농약이 아닌 농부의 땀으로 키워낸 옥수수 ‘신안정’

[2019년 7월 12일 / 제228호] 우리가 꿈꾸는 농업 - 영암군 친환경 농가를 찾아 <2> 박준영 기자l승인2019.07.12l수정2019.07.12 1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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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산면 신안마을 친환경 옥수수 재배농가 박윤재 씨

“1급수에서만 자란다는 토하가 나는 곳에서 키운 농산물이면 얼마나 안전할까요?”

지난 9일 학산면 용소리의 신안마을에서 만난 박윤재 씨가 대뜸 던진 질문이다. 박윤재 씨는 학산면뿐만 아니라 영암에서도 손꼽히는 친환경농업인이다. 지난 1980년 전남대 농과대학을 졸업한 후 고향으로 내려와 자신의 전공을 살려 농사를 지었다.
친환경이라는 개념이 없던 시절 여느 농민들과 마찬가지로 관행농법에 의존해 농사를 짓던 박 씨가 친환경농업에 눈을 뜬 것은 자신이 농약중독으로 몇 년 동안 농사를 짓지 못한 것이 계기가 됐다.
벼를 살리겠다고 아무런 생각없이 뿌리던 농약에 자신의 몸이 망가져 가는 것을 체험한 박씨는 농약없이 농사를 짓는 법을 고민하기 시작했다. 사실 친환경농업이 특별한 것은 아니었다.
농약이 개발되지 않았던 예전 우리 선조들이 자연의 순리에 따라 농사를 지었던 것을 고스란히 따라하는 것이었다. 여기에 친환경 퇴비를 더한 것이 다였다. 그러자 망가질대로 망가졌던 자신의 몸도 함께 나아지는 것을 느꼈다.
친환경 유기농업으로 학산면 용소리 일대 50㏊의 단지에서 유기농 벼를 재배하며 친환경 농가로서 이름을 더해가던 박씨는 또 다른 도전을 시작했다. 바로 유기농 옥수수에 도전한 것이다.
소량으로 하는 농가들이야 유기농 옥수수가 별것이냐고 반문할 수 있겠지만 대량을 시장으로 출하하는 전문 옥수수 재배농가에게 유기농은 그야말로 손이 많이 갈 수 밖에 없다. 유기농 벼농사는 우렁이를 통한 다양한 재배법과 각양각색의 친환경 약재들이 개발되면서 조금 편해졌지만 옥수수는 하나부터 열까지 사람의 손이 가야만 하는 고된 작목이다.
그렇다고 시장가격이 일반 옥수수보다 높게 받는 것도 아니다. 아직 유기농 옥수수에 대한 시장의 인식이 낮기 때문이다. 박씨는 2017년 유기농 인증을 받고 ‘신안정’이라는 사업자도 냈다. 현재 자신이 살고 있는 신안마을의 옛 지명이기도 하지만 ‘신선하고 안전한 우리 먹을거리를 정성껏 가꾸고 나눈다’는 뜻을 담아 신안정이라고 사업자를 냈다.
수년간 쌀 등을 통한 다양한 유기농 재배노하우를 활용해 옥수수를 재배하고 시장에 내놨지만 처음 시장 반응은 냉랭했다. 유기농이라는 것도 알고 구매한 한 고객이 대뜸 전화해 “옥수수에서 벌레가 나왔다. 못 먹겠으니 환불해주라”고 하자 박씨는 농약을 한 번도 하지 않은 옥수수이기 때문에 그렇다고 몇 번이고 설명했지만 고객은 막무가내였다. 하는 수 없이 박씨는 그냥 돈을 받지 않겠으니 그냥 드시라고 하는 선에서 마무리했다.
이뿐만 아니다. 씨알이 작다는 것에서부터 벌레가 먹었다는 등의 다양한 컴플레인이 터져 나왔다. 그때마다 고객들에게 ‘죄송하다’며 사과해야만 했다. 하지만 친환경농업에 대한 인식이 높아지고 박씨의 제품에 대한 신뢰도가 쌓여나가면서 이러한 문제는 자연스럽게 해소됐다.
이처럼 박씨가 소비자들로부터 신뢰를 쌓을 수 있었던 것은 30여년간 유기농을 실천해왔던 자신만의 농업철학이 있기 때문이다. 박씨는 농약대신 미생물배양을 통해 식물의 영양분을 높이고 미강과 같은 친환경적 재료들을 활용한 다양한 농사법을 연구해가면서 몸에도 좋고 맛도 좋은 농산물을 생산하고 있다.
제초제를 쓰면 손쉽게 해결될 문제를 인부를 고용해 하다보니 생산비가 더 많이 들어가기도 하지만 친환경에 대한 박씨의 고집은 요지부동이다. 이러한 고집은 3년 전 고향으로 내려와 함께하고 있는 아들 박다니엘 씨도 같다. 한마디로 부전자전인 셈이다.
박씨는 “유기농이란 단지 화학비료나 농약을 쓰지 않는 농사가 아니라 자연의 순리에 순응하며 살아가는 삶으로 자연이 주는 대로 몸만 움직일 뿐이다”며 “내 자식 내 손자가 아니라 우리의 후손이 살아갈 토양을 지키는 것이 지금 내가 할 일이라는 생각이다“고 밝혔다.
이런 박 씨에게도 고민은 있다. 농민들이 힘들게 유기농으로 농산물을 키워내더라도 팔 곳이 없고 가격마저 똑같은 지금의 현실에서는 유기농이 정착하기 힘들다는 것이다.
박씨는 “뉴스들을 보면 일본이 얄미운 짓을 많이 하고 반일 감정도 상당하지만 농업분야에서만큼은 배워야 할 점이 많다”며 “일본의 경우 유기농의 경우 정부와 시장이 나서서 독려하고 육성할 수 있는 유통시스템을 갖추고 있는데 우리나라는 무턱대고 유기농, 친환경을 권유만 하지 유통에 대해서는 나몰라라 하는 상황으로 이에 대한 대안 마련이 시급하다”고 지적했다.

 

박준영 기자  news@woori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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