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정말 안 보낼건가요?”…일본 보이콧하려는 학생들 회유한 영암교육

[2019년 7월 19일 / 제229호] 장정안 기자l승인2019.07.19l수정2019.07.19 17: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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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중국에는 사과와 보상
한국은 식민지였기에 안돼
일본 경제보복…국민들 ‘불매운동’ 

영암지역 중학교 2학년 학생 전원을 대상으로 진행하고 있는 ‘영암 중학생 세계와 미래(World & Future) 프로젝트 해외역사문화탐방’이 최근 급격히 악화된 한일관계 속에서 많은 논란을 야기하고 있다.
지난해 대법원은 일제강점기 여자근로정신대 피해자 4명과 유족 1명이 미쓰비시중공업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 청구소송에서 ‘일제강점기 강제 징용됐던 한국인들에게 배상하라’며 피해자 1인당 1억~1억5000만원의 배상금을 지급하라고 확정 판결했다. 
2015년 미국, 2016년 중국을 찾아 양국의 강제 노역 피해자에게 전쟁범죄에 대해 공식 사과와 보상조치했었던 일본 전범기업 미쓰비시중공업은 대법원의 판결 이행에는 논의 요청조차도 거부하고 있는 상태다.
급기야 일본 정부가 강제징용 배상판결에 대한 보복으로 한국에 대한 수출규제 강화 조치를 감행하고 나서자, 한·일간 갈등은 격화되고 있다.
특히 일본의 경제보복에 대한 국민들의 반일감정이 극에 치닫고 일본제품 불매운동과 일본여행 금지 등의 움직임이 민간 중심으로 빠르게 확산되고 있으며, 소비자와 판매자들이 자발적으로 불매운동에 뛰어들며 ‘현대판 독립운동’이 되고 있다는 말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영암 중학생들 일본문화탐방
문제 제기에 의견수렴하겠다면서
가정에는 참가희망원 보내 

이러한 한일 갈등 속에서 지역 중학생들을 7차례에 나누어 일본으로 해외문화탐방을 가고 있는 프로젝트에 대해 국민정서에 반한다는 우려와 더불어 학생들의 안전 확보를 제기하는 항의와 민원들이 계속되고 있다. 
‘영암 중학생 해외역사문화탐방’ 프로젝트는 영암군이 지역의 모든 중학교 2학년 학생들에게 해외문화탐방을 다녀올 수 있도록 예산을 책정해 올해 초 영암교육지원청이 사업을 계획하고 진행하고 있다. 탐방 프로그램은 각각 3박 4일 일정으로 민족학교인 오사카 건국학교와의 교류활동, 왕인박사 유적지 탐방, 일본 내 한국 문화 찾기와 과학·예술 융합 프로그램, 진정한 자아 찾기 프로그램으로 기획 운영되고 있다.
올해 상반기 한일 갈등이 심화되지 않았던 상황에서 이미 절반에 가까운 3차까지 일본을 다녀왔고, 오는 19일과 26일에는 삼호중학교 학생들이 2회로 나뉘어 일본문화 탐방을 다녀올 예정이다. 또 8월말과 9월초에 영암중학교 등 5개 학교의 일본 탐방이 예정되어 있다.
현재의 급변한 국민정서에 따라 항의와 민원이 계속되자 각 학교와 영암교육지원청에서는 학생과 학부모의 의견수렴 과정을 거치겠다고 나섰지만, 정작 각 가정에 보낸 가정통신문들은 의견수렴 설문이 아닌 참가 희망서였기에 학부모들의 공분을 사고 있다.      
영암교육지원청 관계자는 “자체 예산이 아닌 영암군 보조사업으로 진행하고 있다보니 지금단계에서는 차선책을 제시할 수 없다”면서 “일본 탐방에 대한 반대의견이 많으면 사업을 그대로 종료하고 결산을 완료한 다음 후속 조치가 가능한데, 지금 상황은 일본 탐방을 포기하고 예산을 남겨 다른 국가를 선택해 탐방을 이어갈 수 있을지도 확정할 수 없는 상황이라 일본 탐방 희망자를 확인하는 수순으로 진행할 수밖에 없다”며 상황을 설명했다.   

정작 학교에서는 의견수렴 아닌 
‘희망학생만 데리고 가겠다’ 정해
안 간다는 학생들에게 ‘재차 확인’
선택권 없이 ‘가혹한 인권유린’ 

하지만 일본 탐방이 취소가 되면 다른 국가로 변경 등 추후 프로젝트의 변화가 있을 수도 있다는 안내는 없이, 학생과 학부모들에게는 일본 탐방에 대한 참가 희망과 비희망이라는 두 가지 선택권만 부여돼 해외탐방 기회가 사라질 것을 우려한 절대 다수의 학생과 학부모들은 실제 선택권이 없었다는 주장이다.
설문지를 확인한 학부모 A씨는 “충분히 의견을 수렴하는 것이 아니라, 우린 예정대로 갈테니 가기 싫으면 가지 말라는 독단적인 의도가 숨어 있는 것 같은 느낌을 지울 수가 없다. 아이들 입장에선 더 고민스러울 수도 있겠다. 주변 친구들은 다 가는데 나만 안 간다고 할 수 있겠나 싶다”며 문제를 제기했다. 
심지어 일부 학교의 경우, 학생들의 의견 수렴과정에서 개개인의 양심에 따라 “절대 안 간다”는 의견을 제시했던 학생들에게는 별도로 학부모 상의를 유도했던 사실도 드러나 충격을 주고 있다.
또 다른 학부모 B씨는 “일본 문화탐방에 대해 학교에 문의를 했는데, 학교에서는 작년부터 준비를 한 상태였으며 이미 모든 예약을 다 해놓은 상황이라 일정 변경없이 진행된다고 했다”면서 “저희 아들 반에서는 일본탐방을 반대하는 학생이 제 아들을 포함해 2명이었는데, 반대했던 아이들에게 부모님과 상의해서 갈 것인지 안 갈 것인지 다시 생각해 이야기하라고 했다. 아들이 안 가는 학생들은 따로 학교에 등교해 별도의 수업을 한다고 전했다”고 말했다.
결국 이러한 절차로 의견수렴과정이 진행되자 대다수의 학생들이 참가 희망을 선택할 수밖에 없는 뻔한 결과의 상황으로 전개됐다. 
한 학교의 경우 2학년 147명의 학생 중 1차 학생의견 수렴과정에서 41명의 학생들이 반대했지만, 학부모 동의 과정 등을 거쳐 최종 17명만이 일본 문화탐방을 포기한 상태다. 이 때문에 끝까지 일본 탐방을 거부한 학생들에게 가해지는 또다른 인권 문제가 야기되고 있어 논란이 끊이질 않고 확산되고 있다.  
학부모 C씨는 “일련의 과정들을 알고나니 영암의 기관, 학교, 교육기관이 교육자적 관점에서 해외문화탐방 사업을 시행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확신할 수 있었다”면서 “귀차니즘에 빠져 행정 절차만 따지고 있는 교육기관들의 태도에 경악을 금치 못할 뿐이다”며 맹렬히 지적했다.   

장정안 기자  news@woori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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