강점기시 피징용자명부 81면과 조선인노동자에 대한 관한 조사결과 등에 등재된 사실이 확인되면서 피해자로 인정을 받았다.
마치 무용담처럼 아버지에게 말로만 들었던 이야기가 사실이었던 것이다. 피해자로 인정을 받았지만 단 일원의 보상금도 받지 않았다. 자신과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노예의 삶을 살게 했던 일본의 진정어린 사과가 없었기 때문이다.
장남 이대성 씨는 “지금 일본정부의 만행은 제대로 청산되지 못한 역사를 정확하게 보여주고 있다. 일본에 동조하는 토착왜구 세력들이 준동하고, 일부 언론들은 아베 정부를 대변하고 있다”며 “돈은 차후 문제로 먼저 일본이 진심어린 사과를 해야지 그렇지 못한 상황에서 보상금을 받는다면 또 다시 이같은 문제가 되풀이 될 것이라고 생각해 보상금 수령을 하지 않았다”고 말했다.
 

장정안 기자  news@woori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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