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1로 패했지만 선수들의 표정에서는 감격스러움이 묻어났다. 그리고 0-64로 힘 한번 써보지 못하고 완패 했지만 선수들에게는 박수가 쏟아졌다. 바로 광주세계수영선수권대회에 처녀 출전하는 여자 수구 대표팀 이야기다.
불과 2경기에서 94점이라는 기록적인 점수를 내준 골키퍼는 오희지 선수이다. 
얼핏 보면 부끄러운 기록일 수는 있지만 이번 대회전까지 제대로 수구 공을 잡아볼 기회조차 없이 급조한 우리 수구대표팀의 현실을 감안하면 대패는 예견된 것과 다름없었다.
여자수구대표팀은 지난 5월말에야 선발되고 세계선수권대회 40여일을 앞둔 6월 2일 훈련을 시작했다. 선수들도 체계적으로 수구를 배운 것이 아닌 경영 선수들로 꾸려졌다. 13명의 선수 중에는 20세 이상은 주장 오희지 1명 뿐이고 고등학생이 9명이고 중학생도 2명이나 있다. 
본래 50m, 100m 단거리 수영 선수였던 군서 출신의 오희지 선수는 이번 여자수구대표팀의 골키퍼로서 주장이라는 막중한 임무를 맡았다. 수구라는 운동에서도 골키퍼라는 것도 그녀에게는 현재의 수구대표팀처럼 모두 처음이었다.
첫 경기였던 헝가리와의 경기에서 비록 64점을 내주기는 했지만 71개의 슈팅을 온몸으로 막아내며 만신창이가 된 주장 오희지 선수의 모습에서 모든 선수들에게는 하고자 하는 의욕을 관객들에게 감동을 선사했다. 그리고 두 번째 경기에서는 첫 경기보다 실점을 두 배 이상 줄인데다 공식적인 첫 골 까지 기록하면서 이번 대회에서 목표로 했던 한 골을 넣는 것을 달성했다.
그리고 그 순간 주장이었던 오희지 선수는 첫 골을 기록한 경다솔 선수를 꼭 안아주며 맏언니로서 팀의 분위기를 이끌었다.
헝가리전을 마친 뒤 오희지 선수는 “서로 수고했다며 격려해줬다. 지금은 다그치고 혼내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힘을 내서 한 골이라도 넣을 수 있게 다독여주는 것이 중요하다”고 전했다.
하지만 대회가 끝나면 여자 수구팀이 해체될 수 도 있다는 말이 나올 만큼 현실은 불완전하다. 비록 처음 접하는 구기 종목임에도 수구 매력에 빠져 쉬는 시간, 야간에도 연습을 하며 동고동락해왔던 수구대표팀에 대한 지원과 관심이 절실한 것도 현실이지만 오희지 선수를 비롯한 수구대표팀에게는 지금의 현재가 이들의 생애 최고의 순간으로 채워 나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