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극주의와 패배주의를 조장하지 말라

[2019년 7월 26일 / 제230호] 21세기 일본의 실상과 허상 - 1 영암우리신문l승인2019.07.26l수정2019.07.26 10: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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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설가 / 시사평론가
김 갑 수

한일간 갈등이 불거지자 일본의 힘을 과대평가하는 나머지 소극주의와 패배주의를 조장하는 지식인과 언론인들이 많이 눈에 띈다. 
하지만 21세기 들어 일본은 아시아에서 이미 주변국으로 밀려나 있다. 싱가포르 홍콩 대만의 국민소득은 일찌감치 일본을 앞질렀으며 한국도 일본 국민소득의 90% 선까지 육박했다. 일본의 국가 경제력이 중국에 밀린 지는 오래고, 이제 곧 인도에도 뒤질 것이 확실시된다.
일본은 한국과의 관계가 원만하지 않으며 중국과는 소원하고 조선(북)과는 적대적 수준이다. 뿐만 아니라 일본은 지진 태풍 화산 등 자연재해의 공포로부터 한시도 자유로워 본 적이 없는 나라다.
나는 한국의 모양주의자들과는 달리 일본의 메이지유신을 부정적으로 본다. 물론 일본이 메이지유신에 성공하여 이른바 ‘근대화’라는 것을 이룸으로써 제국주의 열강의 대열에 끼어드는 토대를 마련한 것까지를 부인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일본의 근대화라는 것은 미국에의 종속화를 유발했다.
제국주의란 결국 남의 것을 빼앗아 자기의 부국강병을 이루겠다는 침략주의에 불과한 것이다. 요컨대 제국주의는 ‘주의’라고도 할 수 없으며 쉬운 말로 표현해서 그것은 강도 근성이다. 더욱이 일본의 제국주의는 1930년대에 들면서 한 단계 더 악화된 군국주의로 치달음으로써 수십억 아시아인에게 막대한 고통을 주었다. 여기서 간과되어서 안 되는 것은 이로 인해 타국인뿐 아니라 일본 자국인도 엄청난 고통을 받았다는 점이다.
전후 일본의 강점은 경제에 있었다. 한국전쟁은 일본의 경기를 삽시에 되살려 놓았고 이후 전개된 미소냉전체제는 일본 경제에 엄청난 특혜를 안겨 주었다. 
그러나 일본은 경제를 얻는 대신 정치와 문화를 포기해야 했다. 일본에서 민족의 주체성 따위를 언급하는 것은 불온시되었다. 결국 일본이 미국 발 경제발전에 도취하면서 얻은 것은 ‘자주의 망각’이라는 정신질환이었다.
사실 일본의 후퇴는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다. 역사의 눈으로 볼 때 더욱 그렇다. 일본은 메이지유신 이전인 19세기 중엽까지 아시아에서 중심국가였던 적이 없다. 따라서 주변국가였던 나라가 다시 주변국가로 되돌아가는 것을 이상하게 여긴다면 그것이 바로 이상한 일 아닐까?
일본의 역사학자 미야지마 히로시 교수는 논문 「일본사 인식의 패러다임 전환을 위하여」에서, “현재 일본은 경제적으로 어떨지 몰라도(그것도 상당히 이상하게 되어 있지만) 정치적으로도 사회적으로도 주변 여러 국가에 뒤쳐지고 있다.”고 말하는데, 이런 관점은 일본의 학자들 사이에서 이제 광범위하게 공유되고 있다.
단언하건대 나는 일본이 다시 아시아의 중심국가가 될 가능성은 없다고 본다. 앞에서 말했듯이 일본은 메이지유신으로 인해 자주의 망각이라는 정신질환을 얻었기 때문이다. 일본은 서구화·근대화에 탐혹된 나머지 전통적인 동양정신, 즉 유학문화를 기형화하거나 팽개쳐 버렸다.
우리는 조상과 역사를 무시하거나 비하하면서 모든 것을 서구의 잣대로 평가해 온 것이 사실이다. 특히 최고 교육을 받은 지식인들일수록 이런 경향이 심했다. 
근본을 생각하는 마음을 ‘얼’이라고 한다. 얼이 없는 사람을 얼빠진 놈이라고 하고 과거를 기억하지 못하는 사람을 식물인간이라고 한다. 물론 우리에게도 부끄러운 역사가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아무리 부끄러운 역사도 그것을 이겨냈을 때에는 더 이상 부끄러운 역사가 아닌 것이다.
끝으로 일각에서는 일본의 군사 대국화와 군국주의 부활을 말하기도 한다. 하지만 이것 역시 과거와는 다른 관점으로 보아야 한다. 중국과 조선의 미사일은 마음만 먹으면 일본 태평양 연안에 산재한 핵발전소들을 순식간에 타격할 수 있다. 극단적 가정이지만 만약 일본이 과거처럼 군사적인 망동을 벌일 경우 그 날로서 일본 열도는 침몰을 면치 못하게 될 것이다.
2차대전 이후 아주 많은 시간이 지난 것은 아니지만, 그 사이 아주 많은 변화가 이루어진 것은 사실이다. 일본을 과소평가해서도 안 되지만 과대평가하는 것 또한 잘못이다. 
시간에 따른 변화를 읽고 이에 부합하는 정세 인식과 세계관을 가질 수 있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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